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로 이사온 후 우리가 다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 있다면 안골 유원지를 끼고 올라가는 사패산이 있다. 사패산 정상까지 올라가기는 멀고 너무 힘이 들기에 다 올라가지 못하고 늘 우리는 약수터까지 올라갔다 약수물을 마시고, 그 곳에 있는 운동기구들을 이용하고 내려오곤하는데 왕복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 곳에 가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어서 공원을 통해 산으로 올라 갈 수도 있고, 안골 유원지를 끼고 물길을 따라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자주 그 곳에 가서 돌을 옮겨 물길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발을 담그기도 하고,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하며 놀고 오곤 한다. 이른 봄엔 쑥을 캐와서 국 끓여먹고, 돌나물을 캐와서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 먹고, 벗찌를 따 먹기도 하고, 여름이면 산딸기를 수북히 따 와서 먹고, 가을이면 여기 저기 떨어진 알밤들을 주워서 삶아 먹기도 하는 곳. 참으로 살면 살수록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다. 또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는 유명한 산들이 있는데 버스 한번 타면 갈 수 있는 도봉산과, 수락산, 지하철 한코스로 갈 수 있도록 연장된 코스인 소요산, 그리고 시외버스로 갈 수 있는 북한산이 있다.
수년전부터 꼭 한번 북한산에 한번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했는데 남편이 소속되어있는 직장목회자 협의회에서 북한산 등산을 하게 되어 함께 북한산에 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일행이 아침 10시까지 연신내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기에 그 곳에서 13분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만남을 갖고 이윽고 노란색, 주홍색 예쁜 수건을 한 장씩 선물로 주셨고 김밥 두줄과 물 한병을 각각 나누어 주신 후 연신내 시장을 끼고 쭉 올라가자 시골길 같은 곳이 나타났다. 미나리를 키워 직접 판매도 하고 , 여러가지 농작물들이 심어져 있는 곳을 지나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한분이 쵸코렛을 각각 한개씩 나누어 주셨기에 맛있게 먹으며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렇게 늙은 나이는 아니라 생각하는데도 몇년 전 도봉산 산행하다가 미끄러져 아프던 무릎이 고질병이 된것인지 아니면 체중이 많이 늘어서인지 무릎이 시원챦아서 산에 올라가는데 다리가 천근은 되는것 같고 숨이 많이 찼다.
13분이 함께 북한산으로 출발을 했는데 결국 한분은 40분 정도 올라가고 발목이 부어서 못 간다고 하산을 하셨고, 나 역시 오랫만의 산행인지라 두 다리에 마치 돌덩이를 매단것처럼 무거워 올라가는데 쩔쩔 맸다. 뒤쳐지는 나를 끌어주느라 힘을 두배나 쓰면서 걷던 신랑이 갑자기 얼굴이 노래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혈압이 올라가서 어지럽고 토할것 같다하면서 멈춰섰다. 올라오며 먹은 쵸코렛이 원인인것 같았으나 사실 나를 끌며 함께 올라가느라 너무 힘이 들었던게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뾰족한 방법도 없는터라 '혹시나' 해서 들고 갔던 침을 합곡에 꽂아주고는 배운대로 혈압이 떨어지게 하려고 아플만큼 침을 돌려주자 혈압이 정말 내려갔는지 어지러운게 멈춰서 살만하다하면서 등산을 계속 했다.
