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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022목] 우정을 다지는 협력자 한국-베트남
베트남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응웬 밍 치엣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2001년 이뤄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은 베트남의 다섯 번째, 베트남은 한국의 네 번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들어섰다.
과거사의 앙금이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양국이 수교 17년 만에 이렇게 높은 수준의 관계에 이른 데는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난해 양국 교역이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 보여주듯,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 노력과 이를 일관되게 뒷받침한 정부 정책이 조화된 모범적 사례라고 볼 만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베트남 노동력의 유입이 활발한 데다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농촌으로 시집와 농촌의 가정과 경제를 동시에 떠받치고 있다. 촘촘하게 얽힌 인적 관계가 결코 가깝지 않은 양국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을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베트남 정치 지도자들의 판단력과 지도력이 빛난다. 어제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베트남의 자세는 결코 물질을 위해 영혼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자존심의 바탕이 되어야 할 토양부터 다지는 동시에 상대방의 반성을 전제로 과거를 털고 가자는 것이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가 입법 예고한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의 부주의한 문구가 베트남 정부의 반발을 삼으로써 확인됐듯, 그들은 역사를 잊고 있는 게 아니다. 상대방에 조르는 대신 원한 없이 냉정하게 기억함으로써 도덕적 부담을 안기는 외교적 선택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호치민 묘소를 찾아 헌화한 것은 당연한 절차이자, 이념 차이를 떠나 역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지도자를 기리려는 실용적 사고의 결과라고 본다.
아울러 양국 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우리가 더욱 성의 있는 자세로 베트남을 대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사회의 윤리적 관심과 주의가 더욱 절실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022목] 용산 참사, 도대체 누구에게 죄를 묻겠다는 것인가
검찰이 어제 ‘용산 참사’ 재판에서 농성자들에 대해 징역 8년에서 5년에 이르는 무거운 형을 구형했다.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진 것이 경찰관들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는 이유다. 검찰의 이런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과도 어긋나는, 가당찮은 억지다.
공판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용산 참사가 온통 농성자들 탓인 양 몰아붙이는 검찰 논리는 더는 통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애초 수사 결과 발표에서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망루 바닥의 시너에 옮겨붙어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특공대원 가운데 발화 당시 화염병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이는 아무도 없다.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린 게 아니라 망루 바닥이 꺼지면서 시너 통이 넘어졌다는 특공대원의 증언도 있었다. 민간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전문가들은 발화 지점이나 발화 원인은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인화성 물질의 유증기가 가득 차 있던 상태에선 발전기나 경찰의 전기절단기 등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전문가들과 소방대원들은 경찰이 진입하지 않는 것 말고는 화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이런 위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의 현장 지휘부는 망루 안에 인화성 물질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증언했다. 폭발성 화재의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모한 작전이었음을 자복한 셈이다. 진압 작전에 앞서 농성자들과의 협상은커녕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는 경찰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런 막무가내식 과잉 진압이 철거민 다섯과 경찰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은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비호하면서, 경찰 간부들의 직권 남용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농성자들에 앞서 정작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쪽에 대해선 눈을 감은 것이다.
검찰의 공소가 기각돼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검찰은 재판부의 명령에도 수사기록 3000쪽의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권력을 편들고 경찰 간부들의 과잉 진압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를 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당연하다. 이는 피고인들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가로막는 것일뿐더러 사법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다. 재판부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동아일보 사설-20091022목] 투자 뒷받침 없이는 무역흑자 大國오래 못 간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품(商品)수지 흑자액이 266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91억 달러 흑자로 6위에 그친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제쳐 눈길을 끈다. 현재 추세라면 연간 상품수지 흑자액이 일본을 너끈하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근 반세기 만에 상품수지가 일본의 고지(高地)를 넘어선 것이다.
