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남해바다와 여천 공업단지. 산행을 마친 후 여수나 돌산도의 해상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호남을 관통하는 전라선의 끝머리인 여천과 여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머리를 내민 곳이다.
충무공의 혼이 스민 곳이기도 한 여수는 부근에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 돌산대교를 통해 연륙되어 향일암과 방죽포해수욕장 등 이름난 명소들을 쉽게 가볼 수 있게 된 돌산도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을 굽어보며 솟은 산이 영취산이다.
영취산은 여수와 이웃한 여천시 동쪽에 솟은 산으로 4월 말경에 만발하는 진달래 꽃산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흥국사에서 봉우재, 정상 오르내림길의 계곡미도 일품이라 계곡산행을 하기에도 좋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바다여서 마치 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취산에서 20분 거리에 오천, 만성해수욕장이 있어 산행과 해수욕을 연결해 즐긴다면 흐뭇한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동국문헌비고」에는 영추산은 흥국사 동남쪽에 위치한 439봉이고, 지금 영취산 정상이라 불리는 510봉은 진례산으로 되어 있다. 그런 것이 흥국사가 창건되면서 두 산을 합쳐 영취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흥국사는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세웠다는 절로 그후 인조 2년에 새로 증축된 것으로 전한다. 영취산 정상에서 뻗어내린 산자락이 연꽃 모양으로 감싼 곳에, 도솔암과 정수암에서 시작한 계곡물이 합쳐지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풍수상으로 명당에 위치하고 있다.
볼거리로 흥국사 매표소 가기 전 옆 계곡에 있는 홍교가 있다. 보물 563호로 지정된 홍교는 커다란 아치형의 돌다리로 인조 17년(1639년) 계특대사가 86궤의 화강암 장방각석으로 놓은 다리다. 붉은 황토흙이 깔린 다리 위를 지나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영취산 정상은 금성대라 불려 왔던 곳으로 불교가 전해지기 전부터 산신제와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금성대 아래 도솔암과 함께 기우단이 있었고, 그곳에서 지내는 제사는 매우 영험하여 지방 수령이나 군수가 제를 주관하고 기우시를 남기는 전통이 조선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오름길과 하산길 모두 계곡 좋아
산행은 흥국사에서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오르면 흥국사다. 흥국사에서 도솔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 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은 간간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유리처럼 투명하고 맑다. 산길은 잘 닦여 있을뿐더러 산죽밭과 나무숲을 지나서도 산길을 걷는지 평지를 걷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고 편하다.
숲길이 끝나고 돌밭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봉우재에 닿는다. 봉우재에는 낡고 녹이 슨 고물 트럭이 한 대 있어 인상적이다. 봉우재에서 바라본 정상은 온통 바위투성이로 흥국사에서 밋밋한 육산으로 보이던 모습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봉우재에서 영취산 정상 못미처 있는 도솔암까지는 임도가 나 있다.
봉우재에서 20분쯤 가면 멋들어진 나무와 바위에 불경이 새겨져 있는 곳이 나타나고 바로 뒤이어 도솔암이다. 도솔암에서 정상까지는 길이 다소 가파르다.
15분 정도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오름길 중간에 치성을 드리던 바위를 눈여겨볼 만하다.
영취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너른 터에 헬기장이 있다.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구름처럼 떠 있는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흥국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다.
골명재로 이어진 동북릉을 따라가면 산자락 아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우리나라 대표적인 석유화학공업 지구인 여천공업단지가 보인다.
동북릉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것처럼 표시된 지도와는 다르게 깎아지른 바위 벼랑으로 짜릿함을 주는 곳이다.
정상에서 하산은 월내동 상적 마을이나 상암동 읍동 마을이다. 동북릉을 따라 20분쯤 가면 서북족으로 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상적 마을이나 월내초등교로 하산하려면 서북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야 하고 읍동 마을로 가려면 동북릉을 좀 더 따라가다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된다.
서북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얼마가지 않아 왼쪽 계곡으로 난 길은 상점마을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 중간 중간 바위를 타넘는 능선길을 따라 가면 월내초등교로 하산할 수 있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데는 1시간 30분쯤 걸린다.
정보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전라선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부산, 마산, 대구, 대전, 울산 등지에서도 여수까지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여수역에서 흥국사까지 가는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첫차 06:40, 막차 21:50)되며 요금은 720원, 40분 걸린다. 여수역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요금은 10,000원 정도이다.
여수에서 월내동까지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첫차 05:20, 막차 22:00)된다.
흥국사 입구에 숙박시설이 없으므로 여수에 있는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산행을 마친 후 영취산에서 가까운 오천해수욕장이나 만성해수욕장을 찾아 해수욕을 하거나 여수나 돌산도를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