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이야기
개동開東
“곁눈질 하지 마세요. 그리고 계단 내려갈 때 조심하시고요.”
어제 저녁 안경점 직원의 말이다. 며칠 전 안경을 맞추었는데 지난 번 보다 도수 度數를 높였기 때문에 약 2주간은 신경 써야 한단다.
내가 도수 있는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 만 8년 전의 일인 것 같다. 평소 남 못지않은 시력을 가졌다고 자부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문을 볼 수 없게 되면서부터 휴대용 돋보기부터 시작해서 5년 전 현재의 다 초점 多 焦點 렌즈로 바꾸면서 몇 차례 안경점 매출 賣出을 올려주게 되었다.
다 초점 렌즈란 렌즈의 부위마다 다른 도수를 말하는 것으로 안경알의 전체 도수가 한가지인 돋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즉 맨 아래는 돋보기, 중간과 위는 시력과 거리를 계산해 도수를 제 각각 다르게 제작한 특수 렌즈인 것이다. 당분간 곁눈질 하지 말라는 걸 보면 옆에도 별도의 도수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돋보기에 비해 고가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것도 국산이 아니라 일제라고 했다. 아무래도 일제는 국산에 비해 유통단계가 하나라도 더 있을 터이니 그것만으로도 얼마 정도의 값이 더 매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산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안경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수입품이 안경점으로서는 마진이 더 나아서인지는 몰라도 대체로 국산보다는 외국산을 권하고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안경을 쓸 줄만 알았지 어느 제품이 더 눈에 좋은지는 안경점 주인이나 직원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을 믿고 따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까지도 특별히 애국한 적은 없지만 옷이나 신발이라면 몰라도 신체, 그것도 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애국한답시고 아무거나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품이 국산이든 아니면 일제든 미제든 어떤 렌즈가 내 눈을 보호해 줄 것인가가 최우선의 선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손님이 알 도리가 없다. 권하는 대로 자연히 좋다는 외국산을 주문하게 된다.
그렇지만 안경점에서는 더 좋고 비싼 것을 권했을 때 거기까지는 차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제 찾아 온 안경만 해도 렌즈 18만원, 안경테 6만원 합이 24만원인데 단골이라고 4만원을 할인 받았지만 20만원의 거금이 들어갔다.
고급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안경테 값도 안 되겠지만 나에게는 20일 간의 식대, 교통비, 담뱃값, 가끔은 술값으로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 이상의 지출은 생계의 위협으로 느껴 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야채나 과일이 좋은 줄 누가 모르랴. 안경테만 수십만 원 하는 외계인(?)의 안경을 쓸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한때는 주변의 권고로 차가운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 도수 度數도 없는 안경을 오랜 기간 착용한 적도 있었다. 안경을 쓴다고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인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귀찮았지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8년 전부터는 멋으로도 아니고 얼굴을 가리기 위한 액세서리도 아닌 신체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은 글을 읽거나 쓰는 일이 아니면 안경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틈만 있으면 인터넷을 펼치고 읽고 쓰고 거기에 이런 일상들이 작년 봄 부터는 하루 종일 일과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신체의 일부를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출퇴근 전철 안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 책 읽는 사람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첫댓글 저두 다초점 안경을 쓰는데 그냥 내 눈처럼 편하구 조으네요..이제 어린아이까지도 생활화 된듯한 안경...그래두 안경쓴 모습이 멋질대두 있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