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동 선생님의 최근 저서 ＜교육의 본질과 교육학＞을 읽고

[민기식]

엄태동 선생님의 최근 저서 <교육의 본질과 교육학>을 읽고
	민기식 (10월02일 PM 01:40:52)

엄태동 선생님의 최근 저서 <교육의 본질과 교육학>을 읽고

인간에겐 경험주의로 해결되지 않는 관념의 특이한 장난이 있다. 이론의 중요성은 실천에 지속적인 힘을 제시하는데 있다.

교직 생활 처음부터 나를 둘러싼 언어가 나의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끊임없이 출몰하며 증폭되었다. 언어의 갈등을 풀고자 여러 공부를 탐색했다.

거의 체념 상태에서 차라리 새로운 교육학을 만들지 현존의 교육학을 답습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회의가 증폭했을 때 만난 책이 엄태동 선생님의 <초등교육의 재개념화>이다.

교육의 보편성과 더불어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뚜렷이 부각시킨 책인데 엄 선생님의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저작술이 놀라운 책이다. 처음 영화 감상에서 마지막 김춘수의 시로 마감하는 순간 장상호 선생님께로 달려갔다.

연구소 개소식날 좋은 인연을 직접 보고 느끼고 제2기 교육학 운동에 동참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당분간 그동안의 성과를 부지런히 흡수하는 일이다. 그래서 공부 모임에 꾸준히 참석했고 경험을 음미할 수 있는 신선한 개념을 얻었다. 무엇보다 학문이 탄생,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에겐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아직 장상호 선생님의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여러 일에 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틈틈이 본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나의 길이 어디 있는가를 적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상호 교육학은 나에겐 허학이 아니라 실학이다. 이론으로서 강력한 힘은 실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늘 깨어있게끔 충동한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때 조금씩 읽는다. 나에게 맞는 옷은 마음의 평안과 건강을 지향한다.

두 번인가 장 선생님께 교사들을 위한 개론서를 부탁드렸다. 묵묵부답. 제자들의 몫이라는 걸까? 어떻게 하면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누군가 천상에 있는 장상호 선생님의 목소리를 천하의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그건 복음이리라.

서점에 갈 때마다 신간을 묻는다. 엄태동 선생님께서 새 책을 내셨다. 방대한 장상호 교육학으로 들어갈 수 있는 관건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입구처는 다를 것이다. 상구자의 입장이 어떠하냐에 따라 진입하기 좋은 길은 다를 것이다. 이번에도 엄 선생님의 열망이 가득 담겨있어 새로운 개념을 많이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개념들의 각축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아니 다양한 버전으로 풍성한 식탁을 기대하는 것이 온당하리라. 산조의 다양한 유파가 있지만 기본 장단의 약속에 의해 수없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듯 핵심적인 개념만 굳건히 지지한다면 백가쟁명의 제 목소리는 즐거운 향연이 될 것이다.

상구자와 하화자 중 누군가는 기존의 교육학 논의가 몸에 부대낀다고 느끼고 있다. 갈등을 풀 수 있는 적실한 언어의 세례를 기다리고 있을 상구자에게 다양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개소식 때 자기 소개하면서 당돌하게 "메타교육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썰렁했던 분위기...

지금도 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침 5학년 선생님들께서 태권도 지도를 요청하셔서 합동체육을 하면서 선생님들께 드릴 글을 준비했다. 나 역시 받았으니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태권도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 : 초등교사들이여, 메타교육을 응용하라!

2006. 9. 30. 신양초 교사 민기식 짓고 쓰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세계는 다양하며 생명처럼 생장, 소멸한다. 한 때 찬란했던 고문명이 폐허의 유적만 남긴 채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경우도 있거니와, 지금 이 순간도 인간의 꿈과 노력에 의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융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태권도는 세계의 무수한 무술의 하나로써 대한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대한민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태권도를 안다는 것은 한국인에겐 이상할지 모르나 지구촌에선 당연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태권도는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은 우리에겐 당혹스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술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에게 태권도가 무엇을 만족시켜주었는지? 과연 우리는 태권도를 하면서 그만큼 감동하고 있는 건지? 혹자는 한국에서 버림받은 자식이 외국에 나가서 자수성가했다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원인을 읽도록 기다리며 깊이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된다.

태권도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단순하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르친담? 잘하지 못하는 것을 대충 가르치느니 차라리 가르치지 않고, 잘하는 것을 충분히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선생님들 각자 나름의 노선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생의 권위다.

권위는 타인의 존중을 향유하고자 한다. 권위가 높을수록 타인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목표지향적인 활동력을 높일 수 있다. 교사에겐 권위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목숨을 지키고 향유하기 위해선 손자병법이 적실하다.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문제는 교사가 학생에 대하여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있다.

교사가 학생에 대하여 잘 하고 잘 가르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학생보다 잘 하지 못하고 잘 가르치지 못할 때 권위가 손상된다. 이 경우 억지를 부리면 교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다. 구분하여 논의하자.

만약 가르치는 방법이 미숙하나 교과의 수준이 높은 교사의 경우 당분간 고전을 해야한다. 가르치는 방법은 지식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방면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초년 교사의 실수는 적극 장려되고 용인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형식적인 유행과 껍질을 뒤집어쓰면 대성할 수 있는 밑거름을 쓸어버리는 꼴이다.

