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아오모리에 도착 후 승무원에게 당장 아침 7시 30분발 하쿠초표를 보여주면서 운행할 것 같냐고 물으니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그말을 너무나 쉽게 믿고 역내를 나왔다 역앞은 눈들이 엄청나게 쌓여있어서 도로와 인도를 구분못할 지경이었으며 나와같이 타고온 카모시카승객들은 제각기 갈길로 가버려서 새벽3시경 눈발이 내리는 을씨년스러울대로 황량한 아오모리역광장은 나만 홀로 뎅그러니 남아있는 꼴이라니 길 잃은 미아가 따로 없어보인다
우선 늦었지만 예약한 뉴 아오모리관으로 가보았다 전화로 늦는다고 연락은 해놨지만 이건 한두시간 늦은것도 아니고 3시간 정도 있다 나올것이라면 캔슬시키고 그냥 대합실에서 개길 생각이었다 그래도 동방예의지국아닌가 호텔에 가서 정중히 이러저러한 사정을 얘기하니 직원은 오히려 걱정하며 캔슬시켜주었다 호텔을 나오면서 대합실로 가는 도중 옆 건물쪽에 캡슐호텔이 보인다 옳지 저기 사우나가서 몇시간 보내야겠다 아무래도 대합실가서 있기에는 무리일 것 같고 해서 가보니 심야는 숙박캡슐만 된다나 할수없이 3000엔을 주고 생전처음 캡슐호텔도 이용해봤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좀 풀고 캡슐안에 들어가 2시간 정도 눈 붙이고 6시반에 다시 아오모리역으로 가보니 벌써 역분위기가 심상찮다
< 이른 아침의 아오모리 역주변 풍경>
출근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역대합실에서 웅성거리며 잔뜩모여 있는데 한 눈에도 열차들이 운행을 하지못하고 있다는 걸 알수가 있다 내 열차시간에 맞추어 맛도 없고 짜기만한 우동한그릇 국물만 좀 마시고 식욕도 없다 돌아가는 상황을 캐치하기 위해 플랫폼으로 가보니 아오모리를 중심으로 도호구혼센 츠가루센 오우혼센 모두다 불통이다 열차도 오지 않고 가질 않는 그야말로 올스톱상태이다 열차다이어는 무용지물이고 오로지 역내직원이 하는 방송에만 의존해야 하는 지경이기 깨문에 방송할때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본다 개찰구는 난장판이다 여행자 출근자 등교학생들 뒤섞여 직원들에게 문의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나도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냥 기다려달라는 말만 들을 수 밖에 없다 5시 35분 아오모리도착인 삿포로발 하마나스가 2시간 연착 7시 30분 쯤 도착을 하고 있다
어제부터 기다림의 연속에 익숙해짐인가 플랫폼대합실에 가방내려놓고 사진찍어가며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9시 정도되니 한 두개의 임시열차들이 각 방면으로 떠나기 시작하는데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하코다테행 하쿠쵸는 기약이 없다 이러다 오늘 홋카이도로 못올라가는거 아냐 우씨 그냥 일정 대폭 수정해서 다시 내려갈까 갈등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홋카이도로 못간다는건 아무리 눈때문이지만 일말의 오기가 생긴다 오냐 내 배를 타고서라도 올라갈거다 훼리승선장을 확인하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안내책자를 보여주며 12시 30분에 배가 있단다 요금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3000엔대인 것 같았다 영 열차가 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훼리를 타고서라도 하코다테까지갈 생각이었다 홋카이도쪽은 열차들이 정상운행을 한다니 어쨌든 이 구간만 통과하면 나머지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열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틈나는대로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인체 선로주변의 풍경과 열차들 사진찍기에 지루한 줄은 모른다
나란히 서있는 보통열차와 슈퍼하쿠쵸 슈퍼하쿠쵸는 9시 30분 쯤 하치노헤로 떠난다
안내방송에서 하코다테행 열차가 곧 들어온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여러차례 흘러나온다 직원들도 이날은 평소의 방송톤이 아니다 어찌됐든 7시 30분발 하코다테행 하쿠쵸가 10시발 슈퍼하쿠쵸로 변해버렸다 지정석교환같은것은 애초 필요가 없다 그 당시 상황으로는 아무거나 탈수만 있으면 다행이었다 또 역무원들도 그런것에 개의치 않고 있다 도착한 슈퍼하쿠쵸는 전차량 자유석이다 그린샤는 고사하고 지정석도 없고 모든 객차가 자유석인 임시로 긴급편성된 차량같았다 그런것에 신경쓸 경황도 없었고 의미도 없어진 나의 7시30분발 하쿠쵸 지정석 가지고 맨 마지막 객차에 승차하였다 승차한 후 열차를 돌아볼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안도의 한숨과 다음 연계열차편을 살펴보기 바쁘다
