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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르페 나왔습니다~"
꽃무늬 받침대에 살며시 파르페가 놓인다.
다섯 손톱마다 빨간색 꽃무늬 매뉴큐어가 그려진 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이 잔을 살며시 쥐더니, 손톱과 같은 색깔을 한 도톰한 입술이 빨대로
아이스크림을 쭈욱 빨아들인다.
그런 여학생의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는 희수..
"자, 이제.. 우리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하자~"
승표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난.. 기계공학과 93학번.., 아, 여기 모두 93학번이었지.. 하하핫... ㅡ_ㅡ 여튼 난 권승표야.."
".................."
"야 임마, 너.. 소개해야지.."
승표가 희수의 다리를 발로 툭 차며 다그친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는 희수.
"난 승표랑 같은 과.. 이희수.. 만나서....... 반갑다... ㅡ_ㅡ;"
마주앉은 여학생 두명.. 그런 희수를 쳐다보고는 킥킥댄다.
첫 미팅이 어색하기만 한 희수는 쑥스러움을 왠지 저렇게 머쓱함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귀를 덮는 갈색 머리는 바람에 살짝 흩날리듯 웨이브가 지고,
하얀 얼굴에 말할때마다 깊게 패이는 보조개는 여전히 소년 같다.
언뜻 숫기없어 보이지만, 간간히 내뱉는 말투에 장난끼가 다분하다.
여학생 두명 중 한명이 소개를 시작한다.
"난 최지영.. 무용과야.. 그리고 이 쪽은..."
옆에 앉은 친구를 소개하려던 지영..
그러나 친구는 지영의 말을 뚝 끊으며 이야기한다.
"난 무용과 남.윤.주.라고 해.. 예고를 나왔구 발레 전공이야, 집은 중곡동이구, 미팅은 이번이 세번째야.. 그리고..."
윤주의 줄줄 이어지는 이야기에 세명 모두 놀라서 쳐다본다.
그러자 윤주는 희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마친다.
"그리고...............나... 네가 무척 맘에 들어.."
아침부터 운동장을 열심히 뛰고 있는 은우와 말자.
"헉....헉... 야.. 여기 테니스 써클이 아니라.. 마라톤 써클 아니냐....헉..헉..."
"마..말시키지 마라.......헉...헉..히..힘들어..주..죽겠다..헉...헉.."
헉헉거리며 신입생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을 시간..
테니스 코트에선 기훈과 몇몇 선배들이 열심히 테니스를 치고 있다.
뛰면서 그런 기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은우..
"야.. 걍 포기해라 포기해.. 임자 있대쟎아...."
"2년 사겼으면.. 인제 싫증 났을지도 모른다이가.. -_-"
"......"
".........왜?"
"너 암만해도 중병이다 중병......-_-;;"
그런데 그때
"야...야... 은우야.. 저거 봐라.."
말자가 뛰다 말구 은우를 잡아 멈추어 세운다.
말자가 가리키는 곳은 테니스 코트의 왼쪽 운동장 계단..
큰 키에 긴 퍼머머리를 한 여자 한명이 계단을 내려오더니 테니스 코트로 향하는 그물망 문을 살짝 흔든다.
그러자 갑자기 기훈이 라켓을 벽에 세워두고 여자에게로 성큼성큼 뛰어간다.
다가온 기훈에게 무어라무어라 여자가 얘길 하자,
기훈이 함박웃음을 보이며 여자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너무 다정한 두 사람..
"세형선배가 얘기한.. 기훈선배 여자친구인가봐.."
"..........."
"캬.. 이뿌다........."
"뭐가 이뿌노!! 꼬리만 안달렸지.. 꼭 여시같이 생겼구만........"
은우의 얘기에 말자는 어이없다.
다시 달리는 은우.. 말을 덧붙인다.
"멸치도 생선 아이가.......... 짝사랑도 사랑은 사랑인기라!!"
영문학 수업 시간.