상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통계작성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한국이 일본을 앞선 무역흑자 대국(大國)이 된 것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우리 원화 가치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 품목을 다양화, 고급화하는 노력도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수출 대상 지역을 글로벌 경제위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한 덕도 컸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경제의 안정 및 건전성과 직결된다. 어려운 여건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땀을 흘린 기업 임직원들과 관련당국의 노고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향후 기업 및 국가 경쟁력에 영향이 큰 설비투자 추이를 보면 흑자 추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생긴다. 상반기 명목 설비투자액은 43조81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설비투자액 비율은 작년 상반기보다 0.5%포인트 감소한 8.8%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적정 수준의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투자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무역흑자와 경상흑자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일자리 창출도 궁극적으로는 투자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인이 늘어나야 한다. 삼성전자 포스코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은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속에서도 시대를 앞선 과감한 투자로 오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정부와 시민사회도 민간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격려하고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울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20091022목] 신종플루 백신 접종, 정확한 정보 알리는 게 중요하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는 27일부터 내년 2월까지 전체 국민의 35%, 1716만명에게 신종플루 예방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접종 순서는 의료기관 종사자 80만명부터 시작해 11월엔 초·중·고 학생 750만명, 12월엔 생후 6개월~6세 영·유아와 임신부 400만명, 내년 1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 군인이 맞는 것으로 정해졌다. 당국은 확보된 백신이 많지 않아 주요 감염층과 사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群)을 우선해 접종 순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신종플루 환자는 3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20명에 이르렀다. 신종플루 사망과 합병증을 줄이고 집단 감염을 차단하는 데 백신보다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그러나 국민 3분의 1이 백신을 맞는 초유의 일인 만큼 혼선과 혼란을 줄이고 우선순위가 흐트러지지 않고 질서 있게 접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부터 알려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작용은 접종 부위 통증과 전신 피로감이 하루 이틀 가는 정도다. 다만 백신을 달걀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맞으면 졸도할 수 있다. 그 외엔 대부분 백신을 맞아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오해로 접종을 꺼리는 현상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병의원·보건소 예약제를 철저하게 실시해 대기시간과 혼잡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독감백신처럼 노인들이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바깥에 줄지어 떨며 기다리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없도록 해야 한다. 울산지역 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노인들 집을 찾아가 독감백신을 접종했던 것처럼 노인들에 대해선 방문 접종을 고려할 만하다. 우선순위를 어기고 백신을 맞으려 하는 사람은 의사들이 접종을 거부하도록 했다. 그러나 특별한 감시나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선 의료진이 책임감을 갖고 접종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플루 백신은 올해 처음 만든 것이어서 미처 파악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은 적어도 10만명이 넘는 접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접종 후 증상을 체크하고 이상 증세가 있으면 즉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도 체계적인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를 상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1022목] 10·28 재·보선 과열 도 넘었다
28일 실시될 5개 선거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과열을 넘어 혼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재·보선 지역에 살다시피하며 선거 과열을 앞장서 부추기는 후진적 행태야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 정권의 실세와 전직 대통령의 부인들까지 사실상 선거전에 가세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후보가 출마한 경남 양산의 옆 고장인 밀양을 찾았다. 오늘과 내일 경북 청도와 경산을 방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위로했다.
권익위 측이나 이 여사 측 모두 재·보선과 무관한 일정이라지만 곧이들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녕 무관하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일정을 변경했어야 옳다. 재·보선 지역 주변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이들의 정치적 무게다. 이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무차별 폭로와 근거 없는 비방, 인신공격 등 혼탁 선거의 단골 메뉴도 난무하고 있다. 어제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 특별당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지도부 3명을 고발하면서 고소고발전의 심지를 돋웠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의 정치인생과 계파간 권력구도를 걸었고, 친노진영은 정치적 재기의 가능성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야당의 기세에 한나라당은 집권 중반의 국정 동력을 잃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과열 선거판의 한 축에 섰다.
