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이전 선점 나선 원주… 혁신도시 완성 향한 도약
65개 기관 추려 35차례 사전 접촉
11만㎡ '징검다리 청사' 확보, 즉시 업무 지원
보건·반도체·AI 연계해 지역 산업 성장 견인
정성원 기자
입력 2026.09.09. 00:30업데이트 2026.09.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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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혁신도시 전경. 원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있다. 원주시는 1차 공공기관 이전 경험과 교통·산업 기반 등을 앞세워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원주시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2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은 강원 원주혁신도시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앞두고 다시 몸집을 키울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하면 원주시는 기존 공공기관이나 지역 산업과 연계 효과가 큰 기관을 골라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설 계획이다.
원주는 이미 65개 공공기관을 유치 후보군으로 추려 수도권 기관과 35차례 이상 접촉했다. 새로 이전할 기관이 정식 청사를 짓기 전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혁신도시와 원도심 등에 11만㎡ 규모의 사무 공간도 찾아놨다.
원주가 내세우는 강점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이미 만들어진 기반이다. 12개 공공기관과 7000명이 넘는 직원이 원주에 자리 잡았고, 의료기기·제약·바이오 등 지역 산업도 성장했다. 2차 이전을 통해 공공기관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기관과 새 기관, 지역 산업을 묶어 혁신도시의 기능을 한 단계 키우겠다는 게 원주시의 구상이다.
◇7년 전부터 준비… 65개 기관 후보군 추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2차 이전 실행 지원 용역에 착수했다. 올해 이전 대상 기관 전수조사 등을 거쳐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선도 이전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발표가 다가오면서 전국 지자체의 유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원주는 강원도의 유일한 혁신도시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현행 혁신도시법도 이전 공공기관의 혁신 도시 이전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주의 준비는 2019년 시작됐다. 기존 공공기관 및 지역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다시 따져 현재 65개 기관을 후보군으로 추려 놓았다. 수도권 공공기관과의 접촉도 이어왔다. 2023년 공공기관유치TF팀을 구성한 이후 35차례 이상 간담회를 갖고 원주의 입지와 정주 여건을 설명했다. 지난달에도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 2곳을 찾았다.
조은희 원주시 공공기관유치TF팀장은 “정부 발표 이후 처음 유치전에 뛰어드는 대신 사전에 기관을 접촉해 이전에 필요한 조건 등을 파악해 놓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전 대상과 방식을 확정하면 65개 후보군 가운데 원주와 연계성이 큰 기관에 유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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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구자열 원주시장이 현안 브리핑을 통해 공공기관 2차 이전 유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청사 지을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11만㎡ 공간 확보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걸림돌 중 하나는 청사다.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부지를 정하고 건물을 새로 짓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원주시는 이 기간을 줄이기 위해 혁신도시와 원도심 등에 있는 빈 사무 공간을 조사했다. 현재 50개 이상 건물에서 약 11만㎡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도시 안에서만 30개 건물, 약 3만9000㎡다.
11만㎡를 직원 1명당 10㎡의 사무 공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만1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실제 수용 인원은 회의실과 공용 공간, 기관별 특수 시설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공간은 최종 청사라기보다 ‘징검다리 청사’다. 이전 기관이 정해지면 규모와 업무 특성에 맞는 건물을 임시 청사로 제공해 업무를 시작하게 하고, 이후 혁신 도시 내에 정식 청사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전 결정부터 실제 업무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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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중심으로 12개 기관 1차 이전
원주가 2차 이전에서 가장 앞세우는 것은 1차 이전의 경험이다. 강원 원주혁신도시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관광공사, 국립공원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이 자리 잡았다. 개별 이전한 산림항공본부까지 포함하면 12개 기관이다.
기관과 함께 사람도 내려왔다. 2025년 6월 말 기준 혁신 도시 이전 기관 11곳의 직원은 7282명이다. 혁신 도시 인구는 같은 시기 2만9141명으로 계획 인구 3만1021명의 94% 수준까지 늘었다.
특히 원주가 주목하는 분야는 보건·의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만 5000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도 원주에 있다.
이들 기관 주변에는 원주가 오랫동안 육성해 온 의료기기 산업과 제약·바이오 산업이 있다. 원주시는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을 추가로 유치할 경우 기존 기관과 지역 기업·대학을 연결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도 원주가 새롭게 키우는 분야다. 국내 첫 공공형 반도체 전문 교육 기관인 한국반도체교육원을 운영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안국량 원주시 지역개발과장은 “결국 원주의 2차 이전 전략은 ‘몇 곳을 가져오느냐’보다 ‘어떤 기관을 가져오느냐’에 가깝다”면서 “기존 공공기관 및 지역 산업과 기능이 맞물리는 기관을 유치해 공공기관 이전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원 유일 혁신도시… 정주여건·교통 강점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이 실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도 경쟁 요소다.
원주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원주역·만종역·서원주역 등 3개 철도역이 있고 중앙·영동·광주원주고속도로가 지난다. 여주~원주 복선 전철과 GTX-D 원주 연결도 추진되고 있다. 강원원주혁신도시는 2024년 전국 10개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다.
변수는 도내 경쟁이다. 춘천과 강릉 등 다른 지역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 발전의 기회로 보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원주로 기관을 집적해야 한다는 주장과 도내 여러 지역에 나눠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부딪칠 수 있다.
원주시의 입장은 강원 유일의 혁신도시를 우선 키우는 것이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인재를 원주에 집적하되 관광·산림·기업 지원·지역 인재 채용 등 기관 사업을 강원 18개 시·군과 연결해 효과를 도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원주의 유치전도 물밑 준비에서 전면전으로 바뀔 전망이다. 다음 달 18일에는 지역사회와 함께 유치 전략을 논의하는 포럼도 열 예정이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3일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1차 이전이 혁신 도시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2차 이전은 혁신 도시를 완성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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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