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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장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제 22 장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제 23 장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제 24 장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제 25 장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