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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주석 리뷰
저는 가급적 자주 시편을 읽고 설교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우리교회는 시편으로 노래도 부릅니다. 그것은 성경이 '시(시편)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노래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앙의 어떤 국면에서도 시편은 도움과 격려, 위로, 경책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성경 전체 중에서 시편만큼 실용적인 책도 없을 것이고, 또한 사랑받는 책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편이 단순히 실용적이기에, 위로와 감동만을 주기에 좋은 책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시편은 강력한 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편은 장엄한 신론을 펼칩니다(33, 102, 139, 기타등등). 시편 곳곳에서는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2, 22, 24, 68, 72, 96, 110). 신약성경은 상당한 분량의 시편구절을 그리스도께 적용했습니다. 또한 루터는 칭의를 시편에서도 발견했습니다(15, 31, 71). 이 안에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노래와 간구로 자신의 신학을 드러낸 시인들의 깊은 묵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시편은 노래이며 시입니다. 구약백성들은 시편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또한 암송하며 하나님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단순히 서술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형식과 운율을 맞추어 정제된 언어로 토해낼 때 감정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배가됩니다. 이 안에는 기쁨, 슬픔, 분노, 절망, 경이, 환희, 소망, 괴로움 등의 감정이 정제된 언어와 운율로, 즉 '문학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시편 주석은 이러한 문학성을 히브리어 원문에 근거에 충실히 짚어내어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도, 그 안의 신학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깊이가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 신학을 인생의 경험과 더불어 그 적용을 풍성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지요. 어느 주석이 안 그렇겠냐마는, 시편주석만큼 주석가의 능력뿐 아니라 경건이 중요한 책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래의 시편 주석들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아래의 주석들은 추천할 만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 작품들입니다.
참고로, 저는 아직 아래의 책들을 다 읽지 못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중에 다 읽은 책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발췌독 했으며 학문적으로 어려운 책들은 설교할 때만 참조했습니다. 따라서 조금 부정확한 리뷰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나름 공정하게 평가하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 다루는 책들은 시편의 신학이나 시편을 몇 편만 주석한 책이 아니라, 시편 전체를 다 다룬 주석에 한합니다. 시편의 신학을 다루는 책은 다음에 시간나면 올려보지요^^
평신도들과 목회자들을 위한 책 (국내서 및 번역서)
평점: 3.9/5.0
물론 ESV 스터디바이블에 밀려 이제 NIV 스터디바이블은 한 물 간 것처럼 보입니다(홀리원 주석성경은 NIV스터디바이블을 번역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편은 아닙니다. NIV 스터디바이블의 시편부분은 Calvin Theological Seminary의 구약학 교수였던 John Stek 교수님이 썼는데, 각 편마다 간략한 내용의 요약과 더불어 어구의 설명, 난해구절 설명이 들어있습니다. 내용도 충실하지만 원문분석이나 문학적 설명도 잘 되어 있습니다. 듣기로는 스텍 교수님은 히브리어로 시편 전체를 암송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주석가들이 쉬이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의 의미도 잘 잡아냅니다. 제 생각에 개인 묵상용으로는 이 한권이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새벽기도 준비용으로도요.---->부개사 출간
평점:3.4 (저자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설교자들을 돕기 위해 국내의 여러 구약학 학자들이 기고한 책입니다. 총 3권으로 나와 있지요.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어본 부분들은 대체로 유용하였습니다. 특히 류호준 교수님의 기고(예를 들면, 1편)는 시편의 문학적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분은 위에 언급한 존 스텍 교수님의 제자인데, 전체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시편을 묵상한 '시편사색'시리즈를 내기도 하셨습니다. 대체로 충실하고 깔끔하지만 적용에 있어서 탁월하다고 보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읽으면서 무미건조하다는 느낌도 가끔 받았습니다. 역시 류호준 교수님의 기고는 예외입니다만.
평점: 3.5
앨런 로스(Allen Ross)는 한 때 Dallas Theological Seminary에서 가르쳤고, 현재는 Beeson Divinity School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깊이있지만 간명한 창세기 주석과 뛰어난 레위기 주석도 쓴 훌륭한 주석가입니다. 이 BKC 주석 시리즈에서 그는 간략하고 섬세한 주석을 합니다. 물론 원전분석을 통한 자세하고 깊이있는 해석은 없지만, 간간이 은혜로운 적용이 있고, 어려운 구절의 뜻도 잘 풀어줍니다. 개인묵상용으로 추천하기도 하지만, 바쁜 설교자들이 새벽이나 기도회 설교를 준비할 때 아주 적당합니다. 참고로 Ross는 방대하고 자세한, 학문적인 시편 주석을 쓰고 있습니다. Kregel Exegetical Library의 시편 부분으로, 현재 89편까지의 주석이 두 권(1권, 2권)으로 나왔습니다. 대단히 기대하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디모데(2018)에서 1-3권 출간
평점: 4.1
저는 WBC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언어-양식분석은 괜찮지만 너무 건조해서 읽기가 힘들거든요. 하지만 피터 크레이기(Peter C. Craigie)의 시편부분만큼은 다릅니다. 그는 영국의 복음주의자로써 University of Calgary에서 구약을 가르쳤는데, WBC의 시편 주석을 쓰다가 갑자기 자동차 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그의 유작이 되었지요. 본래 WBC 시편은 그가 다 쓰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참 세게 추천하고픈 역작이 완성되었을 텐데요.