사 가지고 올라간 김밥과 과일로 점심을 먹으면서 일행중 한분이 얼마전에 산행을 하다가 그 곳에서 혈압으로 돌아가신 금융권에 근무하던 고위직임원 이야길 해 주셨다. 여직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혈압이 올라 힘들어 하면서도 책임자인지라 안갈수가 없어서 억지로 산에 오르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졌는데 신고를 하자 30분이나 지나 헬기가 왔단다. 그 때는 이미 온 몸이 마비되어 이미 숨이 끊어진 때라 했다. 솔직히 바로 조치만 제대로 해 주었던들 그렇게 어이없게 세상을 등지지는 않았을텐데 아까운 생명이 무리한 산행에서 오는 쇼크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러고보면 위급시 조처 할 수 있도록 침을 배운것은 얼마나 잘 한 일인가 싶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산에 오르다가 혈압이 있어서 안되겠다는 분이 더 계셔서 그 분께도 합곡에 침을 놓아 드렸다. 더 올라가기는 무리라고 하는 나를 포함 5사람이 멈추어서 바위에 앉아 올라간 일행이 오는동안 기다리겠다면서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사역하시다가 귀국하신 선교사님의 그 곳에서의 사역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는 산에 올라가면 최소 올라간 산의 정상까지는 가 봐야 할것이 아닌가 싶어 살금 살금 위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는 산행을 계속하는것을 말릴까 무서워서 신랑을 피해 몰래 산행을 계속 했다. 바위산을 올라가서 정상인가 싶어 보면 또 높은 정상이 보이고, 그 곳에 올라가 이곳이 정상인가 하여 보면 또 더 높은 곳이 있는 북한산을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다 오른 후엔 나무에 가려서 도리어 주변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북한산을 끼고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작은성냥갑처럼 보였다. 비록 더 높은 봉우리에 가보진 못했지만 정상에서 홀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기분이란 참으로 묘했다. 신랑에게 여러번 핸드폰이 왔지만 받으니 수신이 되지 않았다. 더 이상 올라가서는 안되겠다 싶어 하산을 하는데 나를 찾아 나선 신랑이 정상 절반까지 올라오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 마누라가 없어져서 놀랬쟎아 " 하면서 어이 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 하긴 올라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한편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ㅎㅎ
육칠년전 올라갔던 코스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올라가서인지 북한산의 또 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는데 올라간 코스의 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이번에는 다른 봉우리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정릉에서 올라가는길, 세검정에서 올라가는 길, 구파발에서 올라가는 길, 연신내에서 올라가는 길, 송추방향에서 북한산 길로 올라가는 길 각각 산행하는 코스가 다른 것은 이렇듯 여러 봉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쳐지는 우리들을 남겨두고 올라간 나머지 분들은 세검정으로 하산을 했노라며 그 곳에서 합류 하자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이미 지쳐버릴대로 지친 우리들은 한 분만 다시 그분들과 합류 하신다고 가시고 부부 한쌍은 부천으로 우리는 의정부로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의 보금자리를 향해 헤어졌다. 더 늦기전에 자주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오는데 송추 방향에 들어서자 좀 전까지 그렇게 화창하던 날씨가 검은 구름이 가득해졌고, 이윽고 굵은 빗줄기가 의정부에 올 때까지 사정없이 내리다 차에서 내리자 비가 멈췄다.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왔지만 즐겁고 상쾌한 하루 였다. 돌아와서는 손가락 하나 들어올릴 힘이 없는지라 쓰러져 연속 두시간을 아무일도 못하고 잠을 자고 겨우 일어나 저녁을 먹었다. 새삼 늘 산행을 다니는 친구들의 체력이 대단해 보이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그 험한 산들을 그렇게 힘 안들이고 쉽게 다녀오는 것인지? 참 대단한 체력들이다. 나도 좀 더 운동하고 체력 단련에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참고: 합곡은 엄지와 검지 사이 가장 볼록하게 튀어나온 혈자리로 그 곳에 침을 꽂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주면 혈압을 내리는데 가장 효과가 크며 급체시에도 그 곳을 세게 눌러주거나 사혈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함
|
|
첫댓글 좋은글로 도전받고 감동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쓰기가 힘들지만 참여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hank you instruction and writing that become emotion.
댓글 감사드립니다.
내 아들아 여호와와 왕을 경외하고 반역자와 더불어 사귀지 말라(잠언 24장 21절 말씀).
댓글 감사드립니다.
감동이 오는 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