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추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요즘 내 고향 우리 동네(순천 옛 철도관사)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철도문화 마을’ 조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 난 그동안 옛 추억이 사라진 내 고향 내 마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으나,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니 그나마 고무적이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철도관사 마을은 과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철도직원과 가족들의 거처로서, 국내 최초로 철저한 도시계획에 의해 설계된 곳이다. 이 대규모 주택단지는 우선 친환경 도로와 미관이 수려한 연립型 기숙사, 목조 2가구 연립형 주택, 철도청 부속건물 등으로 이뤄졌다. 또 다른 시설로는 철도병원, 축구장, 정구장, 유도관(실내 체육), 실외 수영장, 철도매점(슈퍼 마켓) 등이 요소마다 설치되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조경은 빠뜨릴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수종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많이 분포된 나무들이였다.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전체 부지와 배치는 순천 봉화산을 배경으로 정남향이며, 완만한 비탈로 전망이 일품이다. 건물의 타입은 몇 가지 등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평면과 평수도 달랐다. 집과 집 사이의 울타리는 사계절 늘 푸른 사철나무였다.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네 중심부에 있었던 실개천이다. 주변에는 벚나무가 가로수처럼 식재되어 봄엔 만개한 벚꽃에 취하고,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큰 그늘이 되어줬고, 몹시 무더운 날에는 시원한 물놀이 장소로 적격이었다. 또 밤엔 여러 개의 작은 교량이 광장으로 변해 그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거나, 또 대화를 나누며 푸른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던 곳이다. 행여 요즘처럼 큰비가 와도 걱정은 없었다. 배수가 울트라급이었으니까. 62년 8월에 찾아온 대형 물난리에도 이곳만은 비껴가기도 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이랄까? 이 마을이 빠르게 개성을 잃어버렸다. 도시 현대화, 폭주하는 KTX만큼 빨랐다. 그 아름다웠던 목조주택들은 서양식 건물들로 뒤바뀌기고, 우리만의 쉼터 실개천도 무참히 복개되어 버렸다. 또 우리네 인심과 정서를 대변했던 푸른 사철나무 담장도 시멘트 블록과 벽돌로 장식화하였다. 그건 좋은 의미의 장식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마을을 메마른 터전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아! 내가 태어나고 뼈가 자란 이 마을. 조심스럽게 바란다. 맨 먼저 담장부터 낮추고, 실개천을 도입한 작은 공원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3대가 온기 종기 모여 다정히 옛 얘기라도 나눌 수 있게, 그게 서로에게 가슴을 여는 배려의 사회가 아닐까? ^^ *아래 몇 장의 이미지를 활용해 옛 철도관사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재구성해 보았다. 1967년 철도관사마을, 교량에서 본 실개천의 일부 모습 2017년 철도관사마을, 복개천의 모습 사람이 서 있는 곳이 작은 교량의 위치
고향의 봄 / 하모니카 연주
메기의 추억 Maggie - Donna Stewart & Ron Andric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