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딸로 시작되었지만 독자적인 행보로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정우 씨. 그녀 자신이 패션 트렌드 세터 그 자체였기 때문에 패션과는 담쌓은 듯한 행색의 에디터도 평상시보다는 신경 쓴 차림으로, 거울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는 이정우 씨의 집을 찾았다.
1 로맨틱 그리고 모던함의 믹스, 이정우의 침실 창에는 화이트 롤스크린을 달고, 안쪽에는 동대문에서 직접 끊은 하늘하늘한 패브릭으로 커튼을 만들어 달았다. 겨울이 오기 전, 이 커튼 대신 벨벳 커튼을 만들어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한쪽 벽면에는 거실 테이블 그리고 미니 홈바와 같은 컨셉트의 그린색 유리 테이블을 배치, 화려한 패턴이 가득한 방 분위기에 살짝 딴지를 걸었다.
2 극적 반전, 천장에 색을 칠해 포인트 주기 전혀 손을 대지 않았던 안방 욕실. 이사 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단다. 어떻게 포인트를 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천장을 붉은색으로 페인팅하는 것. 스스로도 무척 흡족해했던 아이디어라고. 샤워부스 안에 비즈를 매달아 로맨틱한하게 꾸민 것도 눈여겨볼 것.
3 소파 뒤편에 책장을 짜 넣은 거실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파와 책장 사이, 소파 뒤쪽으로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등받이 없는 빨간 소파를 두었다. 서재를 따로 만들 수 없어 짜낸 아이디어로, 이정우 씨가 ‘장식장’이 아닌 ‘서가’라고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책장 앞 할로겐 램프의 각도도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볼 때 책에 조명이 딱 떨어지도록 맞춰놓았다! 그녀가 집에 있을 때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앞동에서 들여다보이는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커튼을 쳐놓고 살 수만은 없어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베란다에 덩굴 식물을 키워 ‘자연 커튼’을 조성하는 것. 베란다에 데크를 깔고 커다란 화분 예닐곱 개를 들여놓았는데, 늘상 초록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4 둘째아들 방 앞쪽에서 바라본 거실 거실벽을 사이에 두고 거실과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는 복도 양쪽으로 책장을 짜 넣어 서재를 만들었다. 무채색(책장과 거실 벽지)과 빨간색 소파의 색상 대비가 감각적이다.
5 침실 옆 프라이빗 룸 꽃무늬 벽지와 노란색 나비장, 화려한 샹들리에, 하나 둘 모아온 향수를 하나 가득 진열해놓은 장식장까지 각각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지극히 화사한 침실 옆 공간.
6 현관에서 바라본 거실 온통 하얗기만 하던 벽면은, 개성 있는 회색 벽지로 깊이감이 느껴진다. 이정우 씨의 안목으로 선택되고 자리를 잡은 가구들 역시 그녀의 패션 공식인 믹스 매치를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나무 재질 소가구들은 유리로 마감된 테이블과 적절히 배치하고 무채색 공간엔 화려한 색상의 가구를 두는 것 등. 그 결과 집 안은 단조롭다거나 오버한다는 기분 없이 절묘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7 레드와 그레이가 감각적으로 대비된 곳 기존 주방가구의 붉은 톤 문짝과 색감이 잘 어울려 선택된 회색 톤 벽지. 주방 벽면만으로 한정하려다가, 연결감을 주고 싶어 거실 벽면까지도 이 벽지로 도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붉은색 식탁의자는 포인트가 된다. 원래 세탁실이던 식당 옆 베란다 공간은 바닥을 돋우고 벽면에는 붉은 톤 조각타일을 붙인 뒤 직사각형 테이블을 놓아 미니 홈바로 활용 중이다. 식당 벽면에 천장 높이로 서 있는 그릇장은 붙박이장 업체에 의뢰해 짜 넣은 것. 문짝뿐 아니라 다른 한쪽 면까지도 유리로 마감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 시도된 것인데 이 역시 이정우 씨 특유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으로 밀고나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8 올리브 그린으로 페인팅한 둘째아들의 방 원하는 벽면 색상을 위하여 직접 페인트를 배합했을 정도로 섬세한 면이 있는 둘째아들의 방.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화이트 문짝을 떼낸 자리에 알루미늄 프레임 문짝을 맞춰 달고 벽면은 올리브 그린으로 매치해 지극히 모던한 기분이 드는 공간이다. 9 도서관 서가처럼 만들어진 드레스룸 두 아들에게는 “역시 엄마는 디자이너다워”라는 찬사를, 남편에게서는 “방 하나를 못 쓰게 만들었구먼”이란 탄식을 얻었던 드레스룸. 양쪽 벽면(이 중 한쪽 벽면은 이미 붙박이장이었음)에 붙박이장을 짜 넣고, 방 중앙에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붙박이장을 짜 넣은 것. 이때 중앙의 붙박이장은 옷이 아닌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선반장으로 디자인해 폭이 깊지 않다. 원래 있던 붙박이장의 문짝도 다른 붙박이장과 같은 문짝으로 통일했음은 물론이다. 이 드레스룸의 탄생으로 그동안 박스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옷가지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