가니타를 지나 기꼬나이를 향해가고 있는 슈퍼하쿠쵸 임시열차는 천천히 나마 제속력을 내진 못하지만 바깥 풍경 구경하면서 가기엔 그만이다 해협선에 들어가자 눈이 부시도록 하얗다가 갑자기 깜깜해지니 오히려 눈이 편안해진다 피로가 엄습해오네요 집에서 출발전날에 4시간정도, 나하에서 2시간, 캡슐에서 2시간이 채 안되니 나흘에 걸쳐서 잠을 잔시간이 8시간정도라니 게다가 오늘 잠자리도 아바시리행 야간열차이고 또 내일은 하마나쓰, 아이고 열차안에서라도 좀 자야될텐데 막상 열차 타면 쉽게 잠이 안오는게 나도 참 미쳤다
< 하코다테를 향하는 차창밖 풍경>
슈퍼하쿠쵸는 하코다테에 제시간에 도착을 해낸다 홋카이도쪽은 아래쪽보다 레일 상태나 기상상태가 훨씬 양호한게 일단은 안심이 된다
<하코다테역에서>
<하코다테역 개찰구에서 플랫폼 통로에 있는 홍보물>
원래대로라면 하코다테에서 11시발 슈퍼호쿠토로 지정석 예약을 해놨다 jr홋카이도싸이트 참고해서 제일 좋은 자리로 예약을 해놨는데 필요가 없어졌다 하코다테에 도착하자마자 반대편선로에 삿포로행 슈퍼호쿠도가 있어서 자유석으로 그냥 갈까도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린패스를 놔두고 자유석으로 가기엔 내키지 않는다 시각표를 보고 다음편을 선택했다 호쿠도냐 슈퍼호쿠도냐 갈등을 좀 했지만 출발시간이 한시간정도 빨리 있는 호쿠도를 선택했다 그린샤는 하이텟카라고 적혀있어 어떤 구조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호쿠도 11호 13시:25분발>
<호쿠토 그린카 하이뎃카>
오늘 좀 일찍 삿포로에 도착했더라면 니세코 익스프레스로 굿챤까지 가서 오타루 거쳐서 다시 삿포로에 올계획이었는데 일찌감치 포기다 아무렴 어떠냐 눈구경 실컷하고 주변경관도 멋진데 니세코가 대수랴 나중을 기약하자
하코다테역에서 에키벤을 고르는데 아무리 봐도 그 유명하다던 이카메시는 보이질 않네 열차에서 구입할까도 싶었지만 판다는 보장도 없고 해서 그냥 적당한걸로 하나 골랐다 이카메시처럼 오징어도 하나 들어있고 여러가지 있길래... 제목이 세이칸터널이네 삿포로 맥주와 같이 사들고 열차에 올랐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 안주거리 개봉은 안하고 구색만 갖추고 한컷>
맛있는 에케벤 먹고 사비스로 나온 커피도 마시고 삿포로 맥주마시며 두다리 쭈욱 펴니 아침까지 이어온 어제밤의 악몽은 봄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그래 이것이야 !
겨울태양이 간간히 빛을보이며 얼어붙은 순백의 호수들과 수목들, 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함께 하는 일치감을 만끽한다
사진이고 뭐고 그냥 편히 감상 좀 해야겠다 날씨가 금방 또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더냐 그간의 스트레스에 적잖이 의욕을 상실케 하더만 금방 정신무장이 또 되어진다 잠좀자자 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풍경화들을 두고 잘수가 있겠냐고요 열차는 오샤만베, 히가시무로란, 도마코마이 등 주요 정차역들을 거치며 삿포로로 향하며 달린다
<오오누마고엔역에서>
<도마코마이를 앞두고>
3편으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을씨년스런 하코다테역도, 밑에서 세번째 눈덮인 대지(^^;)사진도 전부 멋지네요. 무엇보다 tommy님의 말투(라고해도 될려나요)가 너무 재밌습니다. 3편도 기대되네요~ ㅎㅎㅎ
ㅋㅋㅋ.. 저도 tommy님의 어투가 너무 재밌어요..^^; 다음에도 좋은 여행기 부탁드립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막상 사진으로 보면 멋있는데 하얀 것(!)이 무지막지하네요... 다음 여행기도 기다리겠습니다.^^
멋지네요! 내가꿈꾸던 여행 이런겁니다.언젠가는 하카타에서 시작하는 일본jr일주를 할텐데 도움이 될겁니다. 제가보기에는 님의 여행이 고생이라기보단 즐거운 추억같습니다. 눈과 즐기는 여행.. 다음 여행기도 기다려집니다.
지연은 먹으셧지만...설국(?)의 묘미를 느끼셧겠네요 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정말 유익 했읍니다. 다음이 기대 됩니다.
그건 그렇고.. 크로스필터 끼고 사진촬영하시나봐요? 저는 크로스필터를 깨먹었답니다. -_-;;여름휴가가서 -_-;;
와~~ 진짜 특이한 경험이셨을듯하네요;;; 왜 한국은 올해는 눈구경하기 힘드네요;;; =ㅁ=;;
정말 잘 보았네요.. 눈이 쌓인 일본의 모습 정말 보고 싶네요.. ^^
12월 서울이 따뜻하여 일본에도 눈이 안 올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요........
정말 이건;; 눈의 재난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네요^^; 잘보았습니다.
간만에 재미있는 여행기 읽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재밌습니다만...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ㅠ.ㅠ 읽으면서 저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
겨울 여행으로 동북지방 은 역시 힘든 코스군요 6월에 하코다테와 삿포로를 갔었는데... 눈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끔찍한 기분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