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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신비로 남은 잉카
3세기 초, 만코까빡이 그의 일족을 끌고 페루의 쿠스코(Cuzco)계곡에 도착했다. 사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초대왕 만코까빡에서 8대 비라코차 그리고 잉카까지 약 200년간은 전통 잉카제국 시대이다. 외침을 물리치고 쿠스코 계곡을 평정하고 태양신의 숭배와 농업을 주축으로 하는 잉카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15세기 중엽, 제9대 빠치쿠치 잉카 유빵끼(Yupanqui)가 왕이 되었다. 그는 태양신의 신전을 건립하고, 우르밤바와 비루가밤바를 정복했다. 1471년 빠치쿠치가 아들 또빠잉카에게 왕위를 물려줄 무렵 잉카는 볼리비아에서 칠레에 이르기까지 약 4800킬로미터의 대제국을 거느렸다. 잉카의 석조건축물은 최고의 수준이며, 태양신이 최고의 신이었다. 1525년 와스카르가 12대왕이 되었고, 이때 왕권다툼으로 허수아비 13대왕이 스페인인들에 의해 추대되었으나 1533년 11월15일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의 쿠스코 입성으로 잉카는 멸망했다.
황금을 쫓아서, 그 수탈의 역사
황금을 좇는 모험가들이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말이 둘 있다. 엘도라도(El Dorado)와 파이치치(Paichichi). 두 가지 다 안데스 산맥 근처 밀림에 있다는 황금의 이상향인데, 엘도라도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도시이고 파이치치는 막대한 황금이 숨겨져 있다는 곳이다.
16세기 초 중앙아메리카에 처음 발을 디딘 스페인 군인들은 토박이 인디언으로부터 황금 도시 이야기를 들었다. “안데스 산맥 너머 아마존강 유역에 벽과 지붕을 금으로 씌운 집에서 금으로 치장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온 유럽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유럽 사람들은 너도나도 황금도시를 찾으려고 안데스산맥을 넘었으나 숱한 사람만 희생되었을 뿐 엘도라도는 말 그대로 이상향으로 남아 있다.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군인 180명을 이끌고 쿠스코를 점령했을 때 태양의 신전 돌벽에는 황금덩어리가 여기저기 박혀 있었고 해·달·별의 제단에는 황금이 두껍게 입혀 있었다.또 황금으로 만든 황제 상(像)이 18개나 되었다고 한다. 잉카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무너졌다.아타왈파 황제의 근위대 5,000명이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짐승(말)과 천둥소리를 내는 막대기(총)에 놀라 180명밖에 안되는 스페인 군인과 말 27마리에게 전멸한 것이다.
1531년 11월16일, 피사로가 스페인 왕의 사절로 왔다고 속이자 아타왈파 황제는 방심하고 그를 만났다.황제의 근위병들은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이었다.스페인 종군 신부가 성경을 건네며 “여기에 손을 얹고 하나님과 스페인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말하자 황제는 성경을 내동댕이쳤다.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군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창기병이 말을 몰고 짓쳐 나왔다.
사로잡힌 아타왈파 황제는 자기가 갇힌 방을 가득 채울 만큼 황금을 줄 테니 살려 달라고 사정했다.그 방은 높이가 7m,너비가 6m나 되었다.피사로가 허락하자 두 달 만에 황금 200상자,은 20상자,보석 60상자가 모였다.피사로는 그것들을 받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그가 황제를 불태워 죽이려고 하자 황제는 기독교도가 되겠다고 애원해 겨우 화형을 면하고 목 졸려 죽었다.슬픔에 젖은 잉카인들은 분노에 떨며 뿔뿔이 흩어졌다.그들 대부분은 밀림으로 숨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황금을 숨긴 파이치치로 갔다.
1540년 피사로는 파이치치와 대서양쪽으로 나가는 길을 찾으려고 탐험대를 만들었다. 그는 자기 동생 곤잘로 피사로를 대장으로 삼아 군인 200명과 원주민 4,000명을 보냈다. 안데스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나아간 탐험대는 밀림을 헤매다가 여덟 달 만에 물줄기 하나를 찾았다. 아마존 상류 나포 강이었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치자 피사로는 오레야나로 하여금 밀림을 정찰하고 먹을 것을 구해 오라고 명령했다. 오레야나는 병사 70여 명을 이끌고 강을 따라 내려갔다. 자꾸 가니 큰 강이 나타났다.
