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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칼럼_25>울적한 날 먹기 좋은 월남쌀국수 전문점 인사이공 | ||||||||||||
맛집칼럼 | ||||||||||||
20여 년 전부터 시골 농촌에서 상당수의 노총각들이 베트남의 처녀들과 결혼해 조금씩 베트남 새댁들을 보게 되더니 이제는 베트남 출신 아줌마들을 오산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대가 바꿔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면서 그들은 이제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노이비프수프(Hanoi Beef Soup)로 잘 알려진 베트남 쌀국수(PHO ‘퍼’나 ‘포’로 발음)는 소나 닭의 뼈와 고기로 만든 국물에 쌀로 만든 국수와 얇게 썬 안심고기, 향차이, 숙주나물, 칠리고추, 라임 등을 적당히 섞어 만든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음식으로, 베트남에서는 아침 주식으로 주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약 20여 년 전부터 간간이 베트남 쌀국수집이 생겨나더니, 최근 웰빙의 영향으로 수년 전부터 꽤 많은 베트남 쌀국수집이 생겨났고, 이제는 프랜차이즈점이 생겨났으며, 그 맛에 중독(?)되었다는 마니아 층도 형성되어 있다. 원래 베트남에서는 색이 붉은 소고기 먹기를 금기시하고 또 소 자체를 신성한 동물로 취급, 식용으로 기피해 온 대신 닭과 돼지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1880년 중반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오면서 소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포(PHO)'의 어원을 불어인 '퓨(feu)'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쌀은 안남미라고 해 우리나라 쌀과는 달리 모양이 길고, 밥을 하면 찰지지 않고 푸석푸석하다. 그래서 밥을 있는 그대로 먹는 것보다는 가공해서 먹게 되면서 라이스페이퍼(월남쌈피), 국수 등 가공식품이 발달하게 되었다. 쌀국수 역시 수많은 가공식품 중 하나이다. 포는 길고 가는 찰지지 않는 베트남 쌀로 만드는데, 여기에 소나 닭의 뼈를 우려낸 맑은 육수를 붓고 여러 가지 야채와 향신료를 얹어 먹는다. 이때 어떤 뼈를 쓰는가에 따라 국수의 맛과 종류가 나뉘는데, 쇠고기를 얹으면 '포보', 닭고기를 얹으면 '포가'라고 한다 '늑맘’은 베트남 요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스로, 멸치처럼 생긴 '까껌'이라는 생선에 소금을 넣고 몇 달간 발효시켜서 만드는데, 고추장이나 된장처럼 집집마다 담그는 맛이 다르다. 또한 베트남 요리에는 다양한 야채와 향신채가 꼭 들어가는데 주로 사용하는 향신채가 실란트로(고수)와 바질이다.
오산에는 운암지구의 서울병원 뒷길에 ‘인사이공’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다. 사장은 올해 35세인 미혼의 김현미 씨다. 송탄 태생이며, 현재까지도 송탄에 거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했는데,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급이나 대우에 대한 성차별을 느끼게 되었고, 어렵게 진급한다 해도 50세 이상은 계속 그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차에 외식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색적인 음식은 친구들과 원정을 가서라도 먹어보는 취미가 있어 베트남에 가본 적도 없고 베트남 음식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서울에서 한 번 맛보고 난 뒤 친구들과 자주 송탄 미군부대 앞의 ‘호아마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을 들르면서 은근히 그 맛에 젖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입맛이 없고 우울한 날에는 자극적 않고 서서히 입맛을 돋우는 매력에 빠져 마치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베트남 쌀국수와 음식을 1주일에 2~3번씩 찾을 정도가 되자, 아예 호아마이에 찾아가 기술을 전수받고 개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종종 오산에 나와 보면 특별히 베트남 쌀국수집이 없어 희소가치가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2008년 3월에 이마트 근처에 개업을 하게 되었다. 개업 후 웰빙 열풍을 타고 젊은 직장인들과 부부들의 반응이 좋아 순탄한 매출을 얻을 수 있었는데, 건물 전체가 갑자기 경매에 넘어가게 되어 10년간 일한 돈으로 차렸던 가게를 돈 한푼도 못 건지고 포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10년 6월에 다시 현재의 가게를 새로 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들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개업하고는 하루 종일 서 있고 주방 일을 하느라고 어깨며 다리가 아프고 부어 너무 힘들었고, 경험과 이런 고됨을 알기에 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그분들의 노고를 생각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월남쌈은 갖은 야채를 쌈으로 싸서 각종 소스를 찍어 먹는 베트남 전통 음식으로 쌀국수와 더불어 반드시 먹어볼 만한 웰빙메뉴이다. 월남쌈을 싸 먹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스프링롤을 시키면 된다. 하지만 각자의 입맛에 맞게 직접 만들어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월남쌈을 꼭 시켜보시길 권한다. 중국,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가와 오랜 기간의 전쟁을 치루며 결국 싸워 전부 이겼다는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의 음식을 맛보면서, 고난의 역사에서 동ㆍ서양의 음식이 만나 새로운 음식문화로 탄생된 베트남쌀국수 포가 세계적인 음식이 된 것을 귀감으로 삼아 우리의 음식문화도 세계적인 것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베트남인들을 포함해 동남아, 중국 등의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외국인 배우자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떠받쳐주고 있는 이주민 노동자들, 이들을 따스하게 우리의 이웃으로 우리의 국민으로 받아주고, 이들이 가져온 문화 역시도 우리의 것으로 소화시켜 나갈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할 것이다. 인사이공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와 사람들 간의 아름다운 만남이 넘쳐나는 그런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부리부리박사 강남성형외과 권영대 원장 | ||||||||||||
기사입력: 2011/01/31 [21:06] 최종편집: ⓒ 오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