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민 신부님의 '교회-순결한 창녀', 원주교구 유충희 신부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ㅋ 나, 편지공장 공장장 연말연시 디따 바쁘지만 틈을 내서 다 읽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한국 천주교회 현주소 등등 많은 내용들 적지않게 공감이 되었다. 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를, 신부님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 공감한 내용들 삶 속에서, 세상 속에서 하나 하나 끄집어 내어 살아낼 수 있도록 켜켜이 마음 속에 접어 넣었다. 그 중에 특히 가슴에 꽂힌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 "건강과 질병, 명예와 치욕, 가난과 부, 장수와 단명을 초월하여 살라." 박노해 시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신부님께서 책 속에 인용한 시, 이불을 꿰매면서를 옮겨본다.
이불을 꿰매면서 / 박노해
이불 호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의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 달라 물 달라 옷 달라 시켰었다.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거만하고 전제적인 기업주의 짓거리가
대접받는 남편의 이름으로
아내에게 자행되고 있음을 아프게 직시한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 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나는 성실한 모범 근로자였다.
노조를 만들면서
저들의 칭찬과 모범 표창이
고양이 꼬리에 매단 방울소리임을
근로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보살핌이
허울좋은 솜사탕임을 똑똑히 깨달았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 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다.
투쟁이 깊어갈수록 실천 속에서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 낸다.
노동자는 이윤을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 호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첫댓글 직면의 힘은 어떤 곳에서 일어나든 아름답습니다..무슨일을 경험하던 바라보고 뚫고 지나가라..고개 돌리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는 힘~ 그곳에서는 진실만이 보이겠지요. 나중에는 그 구분도 없어지겠지만~
이 불을 꿰매면서 따뜻합니다....
언제 한 번 만나뵙고 싶은 분, 이제민 신부님 현재 마산교구에 계십니다. 종교인으로서 순간순간의 삶을 직시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모든 사람은 종교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