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일과 1박용 소형배낭
소형배낭 중에서도 용량에 따라 배낭의 쓰임새나 구조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근교 당일 워킹산행을 위해서라면 도시락이나 간식, 오버재킷, 보온병과 수통 등을 담을 25∼30리터짜리 배낭이면 알맞다.
반면 암벽 리지 등 전문등반을 할 경우에는 지참해야 할 장비들의 부피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자일, 카라비너 등 암벽등반 장비와 오버재킷과 도시락까지 넣으려면 소형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40∼45리터 정도는 돼야 쓸만하다.
25∼30리터 용량이 등산 외에도 학생들의 가방 대용으로, 일상의 나들이용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반면, 40리터 이상의 소형배낭은 암벽이나 리지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이 특히 선호하고 있고 이 외에도 봄, 여름, 가을의 가벼운 1박2일 산행 때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용량이 40리터 이상 되면 종전에는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어택형으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점차 냅색형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어택형 배낭이 깊숙이 든 물건을 꺼내기 위해 배낭 속 물건을 전부 쏟아내야 하는 단점을 지닌 반면, 냅색형은 배낭 전면에 지퍼가 달려있어 필요한 물건을 아무때나 쉽게 꺼내고 넣도록 제작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형배낭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용도가 다양한 만큼 선택 기준도 까다롭다. 대형·중형 배낭의 제일 선택기준이 기능성이라면, 소형배낭은 기능과 디자인, 색상 등을 복합적으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형배낭도 등판구조가 중요
일요일 근교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에는 등판이 없어 축 처진 배낭을 메고 가는 이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소형배낭에는 아예 기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디자인이나 색상 정도만 보고 대충 고르거나 배낭을 물건이나 담는 주머니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소형배낭에도 기능이 있다. 소형배낭을 구입할 때는 등판과 멜빵, 주머니, 각종 다용도 고리 등 소형배낭에 기능성을 더해주는 장치들을 조목조목 따져볼 일이다. 배낭이 아무리 가벼워도 일단 메어 보아 불편하면 장시간 산행할 경우 피로가 가중된다.
배낭의 착용감이 좋으냐 나쁘냐는 우선 등판과 멜빵의 구조가 좌우한다. 무게중심이 등 한가운데 오도록 설계되고, 혹 배낭 속의 날카로운 물건이 등을 자극하지 않도록 등판에는 쿠션이 알맞게 들어가 있는 것이라야 한다. 40∼45리터짜리 소형배낭이라면 등판 구조가 중형 배낭 수준은 돼야 한다.
소형배낭의 등판구조는 두께 5밀리미터 이내의 한 장의 플라스틱 프레임을 대고 딱딱함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성이 있는 패드를 대고 둘을 박음질해 접합시킨 형태이다. 등판의 지지력을 좀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위의 기본 등판 구조에 일자형의 강철이나 V자형 혹은 U자형의 탄력있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끼워넣는다. 알루미늄 소재는 탄력성이 좋아 배낭을 멨을 때 굴곡진 등에 배낭이 잘 달라붙고 짐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착용감을 한결 높여준다.
등판과 멜빵의 상호 작용이 중요 프레임이 ‘V’ 혹은 ‘U’자형인 것은 무게 중심이 등 한가운데로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등판에는 배낭을 멘 사람의 어깨가 결리지 않고 배낭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쿠션용 스펀지를 덧댄다. 그러나 쿠션 스펀지는 오래 산행하다 보면 땀이 나 등이 젖어버리기 일쑤. 제조업체들은 등판 시스템의 편안함 외에도 쾌적함도 추구하기 위해 탄성이 우수한 고무망사를 사용함으로써 땀 배출이 보다 원활히 되도록 고안하고 있다.
등판 구조가 좋은 배낭은 멨을 때 배낭이 등에 착 달라붙는다. 여기에 배낭의 착용감을 더욱 안정감있게 해주는 것이 멜빵이다. 멜빵은 일명 ‘성형 멜빵’, ‘인체공학 멜빵’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 사람이 배낭을 멨을 때 멜빵이 어깨에 걸쳐지는 모양대로 멜빵을 제작한 것. 멜빵은 대개 S자형으로 디자인해 배낭을 멘 상태에서도 어깨나 몸놀림이 맨 몸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주머니와 기타 부속 장치들 어택처럼 뚜껑이 달려있지 않은 소형배낭에서 주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배낭의 앞, 옆에는 각종 크기의 주머니가 부착돼 있는데 이때 주머니의 형태나 색상 등은 디자인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주머니는 크고 많을수록 좋지만 잘못하면 조잡해보일 수 있으며 산행중 나뭇가지에 걸려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머니 모양이 단순하고 크기도 적당해야 맵시가 있다.