멍하니 교재를 바라보고 있는 희수..
어째 미팅이 있고 난 뒤 며칠 째 계속 기분이 싱숭하다.
'입학 후 첫 공연이야.. 꼭 보러 와야 해..'
윤주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노트에 펜으로 남윤주 이름 석자를 계속 적어본다.
남윤주.. 남윤주.. 남윤주...
...
그러다 수첩을 뒤적여 윤주가 초대한 공연이 있는 날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칠한다.
턱을 괴고 가만히 동그라미를 바라보는 희수..
반대쪽 구석자리에는 무언가 열중인 은우가 있다.
하지만 은우 역시나 수첩을 펼쳐 금요일에 크게 동그라미를 칠한다.
금요일은 써클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날..
기훈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은우는 가만히 수첩을 덮고 창 밖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이유로
멋적은 미소가 교차하는 두 사람..
그렇게 조금씩 각자의 사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 이번엔 신입생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나 한번 해봐라~~~~~!!!"
술이 덜큰 취한 선배들이 고함친다.
이름을 말하고 과를 말하고 학번을 말하고 그리고 예쁜 언니나 오빠가 있는지 얘기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가무'로 마무리를 해야하는 것이 신입생 자기소개의 정식 프로세스(?)라는 것을 은우는 한달이 채 안된 사이에 깨닫게 되었다. ㅡ_ㅡ
말자는 어찌저리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모르겠다.
은우는 정말이지 노래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세상에서 노래를 시키는 사람을 제일 경멸한다.
하지만 신발을 두 손에 쥐고 달려나가지 않는 한 이 상황을 피할 방법이 없다.
'무슨 노래를 부르지......? ㅠ_ㅠ'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정확히 다 아는 노래도 없다.
큰일이다. 말자가 노래를 끝마쳤다.
"자, 다음은 부산에서 올라온 인끼가수~~~!! 왕눈이~~!!!"
사회를 맡은 세형이 숫가락을 꽂은 소주병을 은우의 손에 꽉 쥐어준다.
은우는 정말이지 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고만 싶다.
"노래~! 노래~! 노래~! 노래~!"
일어서서 바라본 써클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사이비 종교집단을 보는 듯 하다.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당장 상 위로 올려놓고 배라도 가를 태세다.. -_-
은우는 두 손에 다소곳이 소주병을 쥐고서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으 흠..흠.."
"오홋!!!!!!!!! 가수 목구멍에 가래 끓으면 안돼지~ @_@ 술 한잔~!!!!!"
세형이 소주 한잔을 따라서는 은우에게 넙쭉 건넨다.
그러자 은우는 마지못해 한잔 홀짝 마시고는 노래를 시작하는데..
"아..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그리 예쁜~가요~~♪"
갑자기 전원 조용해지며 은우의 노래의 경청한다.
어딘가 낯익은 노래같긴 한데.. 도통 뭔 노래인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간에 삑사리를 한번 내며 긴 후렴구가 이어지더니
"아카시아~껌~♪"
은우의 노래가 마무리되는 순간..
갑자기 찬 기운이 조용히 흐르는 듯 하더니 여기저기서 큭큭대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두들 터진 웃음에 정신이 없고..
귀까지 벌개진 얼굴의 은우는 챙피해서 고개를 못들고 서 있다.
자리에 앉아서는 슬며시 기훈의 눈치를 살펴보는데, 기훈은 너무 유쾌하다는 듯 크게 입을 벌려 웃다 은우와 눈이 마주치자 두 눈을 찡긋
감았다 뜨며 웃어보인다.
은우도 그런 기훈을 쳐다보며 히죽 웃는다.
"자, 아그들 노래도 다 들어봤으니 인제 자리를 접고 빅마마로 출발할까나?!!"
같은 시간..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서는 시민회관 대강당 대기실을 기웃거리는 희수..
짙은 무대 화장을 하고 있는 여자들 얼굴을 보니 누가 누구인지 도대체 알아볼 수가 없다.
