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1테살 5, 16-18)
대구교구,상인성당,민들레 반, 이태자 레오니아
성서백주간을 처음엔 그냥 성경을 읽고 듣기만 하는 줄 알고, 나이도 있고 또 기회가 있겠나 하는 마음에, 더 늦기 전에 그간 한 번도 체계적으로 읽지 못한 성경 말씀을 정신 차려 성의껏 읽어 보자는 생각으로 등록하였다. 그런데 웬걸 묵상을 발표하는 부분에 와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도중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있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해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일단 시작한 것이니 부딪쳐 보자는 식으로 계속 참석한 것이, 오늘 이렇게 완독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족들 보기에도 체면이 서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묵상이 있었기에 성경 말씀을 반복해 읽으면서, 여태까지 이해하지 못하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였고, 생각의 깊이가 짙어져 건성으로 읽던 말씀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느낌이나 감정이 일어 말과 글로써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달라진 점이라면 장시간 여러 번 읽어도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행운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반원들의 느낌이나 생각들을 듣는 묵상 시간은 저의 신심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매사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고 감사한다는 것이 결코 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70이 넘은 이 나이에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일이 그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좋겠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어떤 면에서는 더 성장시키기 위해 아파하고 걱정해야 하는 고통과 어려움도 주시면서 신앙에 대한 굳은 의지와 인내하는 마음을 함께 주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짜증스러운 일상에서나 내가 미처 깨우치기도 전에 모르고 지나가기 쉬운 작은 일에도 감사해야 함을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2년여의 기간 동안 성서백주간 공부를 통해, 그래도 내가 살아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기뻐도 해보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키워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씨앗을 많이 주시지 열매는 많이 주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열매는 각자의 정성과 노력의 결과로써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봐주시고 도와주시는 것이 저희들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깨우침을 가졌을 때는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한편으로 하느님의 은혜가 이런 깨우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개인이나 가족 모두에게 짧지 않는 세월 동안 건강을 허락하시고, 매주 모임을 참석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신 주님의 은혜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또 성경에 대한 궁금한 점은 해박한 지식으로 쉬우면서도 지혜롭게 설명해 주시고, 항상 좋은 말씀을 들려주신 남 아우구스티노 봉사자 형제님, 내가 간과하고 지나쳐 버린 구절에서도 신앙적인 관점으로 착상하시어 훌륭한 묵상의 말씀을 들려주신 도미니코 형제님, 신앙이 생활이고 생활이 신앙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마음 고운 아가다 자매님, 너무나도 열성적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매 시간 보여 주신 미카엘 형제님, 우리 민들레 반원 모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데 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립니다.
사랑과 자비의 근원이신 주님,
행복은 멀리 있다 하지 않았습니다. 또 화려함이나 뛰어난 것도 아니라 하였습니다. 바로 한 치 앞 마음속에 있다 하였습니다. 이 마음에 사랑이신 주님 당신의 말씀을 듣는 기쁨과 당신을 알아가는 즐거움, 당신의 가르치심대로 사는 것이 당신을 향해 나그네 길을 걷는 저로 하여금 진실한 제자가 되는 길임을 느끼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