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축제! 특별한 축제를 만나다
_ 2008 대한민국 음악 축제 TOP3
음악과 공연을 좋아한다 싶은 국내 음악 팬들은 항상 페스티벌에 목말라 있었다. 미국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일본의 후지 락 페스티벌, 영국의 글래스톤 베리 페스티벌 등 각국을 대표하는 멋진 행사들이 매년 세계 방방곡곡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왜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페스티벌은 없는지, 외국인들이 애써 찾아와서라도 보고 싶은 페스티벌이 만들어질순 없는 건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물론 그간 몇몇 개의 페스티벌이 혁신적인 슬로건과 구성으로 음악 팬들을 유인하긴 했지만 항상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대한민국은 페스티벌의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각각의 장단점이 적절히 드러난 뜻깊은 축제의 해였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페스티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축제 문화가 확립된 시기이기도 했다. 축제 문화라 함은 성숙한 공연 문화와 한 나라의 음악 팬들이 쌓아 온 긍지와도 같은 것이다. 문화 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들이 능동적인 문화 주체가 되려면 축제 문화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문화 윤리‘임에 틀림 없다.
지금 <인디 속 밴드 이야기>에서는 작년에 찾았던 큰 페스티벌 세 개를 중심으로 한국의 축제와 축제문화, 관객들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를 꿈꾼다
1) World DJ Festival
* 전자 음악 강국 대한민국! 월디페가 있다면 멀지 않았다
월드 DJ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은 세계 최초의 DJ 페스티벌을 꿈꾸며 시작된 전자 음악 축제로 2008년 열린 제2회 행사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서 독립한 첫 번째 해였다. 상상공장의 류재현 감독의 주재로 시작된 월디페는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락, 힙합, 일레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들을 섭렵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제2회 월디페의 경우 ‘전통’을 컨셉으로 “한복을 입고 한강에서 춤을 춘다”는 다소 충격적인 모토 아래 진행되었다. 클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뜨거운 열기와 흥분, 게다가 조금은 난해하기까지 한 패션 코드까지. 상상한 것 이상을 본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평소 만나보기 힘든 거물급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굉장했다. ‘내귀에 도청장치’는 선정적인 색채의 한복을 입고 나타나 굿판을 연상시키는 트레디셔널 하면서도 자극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석으로 날아오던 돼지 머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김바다의 뛰어난 장르 해석이 돋보이는 ‘더 레이시오스’는 록 페스티벌 타임이었음에도 불구 수많은 관객들을 춤추게 만드는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었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멋진 누나, 이상은은 전자음으로 뒤엉킨 관객들의 흥분 상태를 깨끗한 청정 음악으로 달래 주기도 했다. 기존의 페스티벌들에서 보인 장르적 편향을 잊게 해준 ‘힙합 플라야’ 스테이지도 화젯거리 중 하나. 에픽하이를 필두로 힙합 씬이 자랑하는 최고의 랩퍼들이 모두 모여 수많은 매니아들의 한을 풀어 주었다.
*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프라나(내귀에도청장치)의 보컬 이혁
물론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홍대 클럽보다 더 높은, 하늘이라는 천장과 한강 수변 특유의 시원함이 함께 한 DJ 페스티벌 시간이었다. 일본의 저력있는 전자 음악 그룹인 ‘더 코넬리우스 그룹’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악기들을 직접 들고 건너와 그들을 꼭 한번 보고야 말겠다는 전자 음악 매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으며 오후 아홉시부터 다음 날 아침 다섯시까지 진행된 ‘끝없는’ 디제잉은 관객들을 한시도 풀어주지 않았다. 동이 터오르는 것을 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춤을 추는 이 난해한 광경. 대한민국 그 어떤 축제에서도 만나지 못 했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셋팅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타임 테이블대로 정시를 맞추지 못 했던 현장상황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만큼 괜찮은 사운드를 구현하긴 했지만 한 시간씩 지연됐던 공연 순서는 많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또한 잘 차려진 세 개의 서브 무대가 메인 무대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다양한 문화의 집결로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제3세계의 예술품이라든지 일반인들이 주도하는 ‘난지 아티스트’가 조금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두 번째 월디페의 숙제로 남는다.
다가오는 5월, 새로운 월디페를 준비하고 있는 상상공장은 벌써부터 분주한 듯 보인다. 시민축제기획단인 ‘21c RPM'의 새로운 인원을 보충할 예정이고 작년과는 또 다른 충격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제휴를 준비중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축제임에 틀림없다. 좋은 축제란 다음에 또 오고 싶어지는 축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월디페는 최고로 좋은 축제다. 도전과 용기가 엿보이는 이 건전하디 건전한 페스티벌에 누가 태클을 걸랴. 올해 5월, 관객들은 또 한번 한강으로 달려갈 것이다.
첫댓글 오 기대된당!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