어쨌든, 본서는 언어-문학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풍성합니다. 적용이 많지는 않지만, 음미하면 적용할 수 있을만한 자료는 아주 많이 제공해 줍니다(다 읽어보았습니다). 국내에 발간된 테크니컬한 시편 주석중 단연 으뜸입니다. 마빈 테이트와 레슬리 알렌이 WBC 시편 주석의 나머지 부분을 쓰긴 했지만, 아쉽게도 크레이기의 작품에 비할 바 아닙니다. 테이트나 알렌의 주석도 물론 언어-문학적 통찰을 곳곳에 있지만, 설교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평점: 3.6
국내 학자의 깊이있는 시편주석입니다. 김정우 교수는 총신대에서 구약학을 가르쳤는데, 20년에 걸쳐 이 책을 완간했다고 하더군요. 이 책에 대한 방대하고 유익한 서평을 백석대의 류호준 교수님이 쓰신 적이 있습니다. 국내학자의 저작이라는 측면에서, 히브리어에 정통하고 보수적인 신학을 가진 경건한 학자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책입니다. 역시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설교할 때마다 참고하기 좋고, 여러 풍성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특히 좋은 것은 각 시편마다 붙인 제목인데,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동시에 각 시편의 주제를 잘 표현해 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조나 양식분석에 있어서 치밀한 느낌이 들지 않고, 신약과의 연계 가운데서 시편 전체의 신학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다 읽어보면 평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아직까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쉬울 것은 없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평점: 4.0
스펄전이야 설명이 필요없는 설교자이고, 그의 저작의 유용성 역시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곳곳에 주해적으로 거슬리는 부분만 없다면 정말 4.5-7정도를 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주석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자세하고 깊이있는 시편 설교를 하고 싶다면, 시편을 통한 풍성한 적용과 삶의 변화를 누리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책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먹을게 많습니다." 게다가 스펄전은 당대의 주석가들, 종교개혁자들의 주석들을 여러번 언급하면서 대화합니다. 그가 한 시편설교문(1권, 2권, 3권)을 함께 읽는다면 더욱 커다란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번역되지 않은 해외 주석들
평점: 3.8
데렉 키드너가 쓴 두 권의 시편주석(1권, 2권)은 그의 저작중 최고로 손꼽힙니다. 짧은데, 들어갈 내용 다 들어가 있을 뿐더러 히브리어 표현의 아름다움과 음악적인 부분까지 지적해 냅니다. 영문에 자유로우시다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주석입니다(다만, 키드너의 영어 표현은 어려운 편입니다). "짧은 시편주석을 이렇게 완벽하게 쓸 수 있다니!!"라는 감탄이 흘러나오는 주석입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키드너는 과거에 음악가였다고 하더군요. 시편의 표현이 아름다운것처럼 키드너의 주석에는 아름다운 표현들과 명문들이 넘쳐납니다. 반드시 소장!!
Song Psalms, Proverbs, Ecclesiastes: Volume 5
평점: 4.2
윌리엄 반게메렌(Willem A. VanGemeren)은 Trinity Evangelical School의 구약학 교수입니다. 그는 구약의 예언서에 대한 훌륭한 개관적 연구를 책으로 냈고, 무엇보다 구약성경의 단어들에 대한 깊이있는 신학적사전인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Old Testament Theology and Exegesis (NIDOTTE)의 책임편집자이기도 합니다(이 경이로운 사전에 대해서는 나중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이 시편 주석도 경이롭습니다. 역사-문법적 주석, 문학적 연구, 구조분석, 적용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나 가장 큰 강점은 신학적 분석에 있습니다. 각 편마다 내용설명뿐 아니라 신학적 의의를 밝혀내고, 신구약간의 연계를 설명합니다. 어느정도 형식을 갖춘 45분~1시간 설교를 할 때 가장 유용한 자료가 모두 모여 있습니다. 크레이기에 비해 문학적 양식분석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긴 한데, 이것도 제가 다 읽어본 것은 아니라서 장담할 수 없습니다.