가슴이 깊게 파인 무용복을 입은 여자들이 희수의 앞으로 두서넛 지나가자, 희수의 얼굴이 금새 붉어지며 고개를 돌린다.
그 때,
"희수야~!"
북적대는 사람들 틈 사이.. 거울 앞에 새침하게 앉아있는 윤주의 모습이 보인다.
희수를 발견하자 다소 상기된 표정이다.
"자, 여기..."
꽃다발을 살며시 건네주는 희수... 조금 멋적다.
"고마워......"
윤주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꽃다발을 건네 받더니, 돌아서려는 희수의 손을 갑자기 꽉 잡으며 얘기한다.
"가지 말구 기다려... 알았지?"
"........."
"왜 말 안해?"
"그래.. 그럴께"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듯
희수는 조용히 대답을 한다.
#7
머리가 터질 듯한 시끄러운 음악..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지러워 쓰러질 것만 같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이키 조명..
은우는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어도 기절할 것만 같다.
"자 건배~~~~~!!!!"
역시나 분위기를 돋우고 있는 세형.
이미 술에 취해 자리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도 여럿 보인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고 몇몇은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고..
그래도 말자는 이런 분위기에 꽤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춤 추다가 술 마시다가 신이 났다.
'대단한 기집애.. @_@'
은우는 춤 추는 것도 술마시는 것도 너무 힘들다.
만사가 귀찮아서 쇼파에 허리를 낮추고 깊숙히 앉았다.
세형의 눈에 띄지만 않아도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데.. -_-
지금까지 마신 술만 해도 이미 쓰러질 것만 같은데, 세형은 죽어라고 신입생들에게 술을 먹이고 있다.
술에 취한 세형이 은우를 찾는지 두리번거리자 은우는 황급히 허리를 숙여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집어 넣는다.
머리만 집어넣고 있으니 마치 타조라도 된 기분이다. -_-
갑자기 숙이는 바람에 욱.....하고 쏠리는 느낌까지 든다. 이렇게 궁상맞을 수 없다.
'제발 좀 찾지마라... ㅠ_ㅠ'
은우는 중얼거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편안하게 잠이 오는 것 같이 몸이 나른해진다.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아까 식당에서 은우를 향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웃어보이던 기훈의 얼굴이 몽글몽글 떠오르며, 은우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그런데..
'세형선배가 얘기한.. 기훈선배 여자친구인가봐..'
'캬.. 이뿌다.........(+_+)'
그 행복한 와중에 갑자기 기훈이 여자친구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던 모습과.. 말자의 말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내 눈썹을 찌푸리는 은우.. 더 이상 생각을 하기가 싫어져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는데.. 그 때, 눈을 뜬 은우 앞 테이블 아래 건너편 소파에 누군가 옆으로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은우는 얼굴을 찡그려가며 누군가 자세히 보기 위해 얼굴을 쑥 들이미는데... 술이 많이 취한 듯 누워있는 사람은
..기훈이었다.
은우는 술이 확 깨는 듯 정신이 번쩍 든다.
은우는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테이블 아래로 들이민 그 불편한 자세를 하고서는 움직이지도 않고 기훈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처럼 잠이 든 기훈..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필시 술이 취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니겠제? @_@'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런 생각에 허리를 좀 더 숙이려고 하는 찰나,
그때,
갑자기 기훈이 번쩍 하고 눈을 뜬다.
깜짝 놀라 머리를 빼려던 은우는 테이블에 우당탕 부딪히고..
기훈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듯 놀란 눈으로 은우를 바라본다.
울상이 되어 머리를 매만지는 은우..
기훈이 그런 은우를 보고 싱긋이 웃더니 누운 채 그대로 손가락으로 뒷 테이블을 가리키며 눈짓을 한다.
은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그 자세 그대로 낮은 포복을 하여 슬금슬금 뒷 테이블로 기어간다.
