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오천항은 천수만을 앞에 두고 있는 어항이다. 좁은 바다가 내륙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다. 그 좁은 바다의 내륙 쪽 끝은 광천이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천항은 바다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목에 있어 예부터 상업적, 군사적으로 주요한 항구였다. 조선시대에는 충청수영이 있어 한반도 중부 해안 지역의 군사 요충지로 쓰였다. 지금은 그다지 큰 항구는 아니다. 항구를 낀 마을도 크지 않다. 이 조그만 어항에서 한반도 키조개 생산량의 60% 정도를 감당한다. 천수만에서 나오는 키조개가 여기로 모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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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조개의 패주이다. 싱싱한 패주는 옅은 살색이며 투명하다.
2 바닷물에 넣어둔 키조개를 꺼내어 죽은 것을 솎아내고 있다.
3 오천항의 잠수기선들이다. 잠수기선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특이하게 큰 패주
키조개는 곡식을 까불 때 쓰는 키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전라도에서는 게지 또는 게이지, 경상도에서는 채이조개 또는 챙이조개라고 부른다. 충청도에서는 치조개라고도 한다. 내륙과 가까운 앞바다의 진흙에 박혀 산다. 조개껍데기의 뾰족한 부분이 진흙에 박히고 그 반대편의 둥그런 부분이 진흙 밖으로 나와 있다. 부화한 알이 15∼20일간 떠돌다가 바닥에 붙은 후 진흙에 몸을 넣으면 그 자리에서 3~4년을 살고 죽는다. 껍데기의 빛깔은 마른 상태에서는 회갈색이며 물에 닿으면 오색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짙게 변한다. 껍데기의 안쪽은 흑진주 광택이 나므로 진주 양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키조개는 여느 조개와 달리 큼직한 패주(貝柱)를 가지고 있다. 패주는 조개관자라고도 부른다. 패주는 조개가 자신의 껍데기를 열고 닫기 위해 만들어놓은 근육이다. 생물학적 용어로는 폐각근(閉殼筋)이다. 보통의 조개 패주는 작고 질기다. 보통의 조개는 ‘발’이라 부르는 근육을 껍데기 바깥으로 내밀어 이동을 하므로 패주와 같은 기타의 근육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키조개는 붙박이 생활을 하니 강한 근육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키조개에는 ‘발’이 안 보이며 패주는 작고 질긴 근육보다는 큼직하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패주를 흔히 ‘가이바시’라고 부르는데 일본어 かいばしら(가이바시라)에서 ‘라’가 떨어져나간 것이다.
잠수를 하여 잡는다
바다에 잠수를 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잠수기어업이라 한다. 그에 동원되는 배는 잠수기선이다. 잠수부에게 동력으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치가 있는 배라고 보면 된다. 이 잠수기어업은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우리 바다에 들고 들어왔다. 그 이전 조선의 어민들은 맨몸으로 잠수하여 해산물을 잡았다. 이를 나잠어업이라 한다. 제주 해녀들이 하는 일이 나잠어업이다. 키조개는 잠수기선으로 바다에 나가 잠수부가 해저에서 잡는다.
키조개는 수심 5~50미터의 진흙 속에 박혀 있으므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잠어업으로는 키조개 잡는 것이 어렵다. 그러니 일제시대 잠수기어업이 들어오면서 키조개 잡이가 본격화되었다. 초기 키조개 잡이는 남해안에서 이루어졌고 그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이 되었다. 서해에도 키조개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이다. 서해에서 키조개가 많이 나와도 한국인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가 일본에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시장에도 나오고 식당에서도 팔리었다.
바다에 보관한다
오천항에는 잠수기선이 20척 가까이 있다. 이들 배가 나가서 키조개를 잡아오는 기간은 한 달에 보름 정도이다. 물살이 약한 조금 기간에 잡는다. 잡아온 키조개는 그물망에 넣어 바다 한복판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가공을 하거나 판매를 한다. 바닷물 속에 담아놓으면 길게는 2개월 동안 산다. 7~8월 산란기에는 키조개를 잡지 못한다.
오천항에는 키조개 판매 업체와 키조개 식당들이 즐비하다. 항구에는 키조개 실은 배가 연신 들어오고 골목 곳곳에서는 키조개 다듬는 광경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봄에는 키조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오천항의 어민들은 봄 키조개 맛이 가을 키조개 맛보다 낫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봄에 많이 나올 뿐이며 사철 맛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의 어민들만 봄 키조개가 찰기가 있고 단맛이 더 난다고 하였다. 봄 키조개와 가을 키조개를 한 자리에 놓고 비교시식을 할 수 없는 일이니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조금의 차이가 있기는 있는 듯하였다.
이전 이미지 오색영롱한 키조개
물에 젖은 키조개의 때깔은 오색이 반짝인다. 껍데기 안쪽의 때깔은 더 고와 흑진주 양식용 조개로 쓰인다. 바다 밑에서는 뾰족한 부분이 진흙 속에 박혀 있고 둥그런 부분이 위에 올라와 있다. 한 자리에서 내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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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댕기넹
소주 생각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