주머니 용량이 한정된 만큼 용량을 늘이기 위해 주름을 넣는 것이 있다. 또 망사주머니는 자주 쓰는 물건을 금방 찾고 꺼낼 수 있어 편리하다. 등산용 소형배낭의 주머니는 지퍼로 개폐장치가 달린 것이 대부분. 만약 백패킹을 하거나 여행할 때에는 개폐 장치가 없는 개방된 주머니가 휴대품이나 책 등을 넣기가 편할 것이다. 배낭의 외부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고리들이 부착되어 있다.
웬만한 배낭에는 등판 위쪽 가운데에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는 배낭을 들기 위한 것. 배낭 앞판 아래쪽에 달린 고리는 피켈 걸이용 고리. 피켈을 꽂았을 때 위로 향하는 피크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피켈 꽂이용 주머니가 앞판에 달린 배낭도 있다. 수통고리, 헬멧을 다는 삼지점 고리, 매트를 배낭 아래에 달 수 있는 스트랩 고정장치 등 실로 작은 배낭이지만 고리의 종류와 쓰임새는 다양하다.
또한 당일용 소형배낭 가운데에도 레인커버가 내장된 제품이 있는데 이런 작은 장치가 등산이나 여행을 아주 편하게 해준다. 봄산행을 위해 창고에 넣어둔 배낭을 한번쯤 꺼내보고 손질을 할 때이다. 혹 주머니나 자루나 다름없는 배낭뿐이라면 이 기회에 봄맞이용 소형배낭 하나쯤 장만해 볼 일이다. 등판구조, 곡선형 멜빵, 주머니, 색상을 잘 고려해 맵시있는 배낭을 고른다면 틀림없이 안목있는 산꾼이란 칭찬을 들을 것이다.
2. 중형배낭 산을 좀 오래 다녔다는 사람이라면 20∼30리터의 소형배낭에서부터 멨을 때 머리께에 올라오는 60리터 이상의 대형 배낭까지 크기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중·대형 배낭마다 각각의 용도가 있지만 효용 가치가 높은 것은 역시 중형이다.
중형 어택형과 냅색형 배낭의 특징중형배낭은 2박3일 산행에 필요한 짐이 들어가는 50리터 전후의 크기다. 용량 범위가 작게는 45리터 크게는 55리터 가량 되는 배낭은 모양이 어택형과 냅색형 두가지다. 어택형은 통자루 모양으로 배낭을 꾸려 멨을 때 안정감이 있고 걷는 동안 나뭇가지 등에 걸려 방해받지 않도록 배낭 겉면에는 피켈 고리 등 최소한의 보조 장치만 달려 있다.
또 운행중 자주 쓰는 물건을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주머니가 달린 배낭뚜껑 즉 헤드를 갖추고 있다. 반면 냅색형은 주머니 모양으로 배낭 전면에 자크가 ∩형으로 박음질되어 있어 암·빙벽 등반중 필요한 장비를 꺼내기 편하도록 설계되었다. 또 겉에는 자일 등을 넣는 다용도 주머니, 피켈 고리, 각종 등반장비를 걸 수 있는 웨빙 고리 등이 지저분할 정도로 많이 부착되어 있지만 모두 쓸모 있는 장치들이다.
중형 배낭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이제 자신에게 어떤 형태의 배낭이 필요한가는 자신의 산행 타입을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즉 장시간 걷는 워킹산행 위주라면 어택형을, 암벽 혹은 리지등반 위주라면 냅색형을 고르면 된다. 중형배낭에 2박3일 분량의 의식주를 넣을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5∼20킬로그램의 무게가 나온다. 산행이 일정한 무게의 짐을 등에 업고 가야하는 활동임을 감안하면 배낭이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져야 한다.
무게는 감수하더라도 배낭을 멨을 때 착용감이 편해야 하는데 이는 신체와의 접촉 부위인 배낭의 등판 구조가 좌우한다. 이런 면에서 어택형은 워킹산행에 적합한 등판구조를 최우선으로 설계한 배낭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냅색형은 사용자의 산행 타입과 편리함을 고려해 탄생된 변형형태다. 그러나 산행을 하다보면 막상 어택형과 냅색형을 엄격히 구분해 쓰기란 쉽지 않다. 다만 중형배낭은 일정 용량의 한계가 있는지라 이 점을 이용해 제조업체들은 냅색형에도 어택형과 같은 프레임을 넣은 등판구조를 적용함으로써 장기 워킹산행에서 냅색형을 쓸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중형배낭만의 융통성이다.
인체공학설계 ‘X형 등판구조’ 좋은 배낭이란 멨을 때 마치 사람을 업은 것처럼 등에 착 달라붙고 짐 무게가 어깨와 엉덩이 쪽에 골고루 분산되는 것이라야 한다. 사람이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다.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몸의 움직을 배낭이 수용해서 서 있을 때처럼 배낭이 등에 편안하게 붙어다녀야 한다. 이는 대형 배낭에서는 더욱 요구된다.