뒷 테이블에 와서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세형이 다른 신입생에게 껄떡(?)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편하게 앉는다.
"너두.. 도망친거니?"
기훈이 웃으며 은우에게 얘기한다.
"네? 아.....네... 인제 나이가 드니 노는 것도 힘드네요.... ㅡ_ㅡ;;"
"하하하하하하핫~~!!!"
기훈.. 은우의 대답이 재미있다는 큰 소리로 웃는다.
한참을 웃던 기훈
"은우야"
"....네..."
기훈이 은우의 이름을 부르자, 은우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이라고 시작되는 싯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이 시끄러운 와중에 시가 떠오르다니 은우는 정말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너 남자친구 있니?"
기훈의 갑작스런 질문..
"헉... 아뇨.. 인제 대학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다구.. --;"
"뭐 남자친구가 꼭 대학에 들어와야 생기는건가?"
"그..그렇긴 하다만서도.... 워낙 제가 힘들고 바쁘게 살아서......."
은우가 더듬거리자 기훈 다시한번 크게 웃는다.
"내가 술마셔서 하는 소리가 아니구.."
".........."
"너 진짜 디게 귀엽다....."
기훈이 테이블에 바짝 다가와 은우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웃는다.
그러자 너무 쑥스러운 은우.. 앞 테이블에 있던 맥주잔을 집어들더니 벌컥벌컥 들이킨다.
"어어~~ 같이 도망친건데, 혼자 술마시면 반칙이지!!"
기훈이 은우의 맥주잔을 뺏아서 테이블에 놓더니 다시 얘기한다.
"우리.. 술도 깰 겸 나가서 춤 출까?"
윤주의 진한 향수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자 희수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다.
조용한 부르스 음악에 맞춰 윤주에게 몸을 기대어 맡긴 희수..
오늘 윤주를 따라 나이트클럽에 와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머리가 너무 아파 얼른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데..
윤주가 희수의 귀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인다.
"너.. 오늘부터 내 남자친구인거야.. 알았지?"
술이 취해 눈을 감은 희수의 얼굴을 보고 윤주는 새침하게 웃음을 보이며 희수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을 꽉 준다.
바로 그때,
"우우욱~~~~~~~~!!!!!!!!!!!!!"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쓰러지는 은우.
"우앗..!! 은우야~ 저..정신차려~!"
말자가 놀라서 무대로 뛰어나와 은우를 얼싸안는다.
게슴츠레 눈을 뜬 은우.. 말자의 얼굴을 보더니 여전히 손으로 입을 가린 상태에서 한쪽 손가락을 반대편으로 가리킨다.
은우가 뭘 말하는 지 몰라 한참 헤매던 말자.. 조금뒤 상황 파악이 된 듯
"알았다 알았어.. 화장실로 얼른 가자 ㅡ_ㅡ;; 내가 못살아!!!"
은우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향하는 말자..
비틀비틀거리며 말자와 함께 화장실로 가는 길에 은우는 다시한번 쓰러지는데,
"악~!!!!!"
그 때,
희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던 윤주의 다리를 부여안고 은우가 쓰러지자 윤주는 경악을 한다.
윤주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희수가 윤주에게 묻는다.
"윤주야, 왜그러니?"
다리를 잡고 있는 은우의 손을 풀기 위해 윤주는 힘차게 다리를 뿌리친다.
이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은우..
"죄..죄송합니다.."
당황한 말자가 은우를 안아 세우고, 윤주는 그런 둘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무엇인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뜬다.
"야.. 너희들... 혹시.. 그 때 걔들 아냐?"
윤주의 목소리에 말자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지난 주 학생회관 로비에서 은우의 얼굴에 가발을 집어던진 바로 그 여학생이다.
한순간 얼굴 빛이 변하는 말자.. (ㅡ_ㅡ)
"맞구나.. 후훗..."
슬며시 비웃는 윤주.
