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당에 그리 크지 않은 별채가 있다. 별채 자체의 불길하고 음침한 외관은 이 나라의 병원과 감옥의 건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안은 병원의 허섭스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질식할 듯한 악취를 풍긴다. 허섭스레기들 위에는 늘 군인 출신 문지기 니끼따가 있다. 더 들어가면 파란 환자복을 입은 사람 다섯이 침대에 앉거나 누워 있다. 모두 정신병자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질서를 사랑해서 <그들>은 맞아야 한다고 확신하는 니끼따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25년 동안 의학 분야에서 믿기 힘든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은 정신병자의 머리에 찬 물을 끼얹고 몸을 죄는 상의를 입히지 않는다.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심지어 신문에도 간혹 보도되듯이 그들을 위해 연극과 춤을 공연한다. 오늘날의 시각과 흐름이 그러한데, 6호 병동과 같은 추악함은 철도에서 2백 베르스따나 떨어진 이런 작은 도시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의사는 자신에게 묻는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의술은 발전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질병에 걸리는 것이나 사망률은 예전이나 마찬가지다. 정신병자들에게 춤과 연극을 보여 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훌륭하다는 비엔나의 병원과 그의 병원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6호 병동 거주자들 중 유일하게 외출이 허락된 모이세이까를 만났다. 자신에게 구걸하는 그에게 10꼬뻬이까 동전을 주었다. 환자의 맨발을 내려다보던 안드레이는 모이세이까의 뒤를 따라 별채로 들어섰다. 의사를 보자 니끼따가 벌떡 일어나 차려 자세를 취했다. 방금 환자에게 장화를 주어야 할 것 같다며 부드럽게 얘기를 시작하는데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의사가 왔다! 의사가 드디어 우리를 방문하셨다! 빌어먹을 자식!”
이반 드미뜨리치가 지금까지 병동 안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광기에 빠져 고함을 지르고 발을 굴러댔다.
안드레이 에피미치의 지시에 의해 6호 병동에 온 피해망상증 환자였다. 그는 부유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고, 어느 날 끌려가던 죄수의 모습을 본 후 그 자신도 족쇄를 차고 그들처럼 감옥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다가가 그를 진정시켰다.
“무슨 까닭으로 당신은 나를 여기에다 가뒀소. 당신들이 무식하게도 미치광이와 건강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해서 수십, 수백 명의 미치광이들이 자기 맘대로 나돌아다니지 않소. 병원의 모든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도덕적인 태도 면에서 여기에 있는 우리보다 훨씬 나쁜데, 대체 왜 우리는 여기에 갇혀 있고, 당신들은 그렇지 않은거요? 무슨 논리가 그렇소?”
얘기하는 줄곧 신경질적이고 적대적이었지만,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지적이고 흥미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회가 나는 대로 그에게 다시 한 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이반 드미뜨리치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누워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말을 걸자 베개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라면 스파이 짓을 하며 이것저것 캐물어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여기서는 안 될걸. 당신이 왜 왔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어.”
“이상한 상상입니다!” 의사가 가볍게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소. 따뜻하고 아늑한 서재에서… 게다가, 훌륭한 의사한테 두통을 치료받는다면…. 여기는 너무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이 혐오스럽다고!”
“따뜻하고 아늑한 서재와 이 병동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사람의 평화와 만족은 외부가 아니라 그 내부에 있으니까요. 인생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속에 진정한 기쁨이 있습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그러시겠지! 하지만 당신은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야. 당신도 고통을 당해봐야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성적인 이해니 하고 충고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될 겁니다.”
대화는 계속되었고, 안드레이 에피미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그는 별채를 매일 드나들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6호 병동을 찾아간다는 소문이 금세 병원에 퍼졌다. 그의 행동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도 주위의 은밀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그와 마주치면 그를 미심쩍은 듯이 바라보고 나서 서로 뭐라고 속삭였다. 사무장의 딸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는데 그를 피해 슬그머니 달아났다. 8월에 열린 위원회조차 자신의 정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열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는 모욕과 분노를 느꼈다.
1주일 후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쉬라는 제안을 받았다. 퇴직하라는 뜻이었다.
평소 월급에 반을 책 사는데 썼던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더 이상 책을 살 수도 없었다. 그는 20년이 넘게 근무했는데 연금도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는 모욕감에 상실감을 느꼈다.
동료 의사 호보또프가 그를 자주 찾아왔는데 그는 안드레이 에피미치를 메스껍게 했다. 어떤 날은 갑자기 물때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무섭게 두근거렸고, 결국 고함을 지르며 그를 쫓아냈다.
안정을 되찾자 의사는 밤새,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 사물들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와 철학적인 평정은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다음 날, 호보또프는 당신이 진료할 환자가 있다며 안드레이 에피미치를 6호 병동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청진기를 가지고 오겠다며 사라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니끼따가 환자복을 줄 뿐이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 소리 않고 니끼따의 지시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새 옷을 입은 자신이 죄수 같다고 느껴졌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일어나 환자복을 입은 의사의 모습을 보고 환영한다며 빈정거렸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창문으로 가서 어두워진 밖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무서워졌다. 니끼따에게 잠시 걷고 싶다며 나가기를 청했고, 니끼따는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다. 갑자기 이반 드미뜨리치가 소리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도 그에 힘을 얻어 온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열란 말이야!”
계속되는 외침과 이반 드미뜨리치의 폭언에 니끼따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안드레이 에피미치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 뒤로 등을 두 번 내리치는 것을 느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 역시 얻어 맞은 듯했다.
그러고 나서 조용해 졌다.
누워있던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벌떡 일어났다. 온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지르며, 니끼따와 호보또프와 사무장과 보조 의사를 죽이고 자살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슴에선 작은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다리도 꿈쩍할 수 없었다.
다음 날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누워서 침묵했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저녁 무렵 그는 뇌일혈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