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감성과 체험으로 만든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
소수자와 문화예술교육 - 문화복지를 가로지르는 문화교육
2004년 12월 12일(일) 3-6시 신촌 아트레온 갤러리토즈
주관 :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기금(문화예술교육허브사이트 운영단)
주최 : 문화관광부
후원 :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소수자와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열며
‘감동적 스토리’를 소비하는 사회
한국사회에는 노인, 여성, 장애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과 청소년, 빈민들, 정신장애, 탈북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로부터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 질서는 그들을 이상하게도 ‘소수자’로 명명한다. 그들은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만 인식될 뿐이고, 그 사회적 배려의 내용은 고작 먹을 밥과 머물 공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의 소수자는 그들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감동적 스토리의 구성부분일 뿐이다.
개인의 스토리 속에서 사회의 모순은 원만하게 봉합되고, 더욱이 스토리 생산과정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는 대변됨으로써 실종된다. 사회복지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주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등장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은 보육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 대상의 목소리가 드러난 적이 없다. 향유자는 단지 만족/불만족이라는 양자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발언의 권리를 전제하지 않는 교육이란 거짓이며 속임수다.
주체와 더불어가는 문화활동
“하위 주체 subaltan는 말할 수 있는가”는 질문을 떠올린다. 자신의 목소리가 식민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말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그들을 배제하는 사회질서와 충돌한다. 평화로운 질서를 문제시하는 만큼 소수자의 문화적 권리가 증진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그래서 소수자 문화교육의 문제의식은 문화를 ‘교양’이나 ‘미적활동’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통념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문화활동은 사회의 자율적 주체를 찾아가는 활동으로 재정의되어야 하고, 문화와 교육을 연관짓는 작업도 주체의 자율성을 증진하는 목적 아래서 재배치되어야 한다.
문화 활동은 표현의 권리를 인정하고 표현의 수단을 공유하며 표현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재정의하는 활동이다. 현 시대의 조건 속에서 문화가 경쟁의 도구이며 사회적 격차를 확대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통과 공유라는 문화적 공공성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작업은 더 강조되어야만 한다. 특히 문화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과 문화사회의 전망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주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드러나게 하는 문화활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풍부해져야 한다. 말하자면 문화복지의 문제의식을 분할하고 확대하는 전망 속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문화교육을 구상해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실천과 현장들
이번 워크숍에 초대된 사례들은 문화활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궤적을 잘 보여준다. 동네가 해체되고 있는 빈민지역인 만석동에서 아이들과 공연을 만들어 온 <기차길 옆 작은학교>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노력과 의미를 잘 정리해주고 있다. 절망과 무기력이 대물림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작은 노력을 통해 희망을 사고하게 한다.
다음으로 미디액트에서 진행한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은 미디어 접근권과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교육의 전망을 구체화하고 있다. 사회적 공공성에 충실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디액트는 한국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미디어 접근권과 생산권을 의제화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과 창작에 관한 이야기는 소수자가 가진 조건 속에서 보편적 문화권을 고려하는 시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 발제를 통해 장애인 복지의 문제의식이 확대될 수 있는 경로를 짐작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와 탈북청소년 아동 교육에 대한 <코시안 스쿨>과 <탈북청소년교실>의 사례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인종’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아동과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재인식하는 활동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사례들은 다문화 이해라는 문화상대주의를 넘어 삶과 생존의 주체로서 한국사회의 모순과 직면하고 있는 소수자의 현실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자료가 된다.
미래와 기대
이번 워크숍을 통해 문화가 사회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현장에서 문화활동의 싹을 일구어 온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공동의 활동 전망이 구축될 수 있으면 한다. 워크숍에 이어 열리는 소수자 문화교육 프로젝트 <달그락, 다른 목소리로> 전시에서는 좀더 체험프로그램 중심으로 실제 프로그램 활동 내용들이 보여지게 될 것이다.
이번 워크숍은 많은 개인과 단체들을 만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아르떼 스텝들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아르떼 운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문화와 교육에 관해 숙고할 기회가 있어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2004년 12월 12일
전효관 (아르떼 기획운영단장,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