아무말 없이 조용히 은우를 질질 끌고 황급히 그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그런 둘의 뒤에 대고 윤주가 조롱하듯 곱씹는다.
"어딜 가든 재수없는 짓만 하고 다니는군.."
말자.. 아랫 입술을 꽉 물더니 뒤로 돌려고 움찔하는데,
은우가 또한번 오바이트를 할 태세다.
"우우우우욱~~~~~~!!!"
놀란 말자는 돌아서려다 다시 은우를 끌고 화장실로 급히 들어간다.
"뭔데 그래?"
희수가 윤주의 팔을 잡아당기며 묻자 윤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얘기한다.
"어쩌지? 분위기 완전 깨져버렸네.. 나가자.."
웩웩거리며 화장실로 끌려들어가는 은우의 뒷모습을 희수는 가만히 쳐다본다.
윤주가 희수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다시한번 나가자고 재촉하자, 희수는 윤주의 팔을 살며시 빼더니 이야기한다.
"그래, 나가자.. 너무 늦었네.."
"야~~ 권말짜~~~~!!! 멸치도 생선 맞제? 맞제? 맞제!!! 이 말짜탱굴아!!!"
택시 뒷좌석에 쓰러진 은우가 혀가 꼬일대로 꼬여서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제발.. 좀 조용히 해라.. 이 화상아.. ㅠ_ㅠ"
말자는 괜히 미안했든지 택시 운전사 아저씨를 보고 히죽 웃어보인다.
"멸치도 생선이고...... 짝사랑도 사랑이라니깐!!!!!"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던 은우.. 곧 조용해지더니 이내 잠이 든다.
그제서야 말자는 한숨을 쉬고..
택시에서 내리자 아파트 앞에는 사촌동생 방기가 미리 연락을 받구 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리링 차림에 밤바람이 추운지 어깨를 한껏 움추리며 투덜대고 있다.
잘못 밀었는지 머리속이 군데군데 들여다보이는 스포츠머리에 얼굴은 여드름 투성이다. 덩치는 산만해서, 교복 입지 않으면 조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안녕하세요.. ㅡ_ㅡ^"
뻘쭘하게 방기에게 인사를 하는 말자..
하도 덩치가 커서 그냥 저절로 존댓말이 나온다.
"저 여자가.. 은우 누나에요? ㅡ_ㅡ; 오늘 들어가면 울 엄마한테 완전히 죽었다.."
한숨을 한번 내쉬던 방기는,
택시에서 내려 말자에게 부축당한 채 서있는 은우를 쌀가마니 지듯 영차~ 하고 어깨에 짊어진다.
그때까지 잠에 골아떨어졌던 은우.. 살며시 눈을 뜨더니..
"잉? 머꼬.. 똥방구, 니 똥방구 아이가? 우하하하핫!! 똥방구가 누나 마중을 다 나왔네~~@_@"
그러면서 거꾸로 매달린채로 방기의 궁둥이를 손으로 찰싹 때리는 은우..
"아얏!! 누우나~~ 술주정 좀 얌전히 할수 없어?? ㅠ_ㅠ"
"으하하하하하핫~!! 탄력 조오코~~~!! @_@"
계속해서 방기의 궁둥이를 철썩철썩 때리는 은우..
그런 은우를 짊어지고 쪽팔려서 뛰다싶히 아파트 현관으로 뛰어들어가는 방기.
궁둥이 때리는 소리와 방기의 고함소리가 메아리치며 점점 사라진다.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자가 히죽거리면서 속삭인다.
"똥방구... 아니, 도방기.. 짜식, 거 참 귀엽네......... 하핫"
어느새 겨울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밤이었다.
은우의 기훈을 향한 아픈 짝사랑만큼,
윤주의 희수를 향한 당돌한 사랑만큼,
그렇게 또다시 시간은 아프게, 때로는 당돌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
첫댓글 정말 재밌어요~!!!
무척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볼수록잼있네요,,은우 아주웃긴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