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는데, 또래 관계인 친구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큰 역할을 한다. 친구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즐거움과 소속감을 제공해주는 존재로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까?
자기중심적인 유아기의 친구 관계 유아기에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서로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또래 관계는 보통 놀이방이나 유치원처럼 어른들이 의도한 곳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즉각적 상황에 관심이 많으므로, 이때 친구 관계에 대한 기대는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거나 단순히 함께 노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매력적인 장난감이나 사탕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친구에 대해 “그 애는 나하고 인형놀이를 같이 해” “그 애 집에는 파워레인저 검이 있어”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관점과 외부의 관점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며, 아직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갈등을 초래해 아이들끼리 장난감을 두고 다투고, 조금만 마음에 맞지 않으면 울거나 친구를 때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면 어떤 부모는 문제가 반복될 것을 염려해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친구들과 때로는 같이 키득거리고, 때로는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음식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다투고 싸우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갈등을 해결하고 공유하는 개념을 배워나간다. 또 이와 함께 상대방의 입장과 기분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발달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의 대화는 일방통행이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한다기보다는 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화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는 중요하다. 또래와의 놀이를 할 때도 아이의 자기중심적인 면들은 여지없이 나타나서 같이 놀던 친구가 넘어져 다쳐 울고 있는데도 제 할 일만 열중해서 하고 있다거나, 새로운 친구가 맛있는 걸 먹고 있으면 자기와 같이 놀고 있던 아이를 제쳐두고 그 아이에게 달려가는 등 어른의 눈에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이 시기 아이들의 발달상 특성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한 부모의 역할 아이가 친구 관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놀이방에 가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의도적인 상황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접촉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억지로 또래들끼리 모아두거나 친해지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놀거나 다른 아이들의 집에 놀러 가서 자연스럽게 또래 아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른의 개입 없이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경험이 필요한데, 친구들끼리 놀면서 “네가 먼저 해. 다음에 내가 할께” 등 서로 타협이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활달하고 사회성이 발달한 아이는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도 잘 적응하지만, 소심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는 부모가 어느 정도 조절해줄 필요가 있다. 만약 아이가 매우 소심하거나 유약한데 너무 기가 센 아이와 함께 있으면 아이가 더욱 기죽을 염려가 있으므로 좀 더 유순한 아이와 함께 하도록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길 원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오히려 열등감을 느끼고 더욱 움츠러들 수 있다. 부모가 과도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친구 관계까지 자신이 의도한 대로 맞추려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3살만 되면 친구 사귀기에 신경 쓰는데, 아이가 친구를 잘 못 사귀는 것처럼 보이면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가 외부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엄마에게만 매달리려 한다면 아이의 또래 관계보다 우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래에 대한 건강한 관심은 좋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지나친 분리불안이나 외부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또래 사귀기에 앞서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지 먼저 점검해보아야 한다. 친구 관계는 무엇보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출처: 아이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