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한 가족.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미소를 짓는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을까?
예정된 시간보다 좀 늦었는데, 전화기가 없어 마냥 기다리고 있었을 가족을 생각하니 미안한 맘이 먼저 들었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을 보자마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나무집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나무 바닥은 구멍이 나 있고, 비가 오면, 물이 새어 들어올 곳이 수십 군데였다.
나무도 오래되어 금방 부러질거 같았는데, 아이가 자다가 떨어지면 크게 다칠 우려도 있어 보였다.
곧 무너질듯한 나무집 계단 아래 아이가 앉아있다.
경계하듯, 약간은 굳어있는 표정의 아이.
‘혼 짠타'
드디어 만나게 된 아이.
“안녕!”
…
“난 한국에서 온 이지성 이라고 해. 너는?”
…
“학교 갔다 왔니? 밥은 먹었어?”
…
한국말로 묻고, 옆에서 기아봉사단이 캄보디아어로 통역을 하고 있지만, 어떤 말을 해도 묵묵부답인 아이.
그저 주위를 돌며 자기 할 일을 할 뿐, 말을 하지 않는다.
코코넛 열매를 내어오셨다.
알고 보니, 최고의 손님들에게 접대하는 거라고 한다.
옆에 있던 아이가 입맛을 다신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다 먹지 못하고, 코코넛을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우린 밥먹고 와서 배가 부르네. 이거 먹을래?”
“…”
옆에 있던 아이는 아무말 없이 코코넛 열매를 받고서는 안에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고, 코코넛을 반으로 잘라 그 안에 열매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먹기 시작했다.
“오늘 한 끼도 못먹었데요”
옆에 계시던 기아봉사단이 말씀해주셨다.
오늘 엄마도, 아이도 한끼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평소엔 어떻게 밥을 먹는지 물어보니, 밥 하나에 반찬 하나로 한 끼 정도 먹는다고 한다.
집안으로 들어가 아이의 엄마와 얘기를 나누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풀어놓아 질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돕지 라는 조급함과 현실에 대한 걱정이 같이 생겨났다.
아이의 엄마는 여기서 차로 몇시간 거리에 있는 프놈펜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잠깐 온거라고 하는데, 한달에 한 번 아이를 보기도 힘들다고 한다.
현재는 친척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다.
하루에 버는 돈은 약 3천원.
이 중에 3분의 1은 친척에게 보내, 아이들 학교가고 밥먹는데 사용하고, 엄마는 나머지 돈을 아끼고 절약해서 겨우 끼니를 해결하며 살고 있다 한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것은 꿈도 못꾼다고 한다. 지금 다니는 학교도 못가는 날이 많다고 한다.
남편은 집을 나갔다고 한다. 나간 이후로 집의 모든 살림을 도맡아해야했던 엄마는 아이들 생각에, 걱정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고 한다.
물을 가지러 근처 작은 웅덩이를 찾은 혼 짠타.
평소에 먹는 물이 바로 이 웅덩이 물이라고 하는데, 아이의 위생이 많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물은 뿌연 흙탕물에 가까웠는데, 밥도 짓고, 음료로도 마신다고 한다.
물을 가지고 논길을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 뭐라 설명해야할까.
정말 아름다운 저녁 노을 풍경, 황금빛 물결이 이는 논...
만약 우리가 아이의 사연을 몰랐다면, 그냥 무거운 집을 지고 가는 캄보디아 소년으로만 인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연을 알고 나니, 아이의 맘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느껴져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다.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맘껏 놀고 싶은 나이인데, 하루하루 살기 위한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픔으로 다가왔다.
아이와 헤어질 시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가야할까?
이대로 가면 후회될 거 같아,
내일 다시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
아이의 엄마와 약속을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멀리 아이의 집을 바라보고 있는 이지성 작가.
급히 오느라 아이를 위한 선물을 챙겨주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나보다.
한동안 아이의 걱정 가득한, 경계하는 듯한 그 모습과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글과 사진. 기아대책 이태호 간사.
첫댓글 아 진짜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후원을 안 할수가 없네요 정말 ㅜㅜ
안타깝군요. 도와야할 환경에 처한 이들이 정말 많은 듯 합니다.
아이에게 희망이 되는 우리가 됩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흠.. 안타깝습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꼭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ㅠㅠ......이런것들을 알려주시고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실천하고 살겠습니다.
아...
............아 ............!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이기 보다는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으로 살게 하소서
앞에 서 계셔 주셔서 많이 감사드려요 ㅠ.ㅠ
작가님 그리고 모든 봉사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나누어요 사랑과 기부는 나누어주는 그 이상으로 되돌려 받으니까요
항상 우리에겐 더 많은 행운이죠 이보다 더 좋은 쉽고 좋은 장사가 어디 있을 까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오네요. 서로 돕는다는게 크게 어려운게 아닌데 많이 간과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네요.
슬퍼요 슬퍼 ,,,
눈물이 나올러고 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