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밤새 내린 폭설로 매스컴이 잔치를 벌입니다.
무정부상태의 난리라는 비보가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봄을 시샘하여 부는 새벽공기도 만만찮게 차갑습니다.
태화다리 밑은 등산차량들로 북적거렸는데. 버스가
3대가는 산악회, 심지어는 5대가는 산악회로 분주합니다.
주5일 근무제 영향과 근간에 산행인구가 늘어난 탓이지만
등산의 참뜻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한 대만 가기로 계획을 했다가 회원들의 입질에 두대를 했는데
또 한 번 속임을 당하는 수모를 격었습니다.
예약해 놓고 자기편리식으로 약속을 파기한 야속한 사람들
집행부의 반항이 귓전을 때립니다.
특단의 조치를 내리자는 목소리가 아우성입니다.
펑커를 낸 20여명, 기회를 더주기로 하고 인내를 하면서,
앞으로는 이유없이 펑커 내면 강력하게 조치 하기로 했습니다.
경산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떡대신 국밥을 했는데 맛이 좋고 시원했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김익수 상임부회장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경산을 거쳐 88고속도로를 달렸는데 눈은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을 만난 삼라 만상이
대지위에서 잔뜩 움추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봄 볕은 따스하게 비추지만 마녀 같은 바람은 차갑습니다.
2시간 반만에 경북 상주군 백운리에 도착했습니다.
눈덮힌 세상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4년전 스위스 알프스 최고의 영봉인 몽블랑(4,807m)옆
에귀디미르(3,842m)에서 바라본 알프스의 멋이 생각납니다.
눈덮힌 산, 빙하로 팬 골짜기, 아름다운 호수, 맑은공기,
푸른숲과 목장, 산속의오두막 집, 스키를 타는 젊은이들.
과히 알프스는 세계의 공원이었습니다.
여류작가 스피리가 쓴 알프스 소녀(하이디)와 평화의 순결
이란 뜻을 지닌 에델바이스가 생각나는 알프스 골짜기,
장장 5간동안 버스를 타고 예술의 도시 이태리 밀라노로
오면서 보았던 청정의 알프스의 멋,
높은 산은 하얀눈으로 덮혀있고 눈이 녹아 개울이 흐르고
가까이에는 푸른초원이 펼쳐져 있으며, 산마루금에는 목장이 있고
양들이 풀을 뜯는 낙원을 보았는데 오늘 그 모습을 본느낌입니다.
<조선 8경>,<해동 제일의 명산>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가야산.
6가야국의 주산으로 합천, 거창, 상주에 걸쳐있는 산입니다.
정견모주(正見謨主)라는 여신이 서장대에 머물면서 천신 이질하
와 감응하여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아들은 대가야시조 아시왕,
둘째가 금관가야 시조 김수로왕이 됩니다.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결혼하여 10명의
왕자를 두었는데 큰아들 거등(居登)은 왕위를 계승하여 金氏의
시조, 둘째와 세째는 어머니의 성을 따서 許氏의 시조가 됩니다.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영산으로 칠불봉,우두봉(상왕봉)
서장대, 만물상, 재골산, 가야산성,용기사지, 삼원사지가 있는 곳.
서성재를 오르기까지는 산세가 완만하고 경관이 수려했습니다.
길을 덮은 백설 같은 눈이 봄볕에 반사되어 따갑게 느껴집니다.
잔죽이 숨을 죽이고 고난이 빨리 끝나길 애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푸른 소나무와 잔죽의 강한 생명력을 새삼 체험했습니다.
등산로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잘 정돈되어 있고 보드라운 눈위에
뒹굴며 동심어린 장난기를 발동시켜 봅니다.
눈만보면 마냥 즐겁습니다.
산마루금을 오르자 세차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눈바람이 흩날려 얼굴을 가리고 앞만보고 걷습니다.
산정상을 덮은 눈이 황홀하지만 바람은 감흥의 기회마져
가로막고 심술궂은 방해꾼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눈으로 덮힌 세상이 아름다워옵니다.
졸지에 폭탄을 맞은 나무들이 가지를 숙이고
짓눌려 고통스럽지만 겉모습은 황홀합니다.
철계단을 오르고 미끄러운 바위 위를 기어올라
다가가는 정상은 눈의 양이 많아지고 점입가경으로
파란 하늘과 어울려 눈덮힌 세상, 천상의 모습이
감탄사를 고갈시켜 버립니다.
1,433m 칠불봉에 올라 세상을 조명해봅니다.
눈덮힌 백설의 모습이 눈을 희롱합니다.
바람에 이는 눈발이 심술을 부리는 정상은
아름다운 만큼 추위도 만만찮습니다.
