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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이 되면 전 인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열린다. 바로 전인도 한국어 말하기 경연대회이다. 올해 11월 12일, 제11회를
맞은 이 행사에 참가한 29명의 학생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바로 고등부문에 출전한 소라비 매티(Sourabi Maiti ,만 22세)다. 올해로 한국어를
배운지는 2년 2개월, 한국에 가본 것은 올해 10월이 처음이다.
그러나 소라비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최고 등급인 6급 보유자이자 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22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어 마스터’다. 지난 한글날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문재인 대통령과 유창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오로지 인도에서만 공부해 한국어 마스터,
가능한 걸까? 소라비를 직접 만나 100% 한국어로만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 대상을 수상한 소라비 - 출처 : 세종학당재단>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2011년에 처음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서, 그때부터 계속 한국드라마를 봐왔어요.
당시엔 첸나이에 살고 있었는데, 첸나이에서도 한국어를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학교도 다니고 있었고, 나이도 너무 어려서 다니지 못했었죠. 델리에 와서 대학을 마치고
바로 뉴델리 세종학당으로 왔어요. 2016년에 여기에 왔으니,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지 거의 5년이 되었었어요.
그래서 익숙한 어휘, 문법들이 많았어요. 그게 저한테 도움이 되었어요.
이번에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했잖아요. 준비부터 우승까지 과정을 알려주세요.
2017년에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에도 나가서 예선에서 2등을 했었어요.
그때 내년에 꼭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처음부터
집중해서, 주제도 제가 좋아하는 주제로 결정했어요. 저는 주제를 ‘평화’로 잡아
한국 전쟁과 인도-파키스탄 전쟁을 비교했는데,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원고도 잘 나오고 외우기도 쉬웠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제 이야기였으니까
좀 더 잘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선에서 1등 한 뒤에는 다시 동영상을 찍고,
한국에 보낸 뒤 26명에 선발되어서 다시 스카이프 면접을 보고 거기서 12명이
뽑혔어요. 그 12명이 결선에 진출하게 된거죠.
결선 주제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였는데요, 그중에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솔직히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당연히 드라마나 예능을 보기 시작해서였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봤어요. 생각해보니 한국과 인도의 미신이나 믿음이 비슷해서,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썼습니다. 한국에서는 시험을 볼 때 미끄러우니까
떨어질까 봐 미역국을 안 먹는데, 인도에서는 계란을 안 먹어요. 계란이 동그라니까
0점을 받는다는 거예요. 또 하나는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달아난다.’ 한국에서는
문지방을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보기 때문인데, 인도에서는 집 문턱에 집신(神)이
산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앉거나 밟으면 복이 달아난다고 생각해요.
결선에서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전혀 다른 문화나 미신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인도에서는 까마귀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믿는데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미신이 있잖아요. 이게 너무 다르다는
대답을 했고, 두 번째는 한국어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셨어요.
제가 대학교 때 우울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한국 예능 1박 2일을 보고 오랜만에
빵 터졌었어요. 그래서 한국어로 다른 사람들에게 미래나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타밀어도 한국어랑 비슷하고, 힌디도 한국어랑 어순이 비슷하잖아요.
한국어를 배우기 더 쉽다고 느낀 적 있었어요?
저희가 Intermediate(중급) 2반 때 ‘~~밖에 없다’라는 문법을 배웠어요.
선생님이 영어로 계속 설명을 했는데 반 친구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힌디어로 딱 한 마디 했어요. ‘시와에’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게
똑같은 뜻이에요. 그 한 단어만 했는데 다들 이해했어요. 영어보다는 힌디어와
한국어가 훨씬 더 비슷해요.
또 힌디어에는 발음이 많아요. ㅅ도 세 개나 있고, ㄹ도 많고.. 그래서 한국어
발음이 힌디어를 아는 친구들에게 더 쉽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는 몰랐는데, 거기(대회) 가서는 호주,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의 발음을 듣고
‘힌디어 하는 사람들이 발음을 훨씬 더 잘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우승하고 나서 한글날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잖아요. 어땠어요?
처음에 소식을 듣고, 비밀로 했어야했는데 비밀로 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자랑하고 싶어서요! 그 날은 사리를 입고 갔는데 너무 추웠어요.
(웃음) 밥도 너무 맛있게 먹고, 대통령님과 같이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인도 방문하셨을 때 얘기도 하셨고, 인도에서도 학생들이 한국처럼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다, 그런 말씀도 하시고... 제가 말했던 미신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허황옥 왕비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고, 세종대왕의 영릉에
갔었어요. 세종대왕 영릉이 너무 예뻤어요.
그때 단풍이 시작되었는데, 단풍을 처음 봐서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는 대통령님과 얘기하는 게 떨렸는데, 정말 편하게 해주셨어요.
외국인은 저와 야나(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 2등) 씨 빼고는 아무도 없었어요.
정말 영광이었죠.
