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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전 242년, 양력 11월 중순부터(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해모수 20 - 21세
하늘에 눈발이 날리던 날 해모수 일행은 백악산아사달을 향해 출발했다. 쉬엄쉬엄 가면서 도중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해모수와 설이매는 간간이 다물 임금의 <행심록>과 <삼일신고>에 수록된 얘기에 집중했다.
설이매는 해모수가 마치 친한 친구라도 된 듯 스스럼없이 말했다.
“당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저 뒤 마차 안에 있는 번조선의 기진 공주를 생각하는 건 아닌가?”
설이매는 무슨 심보로 이런 말을 하는가? 해모수가 피식 웃고 말했다.
“아니오. 내 아내 될 사람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아쭈, 그 여자가 누군데?”
해모수가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린다.
“공주마마께서는 지난 번 우리가 환꽃동산에서 하나님과 기도로 사귀는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눈 이후, 기도를 실천해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응.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그 때 나눈 얘기 가운데, 소리와 호흡으로 기도를 한다고 했는데, 호흡으로 하는 기도가 도대체 무어야?”
“아, 그건 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눈을 감고 심장에 의식을 집중하거나 눈앞에 의식을 모아, 하나님 뵙기를 간절히 사모하고 하나님의 성품을 내려달라고 성심으로 빌면서, 하나님을 마음속으로 계속 부르는 거예요. 그리고 들숨과 날숨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이 내게 임한다고 상상하면 돼요.”
“좀 복잡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냥 들숨과 날숨에 맞추어 맘속으로 하나님을 계속 부르는 거예요.”
한참을 지나 해모수가 옆을 돌아보니, 설이매는 호흡기도를 직접 시험해보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새하얗고 고혹적인 얼굴 위로 흰 눈송이들이 솜처럼 살포시 내려앉는다.
갑자기 설이매가 눈을 크게 뜨더니 해모수에게 물었다.
“천제 하나님은 정말로 이 우주 안 어딘가에 계신 거야?”
“그래요. 삼신일체 하나님은 아니 계신 곳이 없다고 <행심록>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이 땅에도 존재하고 계세요. 삼신일체 중, 이 땅에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지일신地一神’이라고 해요. ‘땅의 한 분 하나님’이라는 뜻이죠. 시간 나는 대로 <행심록>을 자세히 읽어보세요.”
해모수는 하늘의 눈발을 쳐다보다가 덧붙였다.
“만일 하나님이 아니 계시다면, 우리가 그토록 진지하게 나눈 얘기는 무어란 말인가요? 전에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심령 속의 평화와 기쁨, 행복은 어디에서 온단 말인가요? 천제 하나님을 부르고 있으니 내 가슴은 지금도 이렇게 황홀한데요. 하나님이 존재하시지 않는다면, 하나님에 관한 옛 성현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은 죄다 새빨간 거짓말이 되겠죠?”
설이매는 입을 다물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호흡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어요. 눈을 뜨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잡생각을 하지 말고 호흡기도에 전념하면 하나님의 성품을 닮는 일에 많은 진보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것들을 다 터득했어?”
“다 터득한 건 아니고요. 저도 연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행심록>과 <삼일신고>, <삼백육십육사事>(일명 <참전계경>. 신시시대부터 내려온 하나님 섬기기 및 인격훈련 지침서)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한 삼년 동안 어느 은밀한 곳에서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이런 것들만 훈련한 적이 있습니다.”
“호흡기도는 자주 할수록 좋은 거야?”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삼백육십육사>에서 쉬지 말고不息 하나님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해모수는 잠깐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호흡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성 기도도 꼭 필요해요. <삼일신고>에서 ‘성기원도聲氣願禱’를 말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해요. 그것을 ‘소리기운으로 원하고 빌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죠. 호흡으로 기도하기 전 소리를 내서 기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요.”
해모수는 설이매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과거에 은밀한 석실에서 삼년 간 갇혀 기도할 때,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하고 애가 탄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하나님을 부르고 하나님을 뵙고 싶다고 호소한 적이 있어요.”