디카 밧데리가 얼어붙을 만큼 추워서 급히 이동합니다.
멀리 한 번 쯤 정복을 했던 산들이 도토리 키자랑하듯
즐비해 있고 무궁무진한 산줄기가 파도를 탑니다.
오묘하기도 하고 하여간 시야에 가득차 오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수필을 쓰고 시를 읊게합니다.
세상살아 가는 감흥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독백을
하다가 바위산 상왕봉이라고도 불리우는 우두봉
1,430m에 올라 다시금 산하를 조명하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추위때문에 기쁜 식사는 못했지만 바람의
방해를 물리치고 민생고 하나는 해결했습니다.
이용근부대장과 함께 온 지인들과 함께한 추운날의
점심식사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손이 시려 장갑을 끼고 젓가락질을 했던 추억을.
하산길은 눈으로 미끄럽고 진흙을 극복해야했습니다.
눈길주는 곳마다 일어서는 봄의 정취가 있지만
눈에 눌려서 아비규환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해 봅니다.
근육에 단련이 생기는 듯 힘이 솟구칩니다.
뼈골격과 근육질을 강화시키고, 심폐의 폐활량을
증진시키며, 스트레스해소 등 건전한 정신수양이
목적인 등산을 하면서 나를 회고하게 합니다.
지척에 해인사의 모습이 보이니 기쁨이 솟구칩니다.
눈덮힌 골짜기는 장독대의 모습으로 향수를 떠올리고,
시냇물 소리는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흩날리는 눈은 힘찬 봄의 열기에 녹아버리고,
나래펴는 아지랑이에 조롱을 당합니다.
경남 합천의 치인리 10번지에 위하고 있는
해인사(海印寺)에 들러봅니다.
삼보(三寶)사찰중의 하나요 조계종 최대의 종합
수련도장이자 화엄의 10대 사찰입니다.
신라 시대, 이곳 가야산 토굴에서 수양중인
순응스님과 이정스님은 법력으로 불치병에걸린
왕비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애장왕은 그 보답으로 이곳에 절을 짓고
이름을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따와 해인사라 명명을 하게됩니다.
부처님의 진리에 의해 화엄사상을 온누리에 천명
하려는 원력으로 이절을 지었다 전하고있습니다.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판 등 많은 보물이 있는곳.
해인사 뜰에서 감로수를 마십니다.
절집 곳곳마다 가득한 불상들이 오늘은 눈내린
세상이 궁금하여 나들이를 나왔나 봅니다.
불심에 내마음은 숙연해 지고 목탁소리는 신령스런
기운을 자아내게 합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을 외며 불심에 젖어봅니다.
눈 덮힌 기와지붕이 고즈넉합니다.
아주 오래된 나무며 건축물에 흐르는 역사의
숨결을 경청을 하니 불심은 깊어갑니다.
경내를 벗어나 성철스님의 부도가 있는 곳에 머물어 봅니다.
만인에게 회자된 그의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생각이 납니다.
무소유의 청빈한 삶을 살며 정좌불와의 수행정신을
실천 해 옮긴 성철 큰스님
위대한 선인의 자취가 숙연한 마음을 갖게하고
참 삶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갖게합니다.
절을 벗어나니 완연한 봄입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세차지고 봄볕 따스한
기운이 눈에 지친 육신을 녹여줍니다.
봄은 그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시샘을 한 겨울의
막바지 여파가 최후의 발악을 했나봅니다.
제아무리 겨울날이 거센들 오는 봄엔 어쩔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요 이치인가 봅니다.
산은 늘 그렇게 제자리에서 오가는 계절을 배웅합니다.
하산주는 절을 한참 벗어난 곳에서 했는데,
김초자 부회장님이 올 겨울 마지막으로 준비해오셨다는 선지국을 끊입니다.
막바지 추위를 이겨내느라 고생한 울님들을
위하여 경험어린 솜씨로 선지국을 끊입니다.
하루의 기쁨이 한 잔 술로 회포를 풀고 나니,
사랑할 수 있는 날까지 산을 타고 싶은 충동이입니다.
김초자 부회장님 감사드립니다.
벌써 해인사의 저녁이 다가옵니다.
그래 서두르자꾸나 날리는 눈살에 이는
봄을 고대하며 해인사를 떠납니다.
기쁨이 충만된 하루가 좋았습니다.
눈덮힌 천상의 세상에서 노닐고 온 소회
부처님 곁에서 심취해본 佛心.
이젠, 조용히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첫댓글 눈꽃핀 가야산이 참 멋지네요^ 함께하지 못해 상당히 아쉽네요~
왜 나는 못 갔을까? 환상의 설경! 눈 감아도 보이도록 읽고 또 읽으려고 하는데 행여 닳치는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