비어 있는 5개 국회 의석을 지역 주민의 뜻에 따라 채워 넣는 선거다. 지난 두 정부와 현 정부가 정권을 놓고 싸우는 선거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여야가 얻을 것은 의석이 아니라 국민의 냉소와 불신이다. 민심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022목] 공무원노조 위법행위 철저히 가려내 엄단해야
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해 합법노조의 지위를 박탈하고 노조사무실 회수 등 후속조치에 들어간 것은 해직 공무원을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만큼 당연한 결정이다.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등 다른 공무원 노조는 물론 이들이 합쳐 오는 12월 출범 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해서도 발족 과정과 향후 활동에서 불법 노동운동이 있다면 공무원 및 노동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嚴正)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법외노조로 전락한 전공노는 조합원 5만여명에 중앙과 지방의 공공기관에 125개의 지부를 둔 큰 조직이다. 2002년 법외노조로 출범했지만 2년 전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공무원을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끝내 따르지 않아 이번에 결국 불법단체화됐다. 노동부 등에 따르면 전공노에 가입한 해직공무원은 모두 90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공무원 단체는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인 만큼 고질적인 불법 관행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
전공노 자체가 오는 12월 통합공무원노조로 합쳐질 예정이고 일반 조합원들도 여기에 재가입한다고 보면 제재의 실효성은 물론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이며,불법 행위의 근절에 대한 정부의 단호하고 일관된 의지다. 그 첫 번째 관문은 전공노가 해직자 문제라는 위법 사항을 분명히 정리한 뒤 통합노조로 갈지 불법상태 그대로 갈지 여부가 될 것이며,이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대응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치와 함께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더욱 명확하게 규제하는 내용의 복무규정 개정안을 새로 입법예고한 점도 주목된다. 헌법과 공무원법에 이미 명시된 정치적 중립 원칙이 이렇듯 규정으로 또 만들어지는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기왕 다시한번 명문화된다면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무원노조 스스로 정치적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022목] 원화절상 압력 대응책 시급하다
주요 국가 간 환율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금의 원화가치가 적정수준이 아니라고 언급함으로써 그 불똥이 우리에게도 튈 조짐이다. 그의 발언이 최근의 환율하락세(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겨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버냉키 의장은 FRB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국가의 수출주도 경제구조 때문에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내수진작 노력을 주문했다. 그리고 한국경제의 회복과정을 설명하면서 "원화가치가 금융위기로 달러 대비 40% 떨어졌지만 아직 부분적으로만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일방적 무역흑자에 따른 무역 불균형에서 비롯됐고 이는 아시아 국가의 환율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그래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원화를 예로 들어 아시아 국가 통화, 특히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경이 어떻든 버냉키 의장이 원화를 특별히 거론한 것은 원화절상 압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환율공방이 글로벌 추세로 확산돼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오래 전부터 위안화 절상을 놓고 옥신각신해왔다.
유럽연합(EU)은 달러약세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안화 절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브라질도 자국에 들어오는 달러에 거래세를 물리기로 하는 등 환율공방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이 같은 통화전쟁은 각국이 경제위기 극복에 수출확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데 따른 것이다.
환율공방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환율하락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위축과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등이 출구전략을 가시화할 경우 수출위축 우려는 더 커진다. 따라서 경기회복세를 이어가려면 우선 환율하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여건상 환율하락이 불가피하다 해도 너무 급격한 변동은 막아야 하며 기업들의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 내수 활성화를 통해 과도한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유광종(논설위원)-20091022목] 동창
동녘의 창에서 사람은 여명(黎明)의 아스라함을 느낀다. 서늘한 북쪽의 창가에서는 세사(世事)로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햇볕 따사로운 남향의 창에서는 삶의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 해 질 무렵의 서쪽 창가에서는 찬연한 노을을 바라보며 ‘사라지는 것’의 장엄미를 반추한다.
창(窓)은 이래서 중요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는 사람이 복잡다기한 세상만사를 뒤로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장치다. 창이 있어서 생각은 다듬어질 수 있고, 시간에 쫓기는 삶은 잠시 숨을 고른다.
동양에서의 창은 예부터 학문 수련의 장소라는 의미를 지녔다. 옛 서당에서 학동들이 연습 삼아 쓴 글들은 ‘창고(窓稿)’ 또는 ‘창과(窓課)’로 불렸다. 같은 스승 아래에서 함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창우(窓友)’다. 또 이들의 우정을 ‘창의(窓誼)’라고 했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십 년의 힘겨운 공부에 매달릴 동안에는 찾아주는 이 없다가, 과거에 급제하니 세상이 모두 알아준다(十年寒窓無人問, 一擧成名天下知)”는 말이다. 없는 살림에 어렵게 공부를 이어간 세월을 ‘차가운 창’이라는 뜻의 ‘한창(寒窓)’으로 적었다.
학문을 연마하는 장소를 창문으로 부른 이유가 궁금하다. 이를 설명하는 자료는 마땅한 게 없다. 미루어 보건대 세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사람이 여유와 함께 청정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창문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동양 사회의 공부라는 것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보다 사람 됨됨이를 중시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같은 장소에서 배움을 함께한 사람은 그래서 동창(同窓)이라고 불린다. 중국 송(宋)대에 처음 그 용례가 보이다가 요즘의 현대 한자 용어를 집중적으로 번역한 일본에 의해 쓰임새가 많아졌다.
대원외고 등 일부 특수목적고 졸업생이 법조인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화제다. 자연스레 이들이 신흥 파워집단으로 올라서는 점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과거 일부 명문고 출신들이 보인 맹목적 학연(學緣) 중심의 결속 행태에 따른 걱정이다.