설이매가 해모수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루 종일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아침밥을 먹고 부르짖기 시작해서 캄캄해질 때까지 계속했거든요. 그 후로도 애타게 울부짖다가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 때 어떤 꿈을 꾸었고요.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호흡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심장에 무언가가 황홀하게 빨려 들어오는 것 같더니 마음이 마치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 달콤하고 행복하고 기쁘기 한이 없는 거예요.”
“어머나! 무슨 꿈을 꾸었는데?”
“그건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하고요, 아무튼 그 경험 이후로 무턱대고 소리 질러 기도하는 일을 자주 했었는데, 그 때마다 그런 발성기도가 호흡기도보다 천제 하나님의 성품을 받아들이는데 훨씬 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 황홀한 기쁨이 하나님 성품의 일부인가?”
“그래요.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요. 거룩하고 순결하고 자비롭고 평안한 것도 하나님의 성품이에요.”
그 날 밤 해모수가 꾸었던 꿈은 다름 아니라, 신인이 나타나 “이 강산을 네게 주겠다”고 말한 바로 그 꿈이었다.
해모수는 길을 가면서도 산세와 지세가 어떠하며, 어디에 강이 있고 들이 있는가 등등, 지형을 유심히 관찰했다. 혹시 이 땅에 난리가 일어나면 군사를 이끌고 평정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쉬엄쉬엄 오느라 여러 날이 걸려 사남육녀 일행은 백악산아사달에 당도했다. 조선의 고도답게 성벽은 창연한 빛이 가득했다.
백악산아사달은 남북으로 뻗은 북아리하(송화강) 북류의 상류를 끼고 있었다. 강물이 성의 동서남북을 활 궁弓자로 교묘하게 휘감아 흐르며 자연 해자垓字를 형성했다. 북과 남은 강물의 보호를 받고 있고 동과 서는 반이 트이고 반이 강물로 막혀, 성은 천연요새를 이루었다.
날씨가 쌀쌀하고 추웠지만, 일행은 서문西門 밖 장터 한 귀퉁이에 놀이판을 깔았다.
백악산아사달은 성 밖을 제외하고 성 안만 하더라도 남북이 이십 리, 동서가 십 리에 달하는 상당히 큰 성이었으므로 겨울인데도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몰려들었다. 더구나 곡예단 일행이 무척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므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강하게 끄는 것 같았다.
백선의와 청아련이 대금을 아울러 앓이랑을 구성지게 한 바탕 불렀을 때는 그들 주변에 남녀노유 흰옷을 입은 백성들이 가득 찼다.
이어서 기비의 창술시연이 있었다. 기비가 날고뛰며 창끝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을 휘둘러대자, 군중은 넋을 잃고 있다가, 그의 시연이 끝난 다음에야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다음으로 단의 적수공권 권법과 경신술 묘기가 진행되었다. 그가 십여 척 높이에 줄을 하나 매달아 놓고 펄쩍 뛰어서 그 위로 올라타는가 하면, 거기서 몸을 팽이처럼 빙그르 돌리며 날아 내리고 땅 바닥에서는 손과 발로 기기묘묘한 동작을 연출하자 구경꾼들은 그의 동작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단의 권법과 경신술 보여주기도 박수갈채 속에 끝나고 해모수가 검법시범을 보였다. 그의 검술 역시 몸과 검이 혼연일체가 되어 군중들 한 가운데서 선풍을 만들어낸다. 해모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동작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호흡이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에 평안하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이미 무예를 행할 때도 마음을 상제 하나님께 집중하고 호흡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일체감을 느끼는 가운데,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힘으로 무예의 수법을 구가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무예가 기도로 화하고 기도가 무예로 변해 도무禱武 일체의 지경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국지색 기진의 도법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관중은 그녀의 도법보다도 그녀의 얼굴에 더욱 넋을 잃는 것 같았다. 그녀의 도법 공연이 끝났을 때는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함성도 터져 나왔다.
