진짜 유일한 마술, 유일한 힘, 유일한 구원, 유일한 행복. 사람들은 이것을 소위 사랑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 헤르만 헤세(독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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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코믹극 <오! 사랑> 주연 배우 이지훈, 김지연, 최재민(왼쪽부터) |
2012. POPBUSAN |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산다. 사전적 의미의 사랑은 특정 상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스승이 제자를, 신이 인간을 아끼는 마음과 불특정 대상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든 누구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누구나 한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알면 알수록 어렵고,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 초라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고민되어 왔지만 지금까지도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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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배우들 |
2012. POPBUSAN |
연극 <오! 사랑>은 그런 ‘사랑’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막연히 로맨틱한 사랑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오! 사랑>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팝부산이 <오! 사랑> 배우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사랑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 도스토예프스키(러시아, 소설가)
팝부산 <오! 사랑>은 제목만 들어도 사랑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내용인가.
이지훈 주로 커플들이 많이 보러 오시는데 사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승표와 서경은 결혼 5년차 부부지만 승표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 아내가 이혼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친구 해준을 서경에게 소개시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한 뒤 이혼에 성공한다. 뒤늦게 후회하지만 다시 돌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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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표를 연기한 배우 이지훈 |
2012. POPBUSAN |
팝부산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다.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이지훈(승표 역) 승표는 이기적인 바람둥이다. 결혼 생활에서의 작은 행복보다는 흥미위주로 살아간다. 지겨운 게 싫어서 항상 매력적인 것을 추구하고 사랑을 할 때도 설렘과 긴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승표라는 캐릭터가 내 모습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웃음) 하지만 죽는 연기도 그렇고 꼭 경험해야만 연기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최재민(해준 역) 해준은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회 부적응자다. 자살하려는 찰나에 승표를 만나 이 부부 사이에 끼어들게 된다. 불우한 성장 환경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을 하지도 못한다. 몸은 성장했지만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극중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다. 영화 <오아시스>처럼 진지한 작품 속에서 장애를 표현하기는 비교적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코믹한 상황에서 장애를 표현하려니 생각보다 몰입이 어려웠던 것 같다.
김지연(서경 역) 서경은 결혼 5년차 주부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알지만 모르는 척 한다. 승표에 대한 복수의 마음으로 해준과 제2의 인생을 살려고 하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다. 승표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해준 때문에 몸 고생하는 힘들고 불쌍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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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 역을 열연한 배우 김지연 |
2012. POPBUSAN |
팝부산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두 남자로부터 모두 상처를 받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실제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지연 서경은 이혼을 피하기 위해 결혼생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하지만 극중 서경과 승표는 18개월간 부부관계도 갖지 않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이에게 집착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절대 참지 않을 것 같다.(웃음)
팝부산 극중 해준은 자살 코드와 연결되어 있다. 실제 살아가면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가.
최재민 연극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초창기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극장에 오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힘들어도 괜찮다. 오히려 행복한 것 같다.
고비는 군대 때였던 것 같다. 당시 액션배우가 꿈이라 공수부대를 지원하였다. 그곳에서 낙하산, 암벽등반, 스쿠버다이빙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훈련은 잠시고, 1년 중에 6개월은 산으로 걸어 다녔다. 밤에는 온산을 누비고 낮에 겨우 잘 수 있었다. 그때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등산은 절대 하지 않는다.(웃음)
사랑하라,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 조르주 상드(프랑스, 여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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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준 역을 맡은 배우 최재민. 그는 극단 에저또 대표이기도 하다 |
2012. POPBUSAN |
팝부산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지훈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게 사랑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를 버리고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것이다. 승표는 감정에 따라 배려 없이 행동했다. 해준은 여자에게 사랑을 주지만 지나치게 의존한다. 둘을 반반 섞은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내 감정보다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재민 사랑이란 가지고 싶은 마음, 소유, 집착 이런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게 속마음이다.(웃음) 하지만 진짜 사랑이란 다 주는 것이다.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정말 사랑하면 다 줘버리게 되는 것 같다. 적당히 사랑하면 집착만 하려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목숨을 건 사랑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아직까지 목숨을 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김지연 공연 포스터에 ‘사랑, 그것 참...’이라고 쓰여 있다. 내가 쓴 글귀다. 참 알 수 없는 그게 바로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 뭐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것인지 <오! 사랑>을 통해서 되새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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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배우들 |
2012. POPBUSAN |
팝부산 <오! 사랑>의 관람 포인트는 ‘공감’인 것 같다.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지훈 내 옆에 있는 여자친구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면 뭔가 다른, 특별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 다른 여자를 만나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공연이다. 공감하고 많이 깨달으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재민 함께하는 연극이다.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로맨틱하거나 달콤하진 않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조금 엉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동시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기를 바란다.
김지연 우리가 해결해 가야 하는 문제와 방도를 관객과 한마당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많다. 세 배우들끼리 무대를 이끌어 가다보니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었다. 직접 참여해서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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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강한 캐릭터를 각 배우들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표현해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
2012. POPBUSAN |
팝부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지연 ‘제30회 부산연극제’의 첫 공연을 우리가 하게 돼 열심히 준비 중이다. 내가 각본을 쓴 <공기인형>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해준은 자살하려는 순간 한 소녀를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을 다시 살게 해준 그 소녀를 평생 가슴에 담고 그녀를 그림에 옮기며 그녀와 함께 성장해 간다.
어른이 된 해준은 자신이 지금까지 그렸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되고, 우연히 전시회를 찾은 승표와 엮이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오! 사랑> 주인공과 이름만 같고 캐릭터는 다르다.(웃음)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인간 관계와 그 속의 아픔이 과연 치유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최재민 극단을 시작하면서 서울 대학로 오픈런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육남매> 오픈런 공연을 하면서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웃음) 부산의 연극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창작 공연이 줄어들고 있는 부산의 연극계에서 극단 에저또는 독보적인 상연일수를 유지하며 부산 연극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부산 연극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글=정보경 기자, 사진=이수홍 기자>
첫댓글 최재민 연출가님 화이팅입니다~~!! 부산에 에저또 소극장이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