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기다리던 둘째, 귀한 아드님 재용이가 태어난지도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시간이란 참 빠르기도 하지...
첫째 재원이를 낳고 분만후기를 올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번째 후기이다.
이미 경험하였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분만이란 꽤나 두려운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어온 산고의 신음소리, 늘 집안에서 맴돌던 향긋한 양수내음까지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엄마가 아니면, 우리집에 아니면 안되었다.
산전 관리는 거리상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에 다녀야 했지만, 분만은 꼭 우리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에 아직도 2주나 남은 예정일에도 부랴부랴 친정에 내려왔다.
그런데 막상 친정에 내려오니 맘이 편해서 그런지 그 동안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가진통도 싸악~~ 없어지고 재용이는 전혀 나올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너무 자라버리면 낳기 힘든데...'
일주일 정도 기다리다 못해 이제는 낳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무작정 30분 이상 되는 거리를 열심히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이 되자 3년전에 경험했었던 그 엄청난 고통의 시작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엄마는 대단한 예지력으로 이번 분만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예측하고(실제로 분만은 진통시작 후 한시간반 만에 이루어졌다.), 새벽에 수중분만을 위한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놓은 상태였다.
욕조속으로 들어가니 포근하게 나를 감싸고 일렁이는 따뜻한 물과 울먹이는 표정으로 뒤에서 조심스레 나를 안아주는 신랑 덕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조금이라도 진통을 감해주는 자세로 바꾸어 앉기도 편하고...
우리가 물속에 있는 것을 보고 첫째 딸내미 재원이도 '나도 나도!' 하며 욕조에 들어왔다.
재원이는 엄마가 얼마나 아픈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랑 수영도 하고 물장난도 하며 동생의 탄생을 기다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진통과 함께 ‘이 무시무시한 진통을 잊고 어떻게 둘째를 낳을 생각을 했을까’ 하며 나의 좋지 못한 기억력을 탓하고 있을 때, 드디어 묵직하게 힘이 주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통의 세기는 극에 달하였지만 이는 곧 이 엄청난 고통의 끝임을 알았기에 나는 오히려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힘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마는 내가 안절부절해 하자. “자 힘주고!! 이제 힘빼고 하! 하! 하!”하고 카리스마 있게 본격적인 지휘에 들어갔다.
엄마의 힘찬 목소리에 따라 내 몸이 움직인다. 숨이 쉬어진다.
아래가 꽈악 찬 느낌으로 재용이의 동그란 머리가 나오는게 느껴질 때, 재원이가
“어? 짱동아(재용이 태명) 얼른 나와!! 내가 노래 불러줄게!!” 라며 머리만 나와 있는 동생을 응원을 한다.
하하하!!! 그 정신없는 와중에 재원이가 하는 말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그렇게 웃음으로 재용이를 맞이하여 배에 올려놓자 작고 귀여운 내 아들이 꼬물거린다.
재원이도 신기한 듯이 가까이와서 한참을 쳐다보고 서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이 함께 한 재용이의 탄생은 너무나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온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었던 수중분만 덕분이고 최고의 삼신할매 우리 엄마 덕분이다.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