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가 목동으로 이사 온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동간 간격이 넓고 단지 내의 녹지가 잘 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동네이고, 지금 역시 그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1층은 다른 층에
비해 주방 쪽이 좁은 편이기 때문에 처음 집을 고를 때는 층수 때문에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한 건 거실 베란다 앞에 서비스 면적으로 주어지는 3평 남짓한 땅 때문이었다.
그 당시 집 앞의 자투리 땅에는 전 주인이 심어놓고 간 감나무 한 그루와 작은 앵두나무 한 그루가
다였다. 꽃 키우는 일에 별 관심 없고 집안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때여서 감히 가꾸겠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그래도 주택처럼 앞마당을 가질 수 있다는 데에 만족했다.
처음 1~2년 동안은 빨래 너는 공간으로만 사용하다 비 올 때마다 질퍽거리는 것이 싫어 정원석을
박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원 가꾸기에 나섰다. 정원석을 고르러 들른 화원에서 정원용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했고 덩달아 꽃도 몇 송이 사오게 되었다. 그리고 9년이 흐른 지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웃의
1층 주부들과 꽃시장에 가는 것이 강씨의 일상이다. 목동에서 김포공항 쪽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비닐하우스 화원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집과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식물들이 싱싱해
자주 찾는다. 3월까지에는 날씨가 추워 꽃을 심기에 적당치 않기 때문에 해마다 식목일 즈음해서 화원에
들른다.
이탈리아 봉선화와 베고니아는 잊지 않고 꼭 구입을 하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종의 꽃은 화려한데다 봄에 심으면 가을까지 언제나 활짝 피어 있고 관리하기도
쉽기 때문. 제주도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한련화와 보라색이 특히 예쁜 금잔화는 색깔이 너무 예뻐(비록
한여름까지만 피고 지지만)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품종이다. 하늘거리는 들꽃 베고니아는 청순한 멋에
심는 꽃이고, 어떻게 꽃씨가 날아들었는지 정원 한켠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돌나물에도 시선이 간단다.
가을이 되면 큰 감나무에서 감을 따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1주일에 한 번은 호스를 연결해
고루 물을 줘야 되고 잡초도 뽑아줘야 해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 수고스러움을 정원이 가족들에게
주는 기쁨에 비할 수는 없다.
이곳
정원은 3평 정도의 규모다. 땅에 박은 정원석(대략 아홉 개
정도)과 정원 테이블 세트는 90만원에 구입했다. 정원 1평
정도에 넓게 심은 이탈리아 봉선화와 토기 화분에 심은 베고니아,
마거리트, 행잉 바스켓으로 구입한 금잔화, 잔디의 총 구입 비용은
10만원 정도. 토기 화분은 강남 고속 버스터미널과 성남 모란시장에서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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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정원 풍경. 키
높은 나무와 원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주택의 앞뜰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2. 거실 베란다를 튼 뒤 통유리창을 설치해 거실에서도
정원이 한눈에 보이도록 했다. 그래서 정원은 빨래를 널고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고 남편이 담배를 피우는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된다.
3. 사람 허리 높이의 길다란 토기 장식물과 한련화를
심어둔 키 낮은 토기 화분.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이 돌나물.
4. 보라색 금잔화와 흰색 마거리트. 꽃송이가
크지는 않지만 특유의 소박함이 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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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현 씨는 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5~6년 전부터 꽃꽂이 개인 과외를 받았는가 하면 1년
전부터는 뜻이 맞는 주부들과 함께 꽃에 관련된 강좌를 듣고 있다. 그래서 레스토랑이나 이웃집 구경을
가더라도 그 집의 화분이나 장식된 꽃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 그러다 몇 개월 전 우연히 들른 친구
집에서 처음으로 ‘야생화’라는 것을 접했다. 산에서 자라는 키 낮은 야생화는 장미처럼 꽃꽂이에 쓰이는
화려한 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시골이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그래서
더 자연에 가까운 꽃이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릴 적 고향에 있는 느낌이라서
나도 한번 키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몇 주 후 우연히 들른 행복한 세상 백화점에 야생화 전문 꽃집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야생화
화분을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베란다에 키울 것을 고려해 처음에는 숍 주인으로부터 음지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를 몇 가지 추천 받았다고 한다. 안방 베란다의 화분 전용 선반에 올려둔 야생화에서는
은은한 향까지 풍겨 훨씬 상쾌한 기분으로 잠들 수 있었다.
