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를 다시 품다 –8. 의정부 중랑천(中浪川)은 ‘한강의 새끼 강’이 아니라 ‘삼기강(三岐江)’이다.
새내, 샛강, 샛개, 두험천, 서원천, 송계천, 속계, 중랑천, 중랑개, 중광개, 한천, 견항(犬項), 송정, 중량포(中良浦), 충량포(忠良浦), 중량포(中梁浦), 중랑포(中浪浦), 중량천(中梁川), 중녕포(中寧浦), 중령포(中令浦, 中泠浦, 中嶺浦), 죽령포(竹令浦, 竹泠浦, 竹嶺浦).
헥~헥~. 아이고 숨차다.
지금까지 거론된 이름들은 헥~헥. 전부 헥헥. 현재 중랑천(中浪川)의 옛 이름들입니다. 헥헥.
무슨 개울 이름이 이렇게도 휘황찬란하게 많은 거야? 하시겠지만 이렇게 많은 이름이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중랑천이 길어도 너~어~무 길어. 그래서 물길이 닿는 동네마다 다른 이름이 붙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에서 발원하여 의정부시, 서울특별시 북동부 일대를 거쳐 성동구의 금호, 성수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하천. 하류부인 성동구 송정에서 서류하여 사근에 이르러 유력의 최대 지류인 청계천과 합류하고 한강 본류의 성수대교 직하류 우안측으로 한강 본류에 유입한다. 유역면적은 299.6㎢, 유역연장 34.8㎞, 유역평균폭 8.8.61m. 서울 시내의 하천 중에서 제일 긴 하천이다. 규모로만 따지면 강이라고 해도 될 정도. 서울 중심부를 흐르는 청계천도 이 하천의 지류이며 강북구, 도봉구 일대를 흐르는 우이천도 이 하천의 지류이다. 그 외 당현천을 비롯한 여러 지류가 있는데 대략 9개 정도 된다.
창동과 상계 일대에서는 한내(한자로는 漢川)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한강의 지류라는 의미라고 한다. 도봉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원아파트와 하계/월계동에 위치한 한천초등학교, 한천중학교에 그 이름이 남아있다.
-나무위키 ‘중랑천’ |
의정부의 서쪽 갑구(甲區)를 관통하는 백석천도 똑같은 현상을 보이죠. 의정부 녹양동 홍복산에서 발원하여 현재의 중랑천으로 도달하는 과정까지의 이름이 모두 네 가지.
홍복산 어룡골에서 지금의 동명빌라 전까지에 붙여진 ‘평양댁 개울’이 첫 번째 이름이요, 동명빌라부터 안골까지에 이르는 구간에 붙여진 ‘연내(延川)’가 두 번 째 이름이요, 안골서부터 지금의 의정부시청 앞으로 꺾어지는 곳까지 붙여진 ‘곧은골 개울’이 세 번째 이름이요, 의정부 시청 앞에서 의정부 3동을 거쳐 중랑천에 이르는 곳까지 붙여진 ‘한내(恨川)’가 네 번째 이름입니다.
이 짧은 시내의 이름에도 이렇게 다양한 이름이 남아 있는데 34.8㎞에 달하는 긴 유역연장 거리를 가진 중랑천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럼 소개된 수많은 이름들 중 의정부 지역을 지나면서 붙여진 이름은 무엇일까요?
새내, 샛강, 샛개, 두험천, 서원천, 한천 이렇게 여섯 종류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네요? 다른 건 다 알겠는데 ‘샛개’는 뭐지? ‘개’는 왜 나온 거지?
‘샛개’에서 ‘개’는 ‘바닷가 어귀’를 뜻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강(江)보다 작은 하천을 이르는 말로는 시내, 내, 개울, 천(川), 포(浦) 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개’와 관련된 단어는 ‘포(浦)’입니다. ‘포(浦)’를 ‘개 포(浦)’라고 읽거든요. ‘개 포(浦)’는 바닷가이거나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조수가 드나드는 곳일 때 사용하는 글자입니다. ‘개’는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의미하는 단어였던 겁니다. 그리고 한자 ‘포(浦)’의 뜻을 정확히 해보면 ‘작은 규모의 배가 정박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하죠.