기진의 도법시연이 끝난 후 해모수와 기비, 단, 기진 네 사람이 각각 무기를 들고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약 한 시간 동안의 공연이 끝난 후 삼칠성주는 친히 모자를 가지고 한 바퀴 청중을 돌며 자선慈善을 구했다. 여러 사람이 돈을 넣어주었다.
그 때였다.
“어이, 잠깐, 잠깐만!”
얼굴이 험상궂게 생기고 활과 칼로 무장한 건장한 사내들 몇몇이 군중을 헤치고 들어오더니, 삼칠성주를 손짓으로 불렀다.
삼칠성주가 웃는 낯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들 오셨소?”
패거리 중에 두목인 듯한 자가 거만하게 물었다.
“저희들은 저 남쪽에서 올라왔습니다. 이곳저곳 떠돌며 기예를 팔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게 하더구먼. 그런데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에 자리를 편 거요?”
그들이 시비를 거는 목적은 뻔해 보였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아니 그럼 남의 땅에서 거저 돈을 벌 수 있단 말이오?”
“얼마를 드려야 합니까?”
삼칠성주가 공손히 물었다.
“받은 것 절반을 내 놓으시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좀 깎아줄 수 없나요?
“안 되오. 이 바닥에서 장사를 해 먹으려면 반을 내 놓아야 하오.”
삼칠성주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금 모자에 받아온 돈을 몽땅 털어서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이 오늘 이 고장에 와서 우리가 번 돈 전부입니다. 이걸 다 드릴 터이니 다음부터는 조금씩만 받아가세요.”
두목이 돈의 액수를 대충 헤아려보더니 득의만면한 웃음을 지었다.
“고맙소. 우리가 잘 지켜 드릴 터이니, 안심하고 여기서 장사를 하시오.”
“예, 예. 감사합니다.”
삼칠성주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연나라 왕자 단은 벌써부터 밸이 뒤틀려 그들을 한 바탕 혼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기비가 연신 눈짓으로 제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떠나고 난 다음, 사남육녀 일행은 둘째 판을 시작했다.
둘째 판도 대략 한 시간이나 되어서 끝났다.
역시 삼칠성주가 전처럼 모자를 돌렸다. 그런데 그가 돈을 다 거두자마자 어디선가 굵직한 음성이 들렸다.
“허허! 꽤나 재미들을 보시는구먼.”
해모수가 바라보니 그는 구레나룻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이십사오 세 정도의 털보사나이였다.
“어디서 오셨소?”
그가 삼칠성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쪽에서 왔습니다.”
“남쪽이 다 당신네들 집이오? 주소를 정확히 대시오.”
“각자가 서로 다른 거주지에 살고 있습니다.”
그 때 설이매가 앞으로 나서더니 그에게 말했다.
“나하고 이 사람은 임금의 궁에 살고 있고,”
이렇게 운을 떼며 설이매는 해모수를 가리켰다. 이어서 기비 기진 남매와 단 왕자를 지적하며 소개했다.
“이 사람들은 왕궁에서 호의호식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삼칠성주와 연은소를 지시하며 덧붙였다.
“이 두 여인은 성주의 관사에서 떵떵거리고 있다오.”
이 말을 들은 그 털보는 처음에 무슨 뜻인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배꼽을 잡고 앙천대소했다.
“호오, 대단하신 분들이구먼. 나는 저 하늘의 천궁에서 살다가 오늘 아침에 내려왔소. 인간 세상에 내려와 보니, 돈이 좀 필요하군. 오늘 번 것을 나와 나누어 가지면 안 되겠소?”
“천제님이 당신을 빈손으로 내려 보내셨는가요? 아마도 하늘에서 무슨 죄를 짓고 쫓겨난 게 아니에요?”
설이매가 예의 그 백설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붙인다.
“흐응, 아가씨 입담이 고약하구먼.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는데. 고것 참 요리하면 맛있겠군.”
털보가 입맛을 다셨다. 흉측하고 음란한 패설을 들으니, 강심장 설이매 공주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가? 이 천왕天王에게 시집을 오는 게.”
설이매가 폭발하려는 순간, 해모수가 눈짓으로 제지하며 나섰다.
