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복수 부총장제 신설은 캠퍼스간 갈등만 조장할 뿐입니다!
대학본부는 이달 초 ‘복수 부총장을 두는 학칙개정(안)’과 ‘삼척·도계캠퍼스 조직 및 행정 개편안’을 확정하여 평의원회에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2월16일 전체평의원회 심의 예정). 이에 삼척·도계캠퍼스 교수님들은 금번 학칙개정 및 행정조직 개편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복수 부총장제에 대해 강원대의 많은 구성원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첫째, 복수 부총장제는 캠퍼스 통합 당시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 아닙니까?
강원대학교와 삼척대학교는 10년 전 통합 당시 삼척캠퍼스의 제반 업무를 관장하는 부총장 1인을 두기로 약속하고 이를 학칙(제12조 2항)에 반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총장은 지난 해 춘천캠퍼스 소속 교수를 삼척캠퍼스 부총장으로 임명하려 했고 (평의원회 부결), 지금까지 무려 9개월간 삼척캠퍼스 부총장 자리를 비워 두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에는 ① 부총장을 2인으로 늘리고 ② 기존 부총장의 역할을 “삼척캠퍼스의 업무를 관장한다”에서 ‘’삼척캠퍼스 업무와 관련하여 총장을 보좌한다“로 변경하는 학칙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부총장 숫자를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삼척캠퍼스 부총장의 역할을 총장 보좌 업무로 축소시키는 것은 양 캠퍼스 통합의 기반이 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통합 취지인 ‘화합과 상생을 통한 대학 발전’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난 해 있었던 캠퍼스간 전과인원 제한규정 철폐 시도(평의원회 부결)와 이번 학칙개정(안)으로 인해 삼척‧도계캠퍼스 구성원들은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학내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면서 만든 제도가 통합 대학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통합 추진 주역 중 한 사람으로 누구보다도 통합 당시 한 약속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총장이 이렇게 쉽게 약속을 파기하는 것을 보고 어느 구성원이 대학 본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둘째, 지난 2년간 추락한 대외경쟁력이 부총장 숫자를 늘리면 살아납니까?
우리 대학은 지난 2년 동안 BK21+사업, 지방대특성화사업(CK-1) 등을 비롯한 대형 국책사업에서 잇따라 참패했습니다. 특히, CK-1사업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로 정원을 감축하는 출혈을 자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작은 대학에서도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는 대형 우수연구사업단 (SRC/ERC/MRC/NCRC, BRL, 중점연구소 등)도 이제 우리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 동안 대학 본부는 구성원들과의 소통 없이 여러 중요한 사안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집행해 왔습니다 (예, 무리한 학과통합, 기준도 없는 차별적 학과정원 감축, 춘천캠퍼스 인사의 삼척부총장 임명 시도, 전과 무제한 허용 학칙 개정 시도, 이유도 안 밝힌 신임교수 임명 거부, 구성원 의사도 묻지 않고 이루어진 은행대출 등). 이렇게 대학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대학 본부에 대해 어떤 기대와 믿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구성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이 무너지고 대학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부총장 한명 더 늘어난다고 약화된 대외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셋째, 신설 부총장의 업무가 현 처장․단장과 무슨 차이점이 있습니까?
대학 본부는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과 정부 정책사업에 대처하기 위해 복수 부총장 도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업무들은 기존의 본부 보직 교수들 (대학원장, 교무․학생․기획처장, 산학협력단장, 대외협력본부장, 국제교류본부장 등)이 관장하고 있는 업무 아닙니까? 그렇다면, 신설 부총장의 업무는 현 보직교수들의 주요 업무와 중복되는데, 어떻게 서로 역할과 업무를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2014. 11. 6 설명회부터) 지금까지 명확한 설명이 없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산학연구부총장 1개 직제를 신설한다 (강원일보, 2014. 12. 3)’고 했다가, 이번 최종 수정(안)에서는 신설 부총장의 역할을 ‘교육․연구 업무를 보좌한다’라고 변경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할과 업무가 정립되지 않은 부총장이 왜 더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넷째, 현재 대학이 처한 상황이 보직교수 숫자 늘리기에 적당한 시점입니까?
지금 국립대학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힘든 상황 (공무원연금 개편, 기성회계 폐지 등)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당장 3월부터 교원 연구보조비(월 107∼118만원) 지급도 불투명하고, 금년도 학과예산은 작년대비 30%나 감축되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대학은 지난 2년간 대형 국책사업 경쟁에서 초라한 성과를 거뒀고, 향후 2∼3년간 전국 최대 규모로 정원을 감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산학협력단 적립금은 이미 고갈되었고, 대추나무골 부지 매입비용 100억 대출건으로 발전기금 활용은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이렇게 전례없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고위 보직교수 숫자를 늘린다면 누가 쉽게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대학 본부부터 먼저 허리띠를 졸라 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학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는 것이 상식과 순리 아닐까요?
이처럼 대학 본부가 제출한 ‘복수 부총장제 신설’ 학칙 개정안은 그 필요성도 타당성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복수 부총장제를 밀어 붙이는 데에는 혹시 무슨 다른 저의가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항간에 떠도는 ‘爲人設官’이라는 의혹(차기총장 출마예정자인 특정 인사 띄워 주기? 지난 해 부결된 부총장 후보자에 대한 보상 인사? 등)이 설마 사실은 아니겠지요?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이제 제발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과 같은 일로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고, 차분히 교육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평의원회’가 잘못된 학칙개정(안)을 제어해 줄 마지막 보루입니다. 평의원 교수님들의 혜안을 굳게 믿습니다.
2015. 2. 12.
강원대학교 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