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거행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5대 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축복식은 베네딕도회다운 수도생활 쇄신을 통해 새로운 노래를 부르며 선교사명에 투신하겠다는 전 회원들의 일치된 다짐의 자리였다. 동시에 제5대 덕원 자치 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직 승계 승인 발표를 통해 1949년 5월 폐쇄된 덕원 자치 수도원구와 함께 연길교구에 대한 깊은 연대를 표명한 자리였다.
▲ 주례주교인 조환길 대주교와 주교단, 사제단, 왜관수도공동체는 박현동 아빠스가 제대 앞에 엎드린 가운데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서, 덕원 자치 수도원구의 사목자로서 새로운 여정을 걸어갈 신임 아빠스를 위해 모든 성인의 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
▲ 박현동 아빠스가 왜관수도원 본원장인 김종필 신부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덕원 자치구장 서리직 승계 ○…말씀전례 후 열린 축복예식은 본원장 김종필 신부가 지난 5월 7일 선출된 박 신임 아빠스를 주례인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에게 소개하고 덕원 자치 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승계 승인 공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개막. 교황청은 이 공문에서 2005년 왜관수도원 장상이 덕원 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직을 당연 승계토록 한 바 있어 박 아빠스는 5월 7일 선출과 동시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승인을 받아 서리직을 승계, 한국 주교회의에 정식회원으로 참가하게 됐음을 선포.
이어 박 아빠스는 조 대주교 앞에서 교회법과 수도규칙에 명시된 장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서약하고, 수도형제들과 사제단, 주교단, 평신도 등 1500여 명이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제대 앞에 엎드려 천상 교회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왜관수도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서, 덕원 자치 수도원구를 책임진 사목자로서 참된 수도생활의 여정을 걸어갈 것을 다짐.
수도형제들과 일일이 평화의 인사 ○…조 대주교는 축복예식의 절정인 축복기도를 통해 새 아빠스에게 장상직 수행에 필요한 지혜와 열정, 사랑을 내려주실 것을 하느님께 간구한 후 사부 성 베네딕토의 가르침이 담긴 수도규칙을 수여하고 중용의 정신과 분별의 지혜로 수도형제들을 돌볼 것을 당부. 또 성 베네딕도회 아빠스들이 사도좌 특전으로 11세기부터 주교 복장을 착용해온 관례에 따라 박 아빠스에게 수도공동체와의 신의를 표시하는 반지와 교회 상급 장상임을 표시하는 모관을 수여. 전임 수도원장인 이형우(시몬 베드로) 아빠스도 목자의 책임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박 아빠스에게 물려주고 포옹. 축복예식은 박 아빠스가 조 대주교를 비롯해 함께한 주교단 20여 명 및 사제단 80여 명, 수도형제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끝나고, 계속해서 성찬전례가 거행됐다. 수도원 최고령자 이석철(미카엘) 수사와 막내 문정재(베드로) 지원형제, 박 아빠스의 부친 박팔수(암브로시오, 70)씨와 모친 김순연(데레사, 69)씨는 전례에 쓰일 제병과 포도주를 봉헌.
수도원의 밑거름으로 ○…미사에 이은 축하식은 왜관본당 순심유치원생들이 박 아빠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 아빠스의 출신 본당인 대구대교구 울릉도 도동본당 사목회 김영윤(아나니아, 55) 부회장은 도동본당 신자들의 영적 선물을 담은 기념패를 증정. 축복식은 젊은 수도형제들이 새 아빠스를 모신 기쁨을 시편 23편을 모티브로 삼아 더글라스 놀만 곡 '목자의 노래'에 담아 노래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
「분도통사」를 집필한 요한네스 마르(72)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종신교수는 축사에서 "덕원과 연길수도원 순교자들의 빛으로부터 큰 힘은 받은 왜관수도원은 앞으로도 지역 교회 안에서 선교 베네딕도회로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재단사무국장 유영희(막달레나) 수녀도 "신임 아빠스님의 인간적 풍요로움과 포용력, 훌륭한 성품이 선교베네딕도회로서 왜관수도원이 제 역할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박현동 아빠스가 걸어온 길 울릉도 '섬 소년'이 아빠스가 됐다. '영적 스승 내지 아버지, 지도자'를 뜻하는 아빠스직을 맡게 된 박현동 신임 아빠스는 1970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4세에 불과하다. 젊은 만큼 '새로운 노래'가 기대된다.
1992년 1월 왜관수도원에 입회하기까지 박 아빠스는 경북대 응용화학과를 다니며 아마추어 무선통신에 취미를 둔 평범한 공학도였다. 대학시절 대구 대명동성당에서 주일학고 교리교사를 지냈는데, 그곳에서 성소를 느꼈다. 한국 인권 운동의 대부 허창수(본명 Herbert Erich Wottawah) 신부, 평생을 성경과 수도생활 강의와 피정 지도, 수도자 양성에 바친 진문도(Joseph Wilhelm Timpte) 신부 등이 삶의 모범으로 그에게 성소의 씨앗을 뿌린 것.
왜관수도원을 찾자마자 '여기가 내가 살 곳이구나' 싶었을 만큼 수도회에 반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수도자의 길을 걷는다. 1997년에 첫 서원을, 2001년 종신서원을 하고 그해 10월 사제품을 받은 박 아빠스는 6년간 비서와 청ㆍ지원장으로 재임했다. 1996년엔 수도회 봉쇄구역을 소개하려는 취지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한국 가톨릭단체로는 최초로 인터넷 누리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대기업도 누리방을 안 만들 때였다.
이어 로마로 유학을 떠난 그는 교황청 라테라노 대학에서 교회론을 전공했으며, 수도회 요청에 따라 시복시성청원인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유학 이전까지만 해도 '일 중독자'였던 그는 로마 성 안셀모수도원에 살며, 또 방학이면 유럽 각국 수도원으로 다니며 수도생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007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830㎞ 순례여정은 그를 수도자적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끈다. 2011년 귀국한 박 아빠스는 대수도원장 피선 직전까지 왜관수도원 수련장과 유기서원자 책임자, 시복시성 위원을 맡았고,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평의원과 시복시성 조정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한국 남자수도회 장상협의회 수련자교육전문위원장도 지냈다.
한국 베네딕도회의 새 영적 아버지로서 박 아빠스는 왜관수도원이 '영적 오아시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또 소임보다는 수도생활에 집중하자는 이덕근(1985~95년 재임) 아빠스 이래의 수도생활운동의 결실을 거두겠다고 한다. 나아가 '경청하는 아빠스'로서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사부 성 베네딕토의 영성을 전파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첫댓글 젊으신 아빠스께서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에 큰 변화를 일으키시겠군요!
네 서시몬 형제님 고우신 흔적에 감사 드립니다,
미소 가득한 6월의 마지막 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좋은 소식 올려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학창시절 왜관그수도원은 방학때 우리가 도처 성당에서 온 형제자매와 산간학교를 했던
추억어린 장소였지요.
네 엠마누엘라 자매님 고우신 흔적에 감사드립니다^
학창시절 왜관수도원에서 좋은추억이 있으셨군요^
미소가득한 주일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