함께 공부한 그곳 창문의 의미를 되새겨 과거의 선배들이 보인 추태를 거부해야 이 시대의 진정한 엘리트다. 신흥 명문 출신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혈연·지연에 학연까지 다시 난무한다면 이 사회의 희망은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022목] 훈맹정음(訓盲正音)
‘훈맹정음’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듯, 시각장애인에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국내 최초의 한글 점자다. ‘시각장애인들의 훈민정음’으로 불린다.
격동기였던 구한말 조선에선 ‘구본신참’(舊本新參), 즉 ‘옛 제도를 근본으로 새 제도를 참작한다’는 수구파 정책에 아랑곳없이 교육, 의료 등 각 분야에서 개화의 물결이 봇물처럼 터졌다. 미국 선교사였던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는 의료분야에서 활약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평양에 국내 최초의 서구식 병원을 설립했고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고려대 의대 전신), 동대문병원(이화여대 부속병원 전신)도 그녀의 손을 거쳤다. 점자와 수화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적 중 하나다.
평양에서 의료사업을 하던 그녀는 오씨 성을 가진 보조원 딸이 앞을 보지 못하자 점자교육을 시작한다. ‘뉴욕포인트 시스템’이란 서구의 점자법에 한글을 적용했다. 국내 최초의 맹아교육이었다. 그러나 서구식 점자법으로 한글을 익히기에는 난관이 많았던 모양이다. 한글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이런 맹점을 극복하고 국내 첫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한 사람이 송암(松庵) 박두성(朴斗星) 선생이다. 그는 1913년 서울맹학교 전신인 ‘제생원맹아부’(濟生院盲啞部) 교사로 취임하면서 맹아교육에 전념했다. 일어 점자교육만 허용되던 시절, 그는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라는 비밀모임을 만들고 7년간 연구 끝에 ‘훈맹정음’을 완성한다. 1926년 11월4일의 일이다. 그 후 일제탄압에도 불구하고 <조선어독본>을 점자 출판했고, 1941년에는 점자 <신약성서>를 펴내는 등 문맹퇴치에 앞장섰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릴 만큼 업적을 쌓은 선각자였다는 평가다.
다음달 4일 국립 서울맹학교에서 ‘훈맹정음’ 읽기대회가 열린다. 송암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점자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첫 대회라고 한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22만8000여명으로, 이들 중 실제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1만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 ‘안 배우면 마음조차 암흑’이라는 선생의 말은 새길수록 절실하다. ‘점자책은 쌓지 말고 꽂아 두라’는 유언 역시 시각장애인의 영원한 지침이 되고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이새봄(사회부 기자)-20091022목] `서울대` 없는 서울대 국감
서울대 국정감사가 또 파행을 빚었다. 올해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10시를 넘겨 시작된 국정감사는 두 시간여 의사진행발언만 하다가 결국 질의없이 정회하고 말았다.
`서울대 국감`이 `정운찬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야당은 서울대를 상대로 정운찬 총리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를 따져 물었고 정 총리의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국감 내내 계속됐다.
의원들이 서울대에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왜 정 총리 관련 요청 자료를 주지 않느냐"였다. "서울대만 자료가 안 왔다", "피감기관이 국회를 무시한다", "당장 자료 제출을 해 달라"는 말만 메아리처럼 반복됐다.
서울대 국감 파행은 올해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전날 열렸던 서울시 교육청 국감에서의 앙금이 서울대 국감으로 불똥을 옮기며 공방이 계속됐다. 서울대 국감은 `서울시 교육청 국감 제2 라운드`로 둔갑했고 시작된 지 한 시간 만에 서울대 관련 질의 하나없이 막을 내렸다.
작년에도 며칠밤을 국감에 대비해 응답자료를 만들고 몇 시간씩 국감장 주변을 서성거리며 대기했던 서울대 보직교수들은 오늘도 안도의 한숨 반, 허탈의 한숨 반을 내쉬며 의원 없는 국감장을 맴돌아야 했다.
2년 연속 서울대 국감이 파행을 빚으며 정작 굵직굵직한 서울대 현안은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일정, 서울대 공대 세종시 이전 가능성 등 서울대 울타리를 벗어나 전체 국립대의 운명과 국토균형발전에 지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메인 요리`는 올해도 하나도 밥상에 오르지 못했다.
국민은 `서울시 교육청 국감 2라운드`나 `정운찬 국감`을 서울대 국감에서 기대하는 게 아니다. 서울대 국감은 서울대에 대한 질의 또는 적어도 대학교육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진행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