<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 1등을 차지한 소라비(좌)와 문재인 대통령, 2등을 차지한 야나(우) - 출처: 소라비 매티>
그렇게 다녀와서 또 전인도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는데 정말 힘들겠어요. 이런 말하기
대회가 한국어 실력에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발음이나 억양이 좀 느는 것 같아요. 보통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좀
억양이 틀려도 선생님들이 잘하는 학생들을 굳이 집어주진 않잖아요. 저보다 억양이
별로인 학생들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이런 대회가 없으면 저는 이렇게까지 한국어를
잘 하진 못 했을 거예요. 대회를 통해서 선생님이 저를 1:1로 코칭을 해주시니까,
억양도 고치고 발음도 고치고. 쓰기 능력도 좀 늘죠. (웃음)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주제들이 특히 이번 대회처럼 ‘한-인도의 미래’ 등
한-인도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은데, 소라비가 생각할 때
양국 관계의 미래가 어떤가요?
저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아요. 2년 전에 제가 세종학당에 왔을 때, 신청
기간이 2주잖아요, 신청이 열리고 거의 10일이 지나서 와서 신청을 했어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아는 사람이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내일이 오픈인데, 내일 시간 없으면 내일 모레 와서 해’라고 했는데
그분이 하루만 늦었는데도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2년 만에 이렇게 바뀌는구나 하고
저도 놀랬죠.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의 수가 정말 많아졌어요.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SNS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문자를 종종 받아요.
제가 여기서 (한국어능력시험) 6급 받았을 때, 세종학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 이름이
올라왔어요. 그때 페이스북 메시지로 몇 분이 연락을 해주셨어요.
뭄바이에는 왜 (세종학당이) 없는지, 우리도 공부하고 싶은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한국의 인기가 좀 더 많아지면 그런 곳에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어를 처음 시작할 때는 드라마를 보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런데 여기 와서 공부하면서, 어떤 목적이 생기고 꿈이 생겨요.
저희 반에는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한국 회사에 이미 취직한 사람들도
있고, 앞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거의 다 (처음과는) 목적이 달라졌어요.
<11월 12일 열린 제11회 전인도 한국어 말하기대회 고급부문에 참가한 소라비 - 출처: 주인도 한국문화원>
소라비의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저는 2월에 서울대 어학당을 가요 (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 대상의 부상으로
어학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6개월 동안 거기서 공부를 할 거예요.
있는 동안 KGSP(한국정부장학금)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붙으면... 좋겠죠?
붙고 싶어요. 석사를 한국어 교육 쪽으로 하고 싶어요.
소라비가 좋아하는 예능과 드라마는?
<1박 2일>은 여전히 꾸준히 보고 있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면 <아는 형님>도
가끔 보구요.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드라마를 한번 보면 계속 봐야하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복잡한 내용을 좋아해요. 그래서 <나인>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하구요,
최근에 본 것 중에는 <비밀의 숲>? 그리고 며칠 전에 넷플릭스에서
<킹덤>이라는 드라마의 트레일러를 봤는데,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어요.
소라비가 생각했을 때 인도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한국콘텐츠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처음 한국 드라마를 경험하는 사람이면 복잡한 내용보다는 제가 처음 봤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같은 드라마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음식 너무 좋아해요. 한국 음식은 맨날 추천해요.
한국 드라마를 딱히 안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한국 음식은 꼭 먹으라고 해요.
사실 델리에 한국 음식점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 델리를 벗어나면 다른 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좀 더 잘 알려지면, 인도 사람들의 입맛에 한국 음식이 잘 맞을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벵갈 사람이잖아요, 벵갈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남인도 사람들도요. 한국의 찌개나 어떤 국물이든 멸치가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못 느끼겠지만, 조금 비린 맛이 나요. 어떤 찌개든! 그래서 생선을
좋아하는 인도 지역들은 그런 걸 다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인도에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건 좀 문제예요. 특히 지금까지 제가 먹어본 채식 한국 음식은 ‘비빔밥’ 정도뿐 이네요.
그리고 저는 팥빙수 너무 좋아해요
이번에 한국에 가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나요?
여행을 좀 해보고 싶어요.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 등산을 해보고 싶어요.
등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갈 때 2월이잖아요, 그때 속초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12일 개최된 제11회 전인도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소라비는 당당히 고등부문 1등을 차지했다.
한-인도 미래를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이 과연 한국어 마스터다웠다.
시작은 드라마와 예능이었지만, 어느새 인생의 목표를 바꾸어 놓은 한국과 한국어.
30분간 진행되는 인터뷰 동안에 너무도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소라비의 모습에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보였다.
놀랍게도 소라비는 현재 공부하는 세종학당 Advanced(고급) 3반의 1등 학생은 아니라고 한다.
소라비만큼, 혹은 소라비 보다 더 한국어를 잘 하는 인도 학생들- 한국의 언어, 문화,
역사를 이해하는 이들이 앞으로 한-인도 관계에 기여한다면, 소라비가 말한 2년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인도 내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당찬 목소리의 소라비를
통해 인도와 한-인도 관계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성명 : 김참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뉴델리 통신원]
- 약력 : 현) 주인도 한국문화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