결국 두 달 후에는 베란다 전체를 야생화 화단으로 꾸미기 위해 인공석으로 만든 베란다 크기만한 인공석
틀.(베란다 바닥 자체에 흙을 깔기는 곤란했기 때문). 그리고 기존에 수집했던 야생화를 모두 옮겨
심고 작은 석조물도 설치했다. 초등학생인 아들도 못 보던 꽃들이 자라는 게 신기했던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안방 베란다에 가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조만간
긴 좌식 테이블을 마련해 베란다를 바라보며 차 대접을 하는 것이 이씨의 또 다른 소망이란다.
이옥현
씨가 야생화를 사 모았던 행복한 세상 백화점의 숍 이름은 ‘돌쇠와
꽃님이’. 숍 주인은 MBC문화센터에서 강좌를 열고, 야생화에
관한 책을 낸 전문가다. 문의는 돌쇠와 꽃님이(02·6678-3433),
남대문 분점(02·773-9968)으로. 인공석 화단 틀 역시
여기서 구입한 것으로, 80만원 정도면 흙과 함께 구입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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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방 창문을 열면 내다보이는 야생초 화단. 한식 격자문 사이에 자리해 더 운치있다.
2. 부영그린타운은 주상복합 아파트다. 한 층당
네 가구였다가 김씨가 거주하는 21층 이상부터 두 가구로 줄면서 21층에는 15평 정도의 아파트
공용 공터가 생겼다. 아이방 베란다와 연결되는 이곳에 관리실에서 나무를 심었고, 김씨는 코너에 이웃들과
함께 상추를 심어둔 상태. 또 다른 공짜 정원을 얻은 셈이다. 목동 전체가 내려다보여 전망도 훌륭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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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베란다에 꾸민 최정은 씨네 정원은 앞의 케이스에 비해 작고 소박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전세라 안타깝게도 새시며 베란다 바닥을 함부로 고칠 수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꽃 키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시어머님의 코치 아래 화분을 여럿 모아 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담스런 코너가 만들어졌고,
특별한 공사를 하지 않았어도 집 안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다.
일단, 최씨의 베란다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낮은 꽃 화분과 푸른 잎을 피우는 관엽식물, 두 종류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관엽식물 중에서 키가 가장 높이 자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행운목. 원래
행운목은 기둥이 굵은 식물이지만 최씨가 키우는 것은 매우 얇은 편. 큰 나무를 산 것이 아니라 몇
년 전 행운목 토막을 5백원에 사서 죽 길렀기 때문이다(행운목은 마디를 잘라 심어도 잘 자란다).
꽃이 피면 그 향이 매우 달콤하다고. 그 외에 군자란과 관음죽도 키우는데, 1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되고 손도 많이 가지 않아 초보도 쉽게 키울 수 있고, 잎이 항상 푸른 식물이라 베란다에서
키우기 좋다.
베란다에서 꽃 화분을 키울 때는 두 계절 이상 날 수 있고 색깔이 화사한 것 중심으로 고르는 것이
요령이란다. 화단이 아니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고 꽃이 져도 꽃을 바꿔 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또 주황색, 노랑색 등 원색에 가까운 꽃이어야 거실에서 봤을 때도 훨씬 예쁘다고. 최씨는 파란 베란다
바닥을 가리고 정원 구역을 만들기 위해 하얀 조약돌을 화단 앞쪽을 따라 깔고, 인조 풀 울타리를
새시 바깥쪽에 두어 낡은 베란다를 가리는 등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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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자란 초보가 키우기 쉬운 관엽식물. 1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되고(흙이 말라 있는 상태를 살펴본 후), 찬물에 씻어 꼭 짠 수건으로
잎을 잘 닦아준다. 하나를 심으면 그 뿌리에서 다른 뿌리를 만들어 몇 개씩 번식하기도 한다.
2. 한련화
밝은 주황색과 샛노랑의 꽃, 가는 줄기가 특징이다. 봄에 심으면 가을까지 잘 자라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기 딱 좋다. 단, 하루 한 번은 물을 주지 않으면 쉽게 시들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3. 이탈리아
봉선화 이탈리아 봉선화에도 여러 종이 있는데 이 종은 잎이 짙은 편. 한련화와 마찬가지로
겨울을 빼고는 늘 싱싱하게 잘 자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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