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2015)
김금희(1979), in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6), 문학동네, 2016, 9-43(344쪽)
- 김금희(1979) 부산, 인천에서 성장.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2015년 젊은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
**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잘 읽힌다. 2015년에 어디엔가 실린 글이라 하는데, 소설 처음에 주를 달아주거나, 말미에 괄호처서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 가정을 가진 회사직원 필용은 어느 날 회사에서 강등이 되어 지하실의 시설관리팀으로 내려갔다. 이런 삶의 변화에서, IMF 상황을 겪는 듯한 상황에서, 그는 16년 전에 유학준비시절에 맥도날드에서 만나던 후배 여학생(향희)을 만나던 시절을 떠올린다.
이글을 읽으면서, 퀸의 노래가 여러 번 언급되었다는데 대해 딴 생각이 든다. 내가 귀국하던 해, 서울에 들어서면서 놀란 것, 하나는 왜 이렇게 노래방이 많은가 였고, 다른 하나는 TV에서 얼핏 본 출연자들이 얼굴이 부픈 듯이 살쪘다고 느낀 점이다. - 얼마 전에 카페.마실가에는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클 잭슨에 대한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가수가 누군가해서 찾아보았었다. 그러다가 활터의 젊은이들이 스마트 폰으로 퀸의 노래를 듣는다기에 가까이 다가 가보는데, 그들은 “이 가수를 몰라요? 전설인데”라고 한다. 나로서는 그런 인물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 그 시절에 참나... HOT를 모르고 ‘핫’이라 했다가 에치오티도 모르냐고 구박받았었던 적이 있다. - 국가 부도라는 그 시절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살면서, 주변에서 들은 유일한 인물은 여자 골프 선수 박세리였을 것이다. IMF가 쓸고 간 흔적은 그 시대에 살았던 30대 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 지난 과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몸에 각인 되어 살았다. 자본의 포획과 국가의 야만 ... 그리고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 이 작품에는 고단한 시절을 보내는 장면이 70년대처럼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배고픈 것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것도 아니면서, 무기력하게나마 마냥 살아간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명퇴해야할 처지에서야 그 시절 만났던 여인을 떠올린다(찾아간다). 여인을 떠올리기보다 그 시절을 어떻게 겪고 지나갔는지 까마득하게 잊었다가 다시 떠올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추억들은 묻혀 있었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같이 겪은 그 시절 이야기를 이리저리 하게 되면 다시 거의 전부를 떠올릴 수 있는 추억들이 있다고 한다(흄). 아픈 장면은 유사한 장면을 만나게 되면 그 옛 장면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린다(프로이트). 수많은 추억들 중에서 자신의 열망에 의해서 떠올리면서 그 추억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삶의 양태를 만들 수도 있다(벩송). 슬픔, 고뇌, 회한과 같은 정념들에 의해 떠올리게 되면 영혼을 갉아먹는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화(카타르시스)에 의해 영혼을 씻고 삶의 길을 달리하게 되는 새로운-되기로 나아갈 수도 있다(디오니소스).
