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영원한 훈장 권승근

[고강영]

우리 시대의 영원한 훈장 권승근

                                                  장수읍 장수리 고 강 영

 선풍기 3대가 이리 저리 회전하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수군 산서면 육영당(育英堂)! 이곳은 지역의 어르신들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17년째 한문과 예절을 가르치는 지역학습당이다.

 추구(推句)와 사자소학을 3년 간 배워 기초반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옆의 작은 방에서 명심보감(銘心寶鑑)을 공부하고, 대청 마루방에서는 초등부 등 기초반 학생들이 한문(漢文)을 배운다. 이 무더운 여름에 가장 시원하게 보이는 모시옷차림의 주인공, 한문과 예절 교육의 산실인 육영당의 훈장을 맡고 있는 분은 바로 권승근(66세) 선생이다.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5년째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명심보감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전 8시10분까지 육영당에 나와 공부를 시작하고, 기초반 학생들은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씩 한문공부를 시킨다.

 남원여고 국어 교사를 마지막으로 25년 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권승근 훈장님은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면서 장수문학의 기초를 놓으신 분이다. 시설이 비좁아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37명의 학동이 한문과 예절을 배우고 있다. 더욱이 지역 어르신들의 모임체인 유도회에서 후원회를 결성, 아이들의 교재와 간식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강식이나 종강식 때는 많은 어르신들이 참석해 격려 하

는 모습 또한 정겹기만 하다.

 훈장의 훈시가 시작되었다. 사람에게는 자아와 초자아라는 게 있다.

 "우리가 학당에 왔지만 너무 더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어, 오늘은 공부하지 말고 도망가야겠다."

하고 생각 하는 게 자아이다. 그러나 마음의 저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공부하러 왔으니 참고 해봐야지."

하며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초자아다. 학생들은 훈장의 훈시를 조용히 귀담아 듣고 있었다.

 "마음이 변해야 언어가 변하고, 언어가 변해야 행동이 변하며, 행동이 변해야 습관이 변한다. 그래야 행복이 오는 것이며,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야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수업중 조퇴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교회 앞 골목을 지나 하천 둑을 통해 집으로 가야 한다. 골목 입구에 작은 빵집이 하나 있었다. 하얗고 퉁퉁한 찐빵이 빵틀 안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다. 현기증이 나며 더 배가 고팠다. 저 빵을 훔쳐서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내 양심 깊은 곳에서 ‘나는 교회 다니는 학생인데 빵을 훔쳐선 안 되지’ 하며 챙겨주는 초자아가 있었다. 훈장님 훈시를 같이 경청하면서 나에게도 자아와 초자아가 작용했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한국문인협회 장수군지부 정기 월례회 시간, 회원들이 20여 명 모여있는 자리였다. 권승근 훈장님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매월 이렇게 회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공부를 한단다.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을 A4용지에 가지런히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강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