지친 몸으로 노를 젓던 오레야나 일행은 도중에 여자들만으로 된 인디오들을 만났다. 그 여자들은 밀림 속을 누비며 활을 쏘아댔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오레야나는 그 여자들이야말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구의 끝에 사는 용맹스러운 아마존’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이 강은 아마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오레야나는 끝내 대서양까지 나아가 카리브 해에 있는 스페인 땅으로 돌아갔으나 열여덟 달이나 그를 기다리던 피사로는 지치고 말았다. 그 사이 원주민들은 뿔뿔이 달아났고,스페인 군인도 반 넘게 죽어 탐험대는 빈손으로 쿠스코에 돌아갔다. 그 뒤로 500년이 흐르는 동안 파이치치를 찾아 안데스산맥 동쪽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탐험과 발견의 야만성
엘도라도,파이치치,마노아….아마존에 이처럼 황금에 관한 전설이 많은 것은,아마존이 유럽인들에게 수탈당한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유럽인들은 신세계에서 온갖 산물(産物)과 보화를 약탈하고,잉카·아스테카 왕국과 그들의 문명을 멸망시켰다.그리고 카리브해에 있는 섬들과 아마존 유역에 사는 인디오들을 씨를 말릴 정도로 살육했다.‘황금을 찾아서’라는 가슴 설레는 모험담의 이면에 ‘탐험’이라는 허울을 씌워 저지른 ‘빼앗음’의 역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아메리카 탐험사에서,가톨릭 수도사를 앞세운 스페인군은 가는 곳마다 십자가를 세우고 하나님과 국왕을 찬양한 뒤 인디언 마을을 짓밟았다.그들은 인디언들에게 다짜고짜 하나님을 믿으라고 윽박질렀는데,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불태워 죽였다.
1539년 플로리다에 상륙한 에르난도 데 소토는 인디언들을 겁주려고 신대륙에 없었던 결핵·천연두·홍역·콜레라를 퍼뜨렸다.죄없는 인디언들은 영문도 모르고 벌레처럼 죽어갔다.결국 콜럼버스가 처음 서인도 제도에 상륙했을 때 100만을 헤아리던 카리브 지역의 인디언은 50년이 지나자 5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존강 유역의 인디오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어떤 조사에 따르면,푸투마요강 유역에서는 1900∼1911년 고무 4000톤을 생산하는 데 동원된 인디오 가운데 3만명이 죽었다고 한다.근 100년 동안 아마존의 인디오 부족은 무려 90개가 사라져 버렸고,나머지 20여부족도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한때 500만∼600만을 헤아리던 인디오들은 오늘날 겨우 2만명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존의 인디언들은 문명 세계와 동떨어져 살아온 덕분에 인간이 애초에 가졌던 착하고 순박한 마음씨를 그대로 지녀왔다. 무더위·폭우·맹수·독벌레 등 혹독한 자연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해온 이들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문명인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스페인의 탐험이 실패로 끝난 뒤로 수백년 동안 잊혀졌던 아마존은 19세기에 들어서자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브라질 상인들이 밀림에서 황금보다 더 값진 고무나무를 발견하면서부터다. 방수 신발을 비롯해 고무로 만든 온갖 제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1888년에 존 보이드 던롭이라는 사람이 공기 타이어를 만들어 내자 고무값은 30배나 뛰었다. 화물선들이 아마존강을 거슬러 마나우스항으로 몰려들었고,고무를 채취하고 배에 싣기 위해 숱한 인디언이 노예로 잡혀 왔다.
몇천명밖에 살지 않던 마나우스항구는 갑자기 세계에서 제일 부유하고 사치한 사람들이 5만명이나 사는 도시로 바뀌었다.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탈리아 대리석과 프랑스 가구를 유럽에서 들여왔고,비단옷을 유럽의 세탁소로 보냈다. 고무나무 씨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유출되는 바람에 마나우스의 번영은 30년 만에 끝났다. 그러나 그 30년 동안에 아마존의 인디언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백인들은 밀림에 고무농장을 세우고 인간 사냥꾼을 동원해 인디언을 마구 잡아들였다. 인디언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고무나무에서 즙을 받으려고 날마다 10㎞가 넘게 밀림을 헤매다 죽어갔다. 백인들은 이들을 채찍으로 갈기거나 며칠씩 나무에 비끄러매어 두었다. 맹수와 독사가 들끓는 곳에 사람을 묶어둔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짓인가. 그뿐이 아니었다. 농장주들은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할 때 인디언들을 나무에 묶어 표적으로 삼고 총을 쏘면서 즐겼다. 또 모기약이라고 속여 인디언들의 몸에 석유를 바르게 하고는 불을 붙여 타죽는 모습을 구경했다.
*사진: 잉카의 후예들 by 디지털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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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저 돋보기 가지러 가요~~~~@@~//근데 마지막 글 문장은...ㅠㅠ 진짜 잉간들이!!!! 인간의 잔인함이란....-.-
엘도라도를 찾는 건 인간의 자유라지만,어찌 이렇게 동물적 잔인함..인과응보로 지들도 당했으리라 믿고 싶네요.ㅉㅉ
옛날에 미션 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포루투칼이 브라질을 침략할 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습니다..거기서도 이와같은 잔인함이 나와 전율했었는데..미국의 인디언 이야기도 그렇고.. 인간의 선악의 양면성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디즈니 만화영화 <쿠스코 쿠스코><엘도라도>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