그래서 이것을 ‘새내’나 ‘샛강’과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샛개’는 과거 의정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당시 썰물 때가 되면 서해바다의 바닷물이 의정부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하! 그래서 태종과 세종 시절부터 고종 대에 이르기 까지 중량포(中良浦)다, 중랑포(中浪浦)다, 죽령포(竹令浦)다 해서 지금의 중랑천(中浪川)의 ‘천(川)’보다는 ‘포(浦)’를 그렇게 많이 사용했었던 거군요. 그리고 각 지역마다 포구와 나루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고요.
그럼. 의정부도 나루가 있었던 건가요? 딩동댕. 그럼요. 청동기 시대 때부터 의정부 민락2지구 오리골에는 모수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곳에 푸른 옥(청옥(靑玉))이 나와 한강을 이용하여 중국과 무역을 직접 하였다고 제가 ‘의정부 지명밟기 이야기 시리즈’에서 말씀드렸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거의 중랑천(中浪川)은 바다와 직접 연결되는 길고 거대한 강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던 큰 하천일 거라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나무위키 ‘중랑천’의 다섯 번째 줄에도 보면 ‘규모로만 따지면 강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 중랑천은 도봉동 부근에서는 ‘서원천(書院川)’, 상계동 부근에서는 한강의 새끼 강이라는 뜻으로 ‘샛강’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한강의 위쪽을 흐르는 냇물이라는 뜻으로 ‘한천(漢川)’ 또는 ‘한내’라고도 불렸다. 1911년 일제에 의해 발행된 경성부지도에서 중량교(中梁橋)를 중랑교(中浪橋)로 잘못 표기해 놓은 후, 이를 따른 각종 문헌에서 ‘중랑천’이라고 표기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정착되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중랑천(中浪川))]-명칭유래 |
그런데 우리가 주지해야 할 사실은 ‘의정부’에 흐르는 중랑천이 ‘샛강’이라는 이름 때문에 마치 규모가 매우 작은 ‘새끼강’, 한강이 만들어질 때 틈새에 낀 하나의 작은 지류의 ‘새끼강’ 정도로 오해를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설 따라 삼천리처럼 전해져 오고 있더라고요. 의정부의 토박이로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서울(한양) 중심의 발상을 가지고 이러나 한심한 생각도 들게 하고요. 이러한 잘못된 시각은 떠도는 소문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흔적을 남긴다는 데에 그 문제가 있습니다. 전 국민이 신뢰하고 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라는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으니 의정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어찌 분기탱천(憤氣撐天)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위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같은 중랑천인데 서울(한양)지역은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었고, 의정부 지역에 흐르는 물줄기는 규모가 비약한 ‘새끼강’이었다? 그 무슨 발상이 그렇게도 비논리적입니까? 이 얼마나 서울(한양)중심의 발상입니다.
오늘 이러한 주장들과 글들이 얼마나 잘 못 된 것인지를 새롭고 깨끗하게 증명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증명의 출발은 의정부에 흐르는 중랑천이 왜 ‘샛강’, ‘샛개’로 불렸는지를 올바르게 해석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혹시 ‘삼기강(三岐江)’이라는 지명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못 들어 보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 들어왔습니다. 두험천과 한천까지는 들어봤지만 ‘삼기강(三岐江)’은 저도 처음입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의정부 중랑천을 오랜 옛날에는 ‘삼기강(三岐江)’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의정부 중랑천의 옛 지명인 거죠.
그런데 이 ‘삼기강(三岐江)’이라는 지명이 어느 날 완벽하게 자취를 감춤으로써 의정부 중랑천은 한강의 ‘새끼강’이라는 어설픈 상상과 비논리적인 전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삼기강(三岐江)’이 ‘새끼강’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 거냐고요?
‘삼기강(三岐江)’의 맨 앞 ‘삼(三)’자를 숫자 ‘셋’으로도 읽을 수 있죠! 그러면 ‘삼기강(三岐江)’의 발음이 어떻게 됩니까? ‘셋기강’
이 ‘셋기강’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새끼강’으로 진행되었다는 걸 쉽게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새끼강’을 서울(한양)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짜 맞춰서 억지 춘향 격 해석을 하면 한강의 ‘새끼강’ 정도로 왜곡되기 시작하는 거죠.