*** *** 내용 중에서 ***
<인사이동을 통보 받았을 때 필용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십육 년 전 종로의 맥도날드였다. 미국 유학을 준비한다며 어학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필용은 언제부터 맥도날드게 가지 않았더라, 하는 생각에 맥락없이 빠져 들어갔다. 문책을 받아 영업팀장에서 시설관리팀 직원으로 밀려나는 순간에 왜 맥도날드 생각이 났는가. 그 공장제 프랜차이즈 정크 푸드가. (9, 시작 첫 문단)>
<남자가 대걸레에 물을 착착 적셨고 필용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필용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얼마쯤 걷다가 또 극장 쪽으로 향했지만 다시 몸을 돌려 종로에서 멀어졌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계속 멀어졌다. 양희야, 양희야, 이제 피시버거는 안 판단다. 양희야, 양희야, 너 되게 멋있어졌다. 양희야, 너, 꿈을 이뤘구나, 하는 말들을 떠올리다가 지웠다. 안녕이라는 말도 사랑했니 하는 말도, 구해줘 라는 말도 지웠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나니 양희의 대본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없은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그렇지만 그것 실제[실재]일까? 필용은 가로수 밑에 서서 코를 팽 하고 풀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 바뀌었을까. 바뀌면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까. 가로수는 잎을 다 떨구고 서서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필용은 오래 울고 난 사람의 아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질문들을 하기에 여기는 너무 한 낮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정오가 넘는 지금은 환하고 환해서 감당할 수조차 없이 환한 한낮이었다. (43, 마지막 문단)>
*** 스물한 살 양희와 여섯 살 위 필영의 만남 시절. 회상 속에서 너무 밝은 한 낮의 연애도 바래졌다. 십육년이 지난 현실의 삶도 바래졌다. 연극 대본을 쓰며, 행위 예술을 하는 양희, 16년을 그렇게 살고 있는 양희. 자기 모습 그대로 여전히 살고 있다.
<“나무는 ‘크크크’하고 웃지 않는다”는 바로 양희가 쓰고 있는 대본의 제목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ㅡ’가 탈락되어 버렸지만 현수막의 그 문장은 십육 년 전의 그것과 완전히 같았다. 양희는 연극반이었고 대학노트 세권을 철해서 가지고 다니며 대본을 썼다(17)>
<“미안하다. 심한 말해서.” 필용이 사과했다. / “선배, 사과 같은 것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 양희가 돌아서서 동네 어귀의 나무를 가리켰다. 거대한 느티나무였다. 수피가 벗겨지고 벗겨져 저렇게 한없이 벗겨져도 더 벗겨질 수피가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느티나무였다. /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그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37-38)>
# 작가 노트: 사랑하죠, 오늘도 44-46.
몇 년간 세상은 점점 나빠지지만 내게는 역설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나는 그들을 대부분 짝사랑하지만 가끔은 참지 못하고 애정을 고백하기도 하는데 그때 상대방이 그것을 그냥 인사치레로 여기거나 덕담쯤으로 받아넘길 때는 어쩔 수 없이 서운하다. (44)
세상이 형편없이 나빠지는데 좋은 사람들 자꾸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지는 것은 기쁘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46)
미주1) 작중 연극의 제목은 양경언(@redsea32)의 인스타그램에서 얻은 것이다.
미주2) 연극의 형식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 퍼포먼스(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에서 착안했다.
# 해설: 소설의 맡 47-54
– 양경언(1985-) 제주출생, 2011년 평론 「참된 치욕의 서사 혹은 거짓된 영과의 시: 김민정론」으로 현대문학에서 등단.
김금희는 보통의 존재[현존]들이 언제라도 보통의 반대편의 존재[현존]들과 만날 채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다. (54)
***
** IMF와 맥도날드의 유행.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 거기다가 당시는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품목 ‘피시버거’. 나로서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맥도날드 1988년에 들어와서 승승장구만 한 것이 아니란다. 2002년 ‘미군 여중생 압사 사건’으로 인한 반미 열풍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논란으로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3:10, 51WKE)
* 참조**********
[퀸 보컬 그룹의 리더싱어: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
[1997년 외환위기: 1997년 11월에 발생하여 2001년 8월까지 약4년 간 지속되었다. ]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 하나. 인스타그램은 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이다.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 촬영과 동시에 다양한 디지털 필터를 적용하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1946-) 공연예술가, 행위예술, 전위예술 전문.]
설1979김금희2016너무한낮.hwp
첫댓글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이상문학상 우수상 거부”
<한겨레 신문> 등록 :2020-01-06 12:04 수정 : 2020-01-07 02:33.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23300.html#csidx0f582ac61829a1188f13ad96cada66c
김금희 작가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