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사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2004년의 그 경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줌마 선수인 경기가 끝나고 같이 보던 사람들과 펑펑 울었어요. 경기에 졌지만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요. 근데 그런 저도 올림픽 때만 그렇죠. 잘하는 선수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핸드볼 실업경기는 남자나 여자 모두 재미없어서 관심이 금방 사라집니다. 아마 핸드볼은 한국에서 영원히 소외된 종목으로 남을 거에요. 그러니 이 영화가 그들에게는(이외에도 소외된 종목의 선수들은 많거든요)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지 "뭐야 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아마도 금메달을 따는 해피엔딩을 기다렸겠죠. 아니면 그녀들이 돌아와서 멋지게 현역복귀를 하는 해피엔딩을요.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니죠.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이기는 게 아닌 게 현실인 거죠. 저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삶은 절대 해피엔딩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어여 돌아오라.’ 는 영화 내내 상업영화(?)^^* 속에서도 빛나는 감독님의 고집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는데 마지막 엔딩은 그 중 최고였습니다.
문소리, 울기도 여러 번 울었지만 웃기도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남자분도 불이 켜지고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울더군요. 콧물 질질 짜며 울다가 실실 웃다가 미친년처럼 본 영화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반복되고 가슴 저린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이어지는 기쁨과 행복을 부여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 였을까? 딱히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대우를 받으며 여전히 소외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멋진 순간을 맛본 선수들이 살짝 부럽더군요. 제게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오겠죠? 물론 그런 순간 한 번 없이 밋밋할 수 있는게 또 인생이기도 하지만요.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 나들이 이 영화는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다섯 개의 시선>의 감독님 작품들 볼 때마다 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상업영화라 과연?’ 이런 못된 마음으로 봤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찬란했던 순간에 관심을 가져준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__) 감독님의 상업영화 첫 나들이가 왠지 화려한 외출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 그리고 이 영화가 온통 여자 배우에 여자 감독이잖아요. 그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정에 또 울컥했습니다. 전 사실 남자들의 “마이 묵었다. 그만해라!” 식의 우정엔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거든요. 섬세하지만 우직한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그려지는 영화라 더 소중해지더군요. 뭐, 그런 게 있잖아요, 동업자의식!
** 사족 : 영화 중에도 귀여운 강쥐 미미가 살짝 등장하지요. 물론 입소문만으로도 대박 날 영화지만 반려인들이 힘을 실어주자고요!! 이번 주말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 |
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문화인 중에 몇 안되는..슬픈 현실이에요..!! 헐리우드처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문화인중에 저런 분들이 많아지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