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시황이 벌크선, 컨테이너선 할 것 없이 매우 어려운 이런 시기에도 좋은 실적을 내놓아 주목받는 선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장금상선이 바로 그런 회사로, 올해 3분기까지 매출 5570억원에 351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여 여타 선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84억원을 기록하여 대형선사들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한국선주협회에서 열린 ‘올해의 인물’ 수상자 선정 심사위원회에서 외항선사 부문 올해의 인물로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도 장금상선의 이러한 뛰어난 경영실적 때문이다. |
올해 3분기까지 284억원 흑자 기록
▲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
"선원 선망하는 시대 반드시 도래"
불황기에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는 얘기는 결국 불황에 대한 대비를 잘 해왔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태순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점에 대해 "어쩌다가 운좋게 시황이 잘 맞아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지난 2007년부터 하주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대형 탱커선(VLCC)를 대형광물운반선(VLOC)으로 개조하기 시작해 모두 4척의 VLOC를 개조해 차례 차례 인수했다.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이 선박들이 요즈음과 같은 불황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것이다. 여타 근해항로 정기선사들이 지난해 까지는 좋았으나 올해 들어와서 크게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의 얘기다.
불황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주효했던 것 같다. 장금상선은 불황기에는 선가도 싸다는 점을 착안, 자체 신용도를 활용해 선대를 확충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장금상선은 선대 확충과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서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으나 마켓리포트에 나온 것을 장금상선에서 확인해 준 것만 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에 걸쳐 컨테이너선 5척에, 벌크선 5척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제 선대 규모가 컨테이너선 11척에 벌크선 11척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8만 2000dwt급의 신조선 2척을 발주했으며 이러한 선박 확보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6월에는 외화사채 5000만달러를 발행하기도 했다.
근해항로 컨테이너 정기선이 주사업인 장금상선이 해외에서 외화사채를 발행하여 선박자금을 조달했다는 사실은 이 회사가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6월 16일 한국정책금융공사(KoFC)가 글로벌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우수 중견기업으로 인정하여 장금상선을 업계 최초로 ‘KoFC 프론티어 챔프 기업’으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장금상선은 근해항로의 정기컨테이너선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원양항로에서 11척의 대형 벌크선을 운항하는 ‘글로벌 쉬핑 컴퍼니’로 탈바꿈 한 것이다.
장금상선㈜는 ‘장금상선 그룹’을 끌고 가는 母회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금상선 그룹 전체로 얘기한다면 그 선대 규모는 엄청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열선사로는 조강해운, 한성라인, 국양해운, 국양로지텍, 경평물류, 시노코엔지니어링 등이 있으며 관계회사로 장금마리타임, 시노코마리타임 등 수개 회사가 더 있어 그 규모가 대형선사에 못지 않는다. 계열회사들도 나름대로 좋은 실적들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금상선㈜의 안정성은 더욱 튼튼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장금상선이 선전하는 원동력은 역시 최고경영자인 정태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태순 회장은 부하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칭찬을 많이 하는 ‘온정주의’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직급이 낮은 직원이나 여직원들에게는 자애로운 아버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온정주의 경영이 직원들의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것이 강력한 리더십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금상선 직원들의 애사심과 경영자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는 것은 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이다.
정태순 회장은 현재 실제로 해운업계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보면 진정한 업계의 지도자라고도 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한국해양대학 출신(24기)으로 해운을 배우고 익혀 우리나라의 해운업계를 이끌고 가는 실질적인 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는가 하면 얼마전까지 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 총재를 맡아 해운을 홍보하고 바다사랑 정신을 일깨우는 공익적인 사업에도 앞장서 왔다. 해운계 각분야의 전문가들을 음으로 양으로 후원하고 지원함으로써 해운업계 전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정태순 회장은 이러한 활동들을 떠벌이지 않고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하고 있어 그 功이 더 크고 높아 보이는 것이다.
사실 정태순 회장은 외부로 나서서 활동하거나 자신의 성과가 크게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려하고 있다. 우쭐한 마음이나 자신을 과장하는 행위 등이 결국은 자신과 회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이번 올해의 인물상 수상도 상당기간 고민한 끝에 수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상이 결정되고 나서 기자가 정태순 회장을 만나 장금상선㈜의 성공비결과 향후 계획, 해운업계나 정부에 바라는 사항 등에 대해서 물어봤다. 정 회장은 자신의 회사에 대한 자랑을 극히 조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VLOC 사업에 진입하게 된 동기를 묻자 그 동기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설계능력과 선급 검사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VLOC를 개조하자는 생각을 한 것은 신조선으로 건조하려면 2~3년 정도 걸려야 인도되는데 반해 선박 개조는 200일 정도면 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빨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설계 능력과 선급 검사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국토해양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장금상선이 잘 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서 일이 잘 성사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태순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하고 싶은 말을 몰아서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원양정기선사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대한 염려와 선원 직업이 앞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잘 아시다시피 아직 해운시황의 어려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새로운 어려움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해운경기는 10년 주기로 변하는 패턴이었는데 현재는 이러한 경기변동 주기가 더 짧아지고 불규칙하게 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대형 정기선사들은 타국 선사들을 항로에서 철수할 때까지 압박하여 퇴출시키고 독점체제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우리 선사들이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원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점입니다. 우수한 선원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을 2배로 늘려야 합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해운업이야말로 핵심 성장산업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선원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선박의 시설과 안전이 더욱 개선되고 통신이 발달되어 근무환경이 더 좋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원 직종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태순 회장은 향후 과제 중에 선원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