일곡천(一谷川) 주 서쪽 30리 지점에 있다. 물 근원이 홍복산에서 나오는데, 남으로 흘러 삼기강(三岐江)에 들어간다. -신증동국여지승람11권–경기(京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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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의정부지명밟기운동본부’ 회원 중 김수원(현 72살)은 의정부의 역사에 자긍심을 불어넣어줄 자료를 찾다가 다음과 같은 문구를 찾아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노력하는 만큼 얻어진다고 했던가요? 그전에 수많은 학자들이 의정부 역사와 관련하여 자료 조사를 했건만 단 한명도 찾아내지 못 했던 ‘삼기강(三岐江)’이라는 지명.
그의 매와 같은 시선에 딱 걸리고 만 겁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조선시대 종합백과사전. 1530년(중종 25) 이행(李荇)·윤은보(尹殷輔)·신공제(申公濟)·홍언필(洪彦弼)·이사균(李思鈞) 등이 『동국여지승람』을 증수, 편찬한 책. 55권 25책.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찬지리서)에 실린 의정부 관련 내용에 의정부의 ‘샛강’, ‘새끼강’의 오해와 의문을 풀 열쇠가 숨어 있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입니까!
아하! 그래서 ‘새끼강’이라는 오해가 생긴 거구나! 이제 정확히 알겠네.
이렇게 전체적으로 정리해보니까 의정부 샛개, 샛강, 새끼강, 삼기강은 ‘서해 바닷물이 유입되는 거대한 강’의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복원되는 겁니다. 그리고 ‘삼기강(三岐江)’이라 해서 ‘강(江)’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명확해지게 되죠.
자! 이제 ‘새끼강’ 문제 정리 다 됐어요~(김국진 버전).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 의문 하나? 의정부 중랑천이 ‘삼기강(三岐江)’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세 개의 지류가 만나 수량이 풍부한 강(江)의 모습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건데, 도대체 어디의 물길(지류)들이 흘러 들어와서 ‘삼기강(三岐江)’이라는 이름을 형성시킨 걸까요?
힌트는 위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죠. ‘일곡천(一谷川) 주 서쪽 30리 지점에 있습니다. 물 근원이 홍복산에서 나오는데, 남으로 흘러 삼기강(三岐江)에 들어간다.‘라는 문구에 말입니다.
그러니까 녹양동 홍복산에서 기원하여 평양댁 개울을 거쳐, 연안이씨 개울을 거쳐, 곧은골 개울을 거쳐 삼기강에 이르는 물줄기를 일곡천(一谷川)이라 불렀군요.
그러면 이(二)곡천, 삼(三)곡천이 있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각 각 삼기강을 이루고 있었을까? 저의 추측은 이(二)곡천, 삼(三)곡천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헌자료에는 보이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각 각 다른 이름으로 삼기강을 이루는 냇물(川)의 정체를 증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二)곡천이 되는 그 두 번째 물줄기의 정체는 바로 ‘부용천(芙蓉川)’입니다. 수락산을 기원으로 하여 뺏벌을 지나 광쟁이 개울을 거쳐 낙양동 물사랑 공원 앞에서 갈립산 낙양동 오리골 부연곡에서 발원하여 양지편과 궁말을 거치는 어렁굴개울에 모이는 ‘냉천(찬우물)’과 만나 마침내 의정부 을구를 휘감고 도는 부용천을 만들어내고 그 엄청난 수량이 삼기강으로 몰아쳐 들어오는 겁니다. 삼(三)곡천이 되는 그 세 번째 물줄기는 바로 서원천(書院川)입니다. 도봉산(삼각산)에서 시작되어 도봉서원을 거쳐 서원내 개울을 거쳐 서낭당 마을(북서울 농협 도봉역 지점) 앞에서 무수골에서 출발한 또 다른 물줄기와 만나 중랑천을 밀고 들어오는 서원천으로 인해 삼기강(三岐江)의 모습을 완벽하게 갖추게 되는 것이죠.
생각해봅시다. 수락산, 갈립산, 도봉산에서 시작되어 실개천과 개울들의 물줄기들을 모으고 모아서 마침내 삼기강을 이루었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거대했을지?
이렇게 큰 물줄기를 이루고 도도히 34.8㎞를 흐르는 삼기강(三岐江)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다면 과연 이 강을 ‘새끼강’이나 ‘지류=사잇강’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습니까?
자! 이제 우리 의정부 시민들은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왜곡된 의정부의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일.
의정부 ‘중랑천’이 얼마나 대단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
신동명 교육학 박사
현)세한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현)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대표
현)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 협회장
저서: 역사소년 신새날, 십대토론, 행복한 수다가 치매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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