Psalms: Volume 1: From Biblical Text...to Contemporary Life
평점 4.5
최고평점입니다. 원래 NIV적용주석은 늘 제게 실망만 안겨주었던 시리즈였습니다. 원의미-다리놓기-현대의 적용이라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어서 설교자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구성이긴 하지만, 탁월한 저자들도 3부분 중에서 한 두 부분만 잘쓰거나 세 부분 다 어설프거나했기 때문입니다(특히 기대하고 봤던 Bock의 누가복음은 재앙이었습니다T_T). 그래서 저는 지인들에게 요 시리즈를 '최고급의 주석가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시리즈'라고 혹평했었습니다.
그러나! 제랄드 윌슨의 시편은 '셋 다' 좋습니다. 특히 현대의 적용 정말 기가 막힙니다. 사실 요건 참고용이 아닌 통독용으로 읽어도 좋을 정도입니다. 어느 하나 맘에 안드는 구석이 없을 정도로 잘 쓰였고, 신학도 건전하고(제가 읽은 부분까지는), 원 의미도 잘 살려냅니다. 다만, 원의미를 진술할때는 반게메렌에 많이 의존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유일한 단점은 제랄드 윌슨이 1-72편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안쓴다는 것(2005년에 소천했습니다. 시편은 왜 이리 좋은 저자들이 앞부분만 쓰다 마는지...T_T).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맘에 듭니다. 특히 설교자들에게는 설교준비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해 줍니다. 요거랑 칼빈주석, 또는 스펄전만 읽으면 설교준비 끝납니다.
평점: 3.1 (그러나 테크니컬한 면만 보자면, 4.0)
Michell Dahood는 로마카톨릭의 사제였으며, 20년 동안 로마의 Pontifical Biblical Institute의 구약교수였습니다. 그는 셈어의 전문가였으며, 히브리어, 우가릿어에 능통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대한 세 권의 주석도 언어-문학적인 자세하고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당연하게도, 아주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가릿어가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우가릿어와 히브리어의 모양의 유사성 등을 분석해서 제의적 의미를 뽑아냅니다. 물론 이후에 피터 크레이기 같은 신학자들에 의해 대차게 까이긴 하는데, 뭐가 어찌되었든 언어정 정보나 제의적 문헌에 관한 정보는 많은 편입니다. 저는 4편이나 15편을 해석할 때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당연히 자세히 읽는 것은 포기했고, 대강 훓어보(다가 잠드)는 수준이었습니다만.
역시 당연하게도, 설교와 묵상에는 도움 별로 안 됩니다. 물론 그 화려한 언어분석도 후학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힙니다. 그래도, 뭔가 하드코어한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 중 돈이 많은 분들에게는 사는 것을 말리진 않겠습니다.
평점: 2.9
Fuller의 구약교수인 John Goldingay의 최신 시편주석입니다. 총 세권이구요. 문학적-언어적 분석은 괜찮기도 한데, 사실 비판할만한 지점이 훨씬 많습니다. 그는 기독론적인 방법으로 시편을 읽으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즉, 8편, 18, 22편도 그리스도에 대하여 적용하여 해설하지 않으며, 심지어 시편 22편의 신약인용은 원래 시편의 의도를 비틀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골딩게이의 시편 사역(Personal Translation) 정도. 그 외에는 무미건조합니다.
고전주석
두 개만 소개하겠습니다. 평점은 매기지 않습니다.
칼빈의 시편주석 - 평생에 걸쳐 고난받았던 그의 영혼으로 쓴 작품입니다. 서문에는 그의 회심에 대한 간략한 언급도 있습니다. 주석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들 중 '경건'에 있어 가장 뛰어나고 은혜로운 주석입니다. 칼빈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놀랄 정도로(잘 아시는 분들도 놀랍게), 정말, 정말 따뜻합니다. 칼빈이 서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그의 시편 주석은 우리 '영혼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해부'합니다.
아퀴나스의 시편주석 - 현재 Desales University에서 라틴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중입니다. 54편의 주석까지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퀴나스는 풍유를 비롯한 비유적 해석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리고 아주 그리스도 중심적인 해석을 해냅니다. 예를 들면, 시편 1편의 '복있는 사람'은 아퀴나스에게 그냥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주석이니 일독을 권합니다.
최고의 주석
아래의 주석에 경의를 표하며 평점 5.0을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고난 - 고난받는 사람들은 시편을 읽을 때 무한한 해석학적 우월성을 가집니다. 히브리어를 몰라도, 정교한 신학지식이 없어도, 시편을 읽으며 위로를 얻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편은 73편인데, 커다란 고난 때문에 날마다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였지요. 지금도 자주 암송하며 은혜받는 시입니다. 위의 주석들이 모두 우리에게 의미를 주지만, 저는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서도 아주 적은 무리들을 인내와 사랑으로 목양하는 목회자들의 고난이야말로, 최고의 주석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출처] 시편주석 리뷰|작성자 Christian Hed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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