“천왕께서는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범돌이라고 하면 삼조선 동서남북 네 아리하 장돌뱅이들 사이에서 모르는 자가 없는데, 그대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촌무지렁이들이 어찌 이 천왕을 알아볼 수 있을까?”
“천왕님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그럼 천왕님께서 무예라도 한 수 보여주시면 저희들의 좁은 눈이 크게 떠져 하늘 높고 세상 넓은 줄 알겠습니다.”
“나하고 겨루겠다는 건가?”
자칭 천왕 범돌이라는 털보가 해모수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해모수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아니올시다. 소인이 어찌 감히 천왕님과 겨룰 수 있겠사옵니까?”
해모수가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쩔쩔 매는 시늉을 하자 경국지색 기진 공주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다가 혼자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그저 천왕님께서 친히 묘기나 한수 펼쳐 보여주시면, 쇤네들이 앞으로는 천왕님을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진정인가?”
“그렇다마다요.”
“그럼 잘 보라구.”
그는 허리춤에 매단, 묵직해 보이는 칼을 뽑아들더니, 마치 풍차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실력이 전혀 없는 허풍쟁이는 아닌 듯했다. 해모수가 보기에도 그의 도법은 상당한 수준급이었다.
그가 칼바람을 그치자 갑자기 기진 공주가 다가와서 말했다.
“소인도 옛날 칼춤을 좀 배운 적이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자칭 천왕은 기진 공주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감탄사를 발했다.
“허허! 인간 세상에 내려와 보니, 뜻밖에도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을 쉽게 만나게 되는군. 그대 이름은 뭔가?”
“쇤네는 기진이라 하옵니다.”
“좋아, 좋아.”
그들이 말하고 있는 사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무리의 비류들이 창검을 휴대하고 사남육녀 일행을 에워쌌다.
자칭 천왕은 그들을 둘러보더니, 기진에게 말했다.
“한 번 구경해 보세나.”
기진이 정중히 인사하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은 화려영묘하며 웅쾌 장엄하기가 비길 데 없었다. 자칭 천왕은 그녀의 도법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같았다.
칼춤을 끝내고 기진이 공손하게 말했다.
“소인의 칼춤이 천왕께서 보시기엔 너무나 하찮았을 겁니다. 앞으로 지도 편달 해주시길 빕니다.”
자칭 천왕은 머뭇거리다가 거드름을 피우며 대꾸한다.
“그대도 여인의 몸으로 한 가닥 하는구먼. 어떤가? 이 천왕을 따라가서 안방마님이 되는 게. 내가 그대를 호강시켜 줌세. 저 여인은 아름답긴 하나 너무나 차가워.”
그가 설이매를 가리켰다.
“이미 이 몸은 임자가 있는지라······.”
“흐흠. 애석하군, 애석해.”
자칭 범돌이가 사방을 둘러보니, 기예단 일행이 모두 자신을 주시하고 있고 그 밖으로 자신의 부하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차례 입맛을 다시더니, 삼칠성주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이 몸이 몹시 바쁜지라, 그대들의 번 것 가운데 절반만 가지고 갈 생각이네. 어서 이리 내놓게.”
삼칠성주가 두말하지 않고 허리를 숙이며, 모자에 거둔 돈 전부를 통째로, 두 손에 공손히 받쳐 드렸다.
“대왕마마, 마마께 전부를 드리니 받아주소서.”
그는 약간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얼굴에 만족스런 웃음을 가득 담고 돈을 받았다.
“안심하고 장사 잘하시오.”
말과 함께 부하들을 향해 눈짓하더니, 그들을 거느리고 현장을 떠나갔다.
해모수 일행은 점심식사를 한 후에 다시 판을 벌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엉뚱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성을 지키는 군졸들이었다. 그들도 삼칠성주가 거둔 돈을 몽땅 털어갔다.
그 날 오후에 다시 세 판을 벌였는데, 세 판 다 이런 식으로 돈을 모조리 털렸다.
(다음 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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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2. 8. 5. 불볕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