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만나자. _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오늘 날씨가 꽤 덥다. 이런 날은 비라도 시원하게 내리면 좋겠다.
“자, 오늘은 이 책을 읽어줄게요.”
“와.”
아이들은 책 읽어주는 것에도 적응을 마쳤다. 이제는 책 읽어주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주에 한두 권 읽어주고 있다. 읽어줄 책 몇 권을 칠판에 세워두는 데 오늘 든 책은 <비 오는 날 만나요> 책이다.
“이 책 제목을 보면, 비 오는 날이죠.” 하며 책을 잠시 세워둔다. “비가 오면 무엇이 좋아할까요?” “텃밭요.” “그렇겠죠. 그리고 비가 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 좀 해 봐요. 비가 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관찰이요.”
“뭘 관찰할 수 있지?”
“지렁이요.”
“그렇겠네. 또?”
“식물요.”
“그래요. 풀이나 물방울도 볼 수 있겠네.”
“달팽이를 잡아서 두고서 만지며 봐요.”
“에이, 그건 아니다.” “그래. 그건 학대다. 인간이 즐기려고. 하하.”
이렇게 나누며 나온 이야기는
- 흙 (만지기, 밟기, 마을 만들기)
- 비 맞기(머리, 손, 팔뚝, 얼굴)
“비 맞기요.” “그런데 산성비 때문에.”
“에이, 괜찮아. 맨날 맞는 것도 아니고 조금인데. 걱정하지 마.”
- 먹기
- 비 모으기(우산, 병, 손바닥)
- 놀이(첨벙, 튕기기)
“모래 던지며 놀아요.”
“그건 안 돼. 위험해서 그건 안 돼.”
- 빗소리 듣기
- 그림 그리기(흙, 종이에 떨어진 비)
이렇게 할 게 많다.
“우와, 우리 비 오면 정말 할 게 많네요. 6월에는 장마도 지고 비가 많이 올 건데, 비 오면 수업 마치기 전에 일찍 나가서 비 맞고 놀아요.”
“네.”
“참, 비가 오면 꼭 가져와야 할 게 있어요.”
“우산이요.”
“그건 당연한 거고.”
“…….”
“준비물로 이건 챙겨야 하는데. 비 올 때마다.”
“수건?”
“맞아요. 수건이죠. 비 올 때마다 나가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할 건데, 이렇게 좋은 것도 하다가 멈추고 교실에만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게 뭘까요?”
“…….”
“뭐냐면, 비 오는 날 잘 놀았는데 다음날 이런 전화나 문자가 오면 안 돼요. ‘선생님, 어제 우리 **이가 비로 감기가 들어 학교에 못 가요.’ 하는 문자나 전화요. 비 오는 날 신나게 놀아도 아프면 안 돼요. 비 오는 날 감기에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건으로 닦아요.”
“그렇지.”
“몸을 따뜻하게 해요.”
“그렇지. 수건으로 닦고 집에 바로 가야 해요. 그렇지 않고 젖은 옷으로 더 놀거나 다른 곳에 들리면 몸에 찬 기운이 들어와서 감기에 걸려요. 그러니 집에 가서 바로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 입고서 학원 가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해요. 이거 지킬 수 있을까요?”
“네.”
“그럼 우리 비가 오기를 기다려요.”
“네.” “아, 지금 비 오면 좋겠다.”
“이제 책 읽어줄게요.” 하고서 책을 읽는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 읽고 칠판으로 걸음을 옮긴다.
“글똥누기!” 하는 아이들이다. 책을 읽어주고서는 글똥누기에 기록을 남기는 게 이제 버릇이 되었다.
“그렇지.” 하고는 책 제목을 칠판에 쓴다.
“자, 시간을 3분 줄 터이니 글똥누기에 쓰세요. 다른 사람 생각을 깰 수 있으니 3분 동안은 말하지 않아요. 그리고 생각을 골똘히 하세요. 책을 들을 때 듣 생각, 내가 주인공이라면, 비가 내릴 때 있었던 일, 비 오면 하고픈 것 따위를 잘 떠올려 봐요. 그리고 그걸 글로 정성껏 담아내세요.”
나는 기타를 든다. ‘비 오는 날 일하는 소’ 노래를 부른다. 잔잔한 노래가 참 좋다.
첫댓글 영근샘의 수업은 참 따뜻합니다.
영근샘의 수업은 참 쉽습니다.
영근샘의 수업은 긴 여운이 남습니다.
영근샘의 수업은 아이들에게 다음을 기대하게 합니다.
지도안이 바이러스 먹었나봐요... 파일로 다시 올려 주세요
저희 반에도 토론의 따뜻함이 가득하기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