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 들리나요? 누구 같이 여행을 떠날 사람 없나요?" 청계산 밑 옛골 토성집에서 낮술에 거나해진 한 산우의 읊조림 입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한파주의보까지 내렸는데도 축동 산악회(회장 이태영님) 산우들이 12명이나 모였습니다. 늦게 점심에 참여한 사람까지 하면 13명입니다. 산악회 부회장(김명중님)께서 따님의 S대학 박사학위 취득과 강사로 출강하게 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쏘는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입니다. 향긋한 베리나인을 소주잔에 따라 "산우들의 우정과 건강을 위하여"로 건배를 들며 산행의 기쁨을 나누는 산우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청계산 원터골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산 초입에 들어서니, 길가에 떨어진 낙엽과 나무에 매달린 단풍이 조화를 이뤄 온산이 갈색과 노랑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매섭게 불던 바람도 잠잠하고, 추위도 한풀 누그러졌습니다. 한 여름엔 무성한 나뭇잎을 피워 햇빛을 가리던 참나무와 잡목들도 잎을 떨구었습니다. 서초구에서 자연 경관지구로 지정한 산행길의 아름드리 거목들이 나목이 되었습니다. 한 걸음 한걸음 바위옆을 지나고 오르막 길을 오르니 몸이 풀리고 땀이 나 두꺼운 겨울 파카를 벗어 배낭속에 넣었습니다.
길마재에서 계단길을 피해 좌측으로 접어드니 표고가 조금 높아졌습니다. 여기의 나무들은 거의 나뭇잎을 다 떨구었습니다. 산길의 낙엽들을 밟으며 H표시가 있는 쉼터에서 쉼을 가졌습니다. 청계산은 계단길과 표석,쉼터의 의자, 길 안내 표시등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의자 하나에도 서초구의 정성이 들어 있습니다. 돌문바위를 세번씩 돌아 미끈한 홍송들의 환영을 받으며, 매바위에 올라섭니다. 산 아래가 한눈에 보입니다. 서울시내는 물론이요,분당과 성남, 구리, 일산, 멀리 인천까지도 보이는 듯 합니다.
청계산의 정상, 매봉이라고 쓴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금년의 마지막 가을 산행이 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아래 단풍으로 채색된 골짜기의 나뭇잎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잎을 떨어 뜨릴것 같은 생각입니다. 따뜻한 햇살을 비추던 해님이 구름에 가려 오후 늦게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맞추려나 봅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정원을 바라보며, 잘 조성된 계단의 난간을 잡고 내려 오면서 하산길을 조심하라는 말을 음미 해봅니다. 매사에 정상에서의 황홀경에 취하지 말고 밤이 깊어지기 전에 내려 오라는 것이겠지요?
추위만 없었더라도 많은 동우들이 산행에 참여하여 깊어가는 가을 산을 같이 만끽 했을 터인데, 갑자기 불어 닥친 추위와 신종풀루의 대유행때문에 아무래도 외출을 자제해서 인지 매번 참여하시던 분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서운한 감도 있었지만, 만추의 가을 산은 13명의 산우들에게 생성하고 쇠퇴하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건강도 선물 했고요? 다음 모임은 12월 네째주 화요일, 선능역 옆의 선정능으로 정하고 축동 산악회의 한해를 마무리 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하신분(무순)13명-이태영, 김명중,김도겸,김직현,유재영,신홍철,홍영기(산악회 총장),윤형중,김영석,주창환, 신우식,이효길
첫댓글 눈에 보이는듯한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일행중 누가 빠졌는가 했더니 글쓴이 바로 미끄(허철욱)님 이시네요 어제 마신양주가 베리나인이 아니고 발렌타인 아닌가요? ㅋㅋ 주) 생생한 화보가 이어 집니다 즐감 하시길...
맞아요? 발렌타인..
미끄님이 가을을 느끼게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