열쇠는 배낭의 등판구조에 달려 있다.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등판구조는 신체의 움직임을 따져보아 인체공학에 근거해 개발했다는 ‘X형 서스펜션 시스템(X suspension system)’ 혹은 ‘위시본 힌지(돌쩌귀) 시스템(wishbone hindge system)’이다. 사람이 걸었을 때 어깨(팔), 허리, 엉덩이(다리)의 움직임을 X형 구조로 본 것이다.
X형 구조의 원리는 즉 오른팔이 앞으로 나가면 왼쪽 다리가 나가고, 왼팔이 앞으로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걸을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동작이 바로 이것이다. 제조업체는 이런 X형 시스템을 등판 구조에서는 V형 프레임과 힙벨트의 결합 구조로 실현시키고 있다.
즉, 왼팔과 오른팔이 각각 앞으로 나갈 때마다 인체의 등이 배낭에 닿는 모양을 V자형으로 보고 등판 속에 좁고 기다란 두장의 프레임을 V모양으로 댔으며, 축의 중심이 되는 허리에 힙벨트를 둘러 엉덩이의 움직임을 힙벨트가 받쳐주도록 한 것이 원리다. 어깨와 엉덩이의 움직임을 등판과 힙벨트가 수용하여 배낭과 몸이 늘 붙어다니게 되며, 어깨에 걸린 배낭 무게 역시 허리쪽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등에 달라붙는’ 등판구조를 실현시키는데 한몫 하는 것이 멜빵의 역할이다. VAT(various adjustable trekking) 시스템 즉 ‘조절형 멜빵’은 사람마다 등길이가 각각 다른 것을 감안, 이를 자신의 체형에 맞게 멜빵 전체를 상하로 움직여 어깨와 힙벨트의 위치를 맞춘 다음 멜빵을 고정토록 한 것이다. 배낭을 구입할 때 멜빵의 상하조절이 가능한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멜빵의 모양이나 소재 또한 착용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멜빵은 배낭을 멨을 때 어깨에 걸리는 모양대로 곡선으로 디자인한 ‘커브 멜빵’이 좋다. 일자형의 멜빵이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다. 30리터 이하의 소형배낭에서도 커브 멜빵을 추구하고 있다.
등판 구조가 배낭의 무게를 분산시킨다고는 하지만 일차로 어깨에 걸리는 부담을 무시 못한다. 이때 멜빵 속에 든 스펀지의 재질 또한 중요하다. 과거에는 장기산행을 몇번만 다녀온 후 멜빵이 납작해져버린 배낭을 그냥 메고 다녔지만 요즘엔 고탄력을 오래 유지하는 성능 좋은 스펀지가 많이 사용된다. 또한 스펀지를 감싼 멜빵의 겉감도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옷이나 속살을 상하지 않게 하고 멜빵이 옷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제품도 나온다.
배낭의 외부 부속 장치들 등판의 통풍 장치와 허리댐판, 배낭 전면의 각종 고리와 수납 주머니들, 헤드의 주머니와 레인커버, 바닥쪽의 매트리스 고정용 웨빙테이프 등이 대표적인 배낭의 외부 부속 장치들이다. 등판에는 푹신푹신한 스펀지를 대기 때문에 등에 땀이 차기 쉽다.
간혹 제조업체들의 제품 카탈로그를 보면 AFS(Air Flow System)니 ACS(Air Circulation System)니 하는 용어들을 보게 되는데 등판의 통풍 장치를 말한다. 기본 등판 위에 조각낸 스펀지에 망사를 한겹 씌워 덧대는 방식이다. 힙 벨트의 허리부위에 스펀지를 댄 것이 있다. 이는 힙 벨트를 맸을 때 등판과 허리 사이에 생기는 빈 공간을 스펀지가 메꾸어줌으로써 배낭을 몸에 더욱 밀착시키기 위한 것인데 인체공학을 추구한 보조장치다.
어택형의 단점은 넣는 순서에 따라 물건을 꺼내야 하는 점이다. 부피가 큰 침낭은 별도로 꺼내고 넣을 수 있도록 배낭 하단에 지퍼 장치를 설계한 것이 있다. 짐 싸기도 한결 수월해지고 시간도 한결 절약된다. 배낭 전면에는 자일용 주머니와 날카로워 찌를 우려가 있는 피켈용 주머니가 달린 것이 있다. 암·빙벽 등 전문 등반을 고려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속 장치다.
가이드북이나 열쇠를 넣는 작은 주머니를 배낭 내부에 달아놓기도 한다. 중·대형 배낭에서 침낭커버도 점차 필수적인 부속 장치로 등장하고 있다. 헤드에서 꺼내 덮거나 배낭 밑바닥에서 꺼내 덮어 올리도록 달려있어 비가 올 때 유용하다. 산행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것이 배낭이다. 배낭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산행길이 즐거울 수도 고생길이 될 수도 있다. 겉모양보다는 튼튼한 것으로 메어 보아 편한 것으로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할 일이다. 바래고 헤진 후에라도 지기 편한 배낭이야말로 둘도없는 산행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북한상성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