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뉴올리언스에서 미국에 들른 일리자로프를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일리자로프는 다리뼈를 잘라서
특수 장치를 설치해 늘리는 방법으로 키를 키우거나 휜 다리를 교정하는 수술법을 개발한 러시아 의사다.
마침 병원의 동료가 라틴어로 된 ‘일리자로프수술법 책’을 가져왔다. 그는 사진과 설명을 보면서 충격을 받
았다. 외우다시피 보고 또 보고 나서 고국의 스승 이덕용 교수에게 보냈다.
최 교수는 델라웨어에서 1년 더 연구에 매진하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다. “미국에서 좋
은 논문을 세 개나 썼으니 석두는 아니구나. 창의적인 머리가 있으니 연구에 매진해야겠다. 또 일리자로프
수술의 동물실험을 제대로 해야지…” 서울대병원에 출근하자마자 동물실험에 매달려 토끼 500여 마리와 헤
아릴 수 없을 정도의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국내 처음으로 이 수술을 선보였고 사지 연장술 및 변형교정
학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일리자로프 수술 장치가 한쪽에 250만원이나 해서 환자에게 부담이 되자 국산 장
치를 개발해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임상과 연구를 병행한 그의 삶, 명예와 환자들의 감사로 보상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연구에도 매진해서 국제적 권위지에 90편, 국내 학술지에 16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아정형외과
와 관련한 국제 권위 학술지 3개의 편집위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하버드대 교수들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의학자들이 그에게 질문을 해온다. 요즘에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개최되는 학회에서 초청강연을 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됐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13개국 22명의 대가를 초청해서 ‘국제 유년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심포지엄’을 연다. 내년 열리는 제5회 세계소아정형외과학회의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1988년 미국 척추
측만증 학회의 기초연구부문상을 받았으며 북미주(北美洲)소아정형외과학회에서 두 번 상을 받은 유일한
외국인이기도 하다.
임상의로서 최 교수는 한 해 400여 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그는 어머니를 돌보듯, 가족을 보살피듯 환자에게
정성을 쏟는다. 어머니가 앓았던 화농성 관절염에 걸린 아이, 엉덩이관절부위의 다리뼈가 썩거나 관절이
뒤틀린 아이, 목이 한쪽으로 기운 아이, 종아리나 허벅지가 발달하지 않은 아이 등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존
재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는 최 교수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환자와 보호자가 올린 글
들에 따르면 최 교수는 최고의 의술에다 명쾌한 판단, 자상하고 세심한 배려로 환자들에게 새 삶을 안겨다
주는 의사다. 국내 병원은 물론 해외의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한 병을 고친 경우도 숱하다. 한 여성은 병원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려놓았다.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걸어 다니지도 못했을 거여요.
정말 교수님을 만나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지금 저 간호학과 붙었으니깐 더 열심히 공
부해서 다시 보고 싶어요. 서울대병원 간호사 ○○○, 꼭 이렇게 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