초등교육의 경우 교과의 수준이 높지 않아 모든 교과를 담임이 가르치도록 허용하고 있다. 때로는 교과가 너무 많아 수박 겉핥기가 아니냐고 푸념할 때가 있다. 아무리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여러 교과를 동시에 고민하기엔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시대적 필요로 교과가 계속 늘어간다면 부담은 점점 더 늘어갈 수밖에 없고 교과 수준이 의심되는 연세 드신 선생님들의 위기감은 증폭된다. 마음의 평정을 읽고 무슨 교육을 하겠는가?

확실히 학생에 대하여 교사가 우위를 점할 영역은 가르치는 면에서의 다양한 방법이다. 과연 내용과 별도로 가르치는 면만 홀로 떼 내어 논의할 수 있을까?

어떠한 활동X가 있다고 할 때, 그 활동은 그것이 적용되는 특정한 대상Y를 지니고 있다. 대개의 경우 활동X와 대상Y는 다르다. 그런데 간혹 활동X가 활동X 자체를 대상으로 삼아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활동과 그 대상이 동일한 것이 된다. 이 때 활동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아 전개되는 활동을 ‘메타활동 X'라 부른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고 할 때 활동은 가르치는 것이고 대상은 태권도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메타교육이라는 특별한 논의를 끌어들인다면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 여기서부터 좀 알쏭달쏭해진다. 가르치는 일도 결국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서 접근해야 온당하지 않겠는가?

맞는 말이다. 문제는 가르치는 일을 개념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며 이 점에서 교사가 학생에 대해 우위를 점해야 메타교육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논의한 메타교육은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만 한정했는데, 배우는 일에 대해서도 논의는 가능하다. 배우는 일도 수준이 다양할 것이다. 메타교육의 갈래는 구분하면 배우는 일을 배우는 일, 배우는 일을 가르치는 일, 가르치는 일을 배우는 일,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일 등의 4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생각할수록 수수께끼 같이 느껴진다.

태권도 기량과 안목이 부족한 초등교사가 태권도 교과를 가르치고자 한다면 메타교육을 적용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학생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면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칠 수 있겠지만, 기량이 부족한 경우 학생들의 태권도의 수준 차이를 이용하여 메타교육을 해볼 수 있다. 얘들아, 가르치는 일을 배워보자!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 저녁까지 학원을 전전한다. 집을 제외하곤 안전하게 공부하고 놀 수 있는 곳으로 학원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을 위하여 어릴 때 태권도 도장을 한번쯤은 경험한다. 짧게는 몇 개월 하다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1품을 따고 싶은 어린 마음에 대개 1년 정도는 수련한다.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2품, 3품 도전하고 싶은 경우엔 수련 기간이 늘어나 4~5년을 한 경우도 더러 있다. 이 정도면 어린 고수라고 할 만하지 않는가? 실력도 좋지만 가끔 후배들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어 가르치는 실력도 겸비한 경우를 볼 수 있다.

태권도에 대한 메타교육의 적용은 태권도 도장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았거나 기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몇 명씩 맡아 가르치는 경험을 주어 친구들의 태권도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때 교사는 교생실습 지도교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학생들이 교생이 되는 것이고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은 학생의 역할 놀이를 진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생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것이다. 태권도 기량 면에서 뛰어난 학생이냐? 태권도 기량은 부족하더라도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냐?

너무 일방적인 분위기로 휘몰면 곤란하다.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채울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으나 좋을 것이다.

교사는 교생 지도교사처럼 태권도 동작에 대해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면에서 다양하게 경험할 수 기회를 줄 때 성공적이다. 태권도를 친구들에게 가르쳐본 학생들은 선생님의 입장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고, 친구에게 배우면서 태권도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교생 실습을 시킬 수 있는 학생으로 기량보다는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호한다. 기량만 뛰어난 경우 경쟁적이기에 친구들의 기량을 가늠하지 못하여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으나, 가르치는 면이 뛰어난 학생은 기량 면에서 부족한 자기 모습을 알고 친구들을 헤아리기에 교생으로서는 제격이다.

태권도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교사가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 기본동작과 품새 정도로 한정하여 시간을 조정하여 조별로 발표를 권한다면 분발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분쟁과 가르치는 학생과 배우는 학생의 역할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할 때 메타교육은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메타교육을 관통하는 중요한 가정은 가르치고 배우는 대상(교육내용)은 달라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그 자체는 같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같겠는가? 이 점을 구분할 수 있는 형안을 지녔다면 훌륭한 교생지도교사의 자격이 있으리라 본다.

교직에 있어서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교사의 권위는 하늘을 찌른다. 개념적인 구분이 어려워도 경험에 의해 교육의 기준이 명확히 선다. 개념적 구분이야 교육학자들의 몫인데 교육학의 그릇된 전통은 교사들에게 적합한 언어의 옷을 선물하지 못했다. 새로운 교육학의 모습과 메타교육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 성과는 우리나라 교육학자 장상호가 유일하다. 교사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언어라 귀하게 품고 있다. 최근에 그의 제자 엄태동 교수가 장상호 교육학에 입문하기 좋은 개론서를 펴냈다. 나의 논의는 조금의 응용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