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나 돌을 던져보라.
떨어지는 곳이 커피점이다.
많은 사람이 커피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것이 우짜다가 조선사람 입맛까지 찾아왔을까?
내가 커피 맛에 길들여지기 오래전에
처음으로 스타벅스를 들렀더니
뭔지도 모를 요상한 커피 메뉴가 나의 기를 죽였다.
무슨 맛을 낼지 모르는 메뉴 하나를 모험삼아 찍어 마셨다.
요즘 전세계 웬만한 커피점에서는
커피추출 머신을 이용해서 속성으로 커피를 뽑아 낸다.
볶은 커피를 그라인드로 갈아낸 다음, 머신을 이용해서 높은 압력으로
대충 소주잔 반 잔 정도인 25-30mm의 적은 양을 추출하는데
요놈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에스프레소’라고 한다,
기계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는데 컵라면에 물붇고 불리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족보상으로 보면 이 에스프레소가 모든 커피의 엄마뻘이 되는 셈이다.
양으로 따지자면,
짜장면에 곱빼기가 없으면 섭섭하듯이 에스프레소도 샷을 추가하면
커피 곱빼기가 되는데, 이탈리아 말로 '도피오'라고 하며
좀 쉬운 말로 더블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보다 양이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쬐끔한 놈이 있다.
한 입에 탁 털어 넣어 홀라당 마시는 커피를 ‘리스트레또'라고 하는데,
영화 ‘대부2’에 마피아 두목이 ‘로버트 드니로'의 돈을 갈취할려고
커피숖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두목이 마셨던 커피가 바로 이놈이다.
컵도 아주 쬐끄만 해서 성질 급한 놈이 좋아할 만한 커피인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어떤 커피 메뉴에도 다 들어가는 커피계의 기본이자 감초여사인데
커피의 엄마답게 낳은 자식들만 하더라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름을 열거하자면 이탈리아말의 풍년을 느낄 수 있을거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메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카페라떼가 되고
얼음을 넣으면 아이스커피의 원조, 카페 프레도라 하고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조금 넣고 그 위에 우유 거품을
모자처럼 왕창 덮어씌우면 카푸치노가 되고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넣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면 카페꼰빠나가 된다.
이번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고 핫초콜릿을 넣어주면
초콜릿 냄새 풍기는 모카카페란 이름으로 변신한다.
'모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요건 특이하게도 초콜렛향이 풍기는 '예멘'산 커피콩을 말하는데
어원은 바로 자기네 나라의 커피 수출항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커피점에서 내놓는 것들은 오리지날도 어쩌다 있겠지만
대부분은 초콜릿을 넣어서 모카의 짝퉁을 만들어 낸 것들이다.
요새 모카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운데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무더기로 들어와서 이슈가 되고 있다.
나라는 가난하지만 모카의 이름 값은 부자다.
다시 시작하면,
에스프레소에 점을 찍듯이 우유거품만 2~3푼 올려주면 마끼아또가 되고
어렵사리 만든 이 마키아또에 숟가락을 집어넣어 사정없이 휘저어 버리면
도로아미 카페라떼가 된다.
왜 이런 짓을 해야되는지...
그리고 에스프레소에 순차적으로 우유를 먼저 넣고
그 위에 우유거품을 2-3푼 올려주면 라떼마키아또가 되고
여기다가 카라멜 시럽을 뿌려주면 카라멜 마키아또가 된다.
이름만 뺀지르르하지 뭐,별거 없다.
이런 것도 있다.
핸드드립 커피에 우유를 섞으면 프랑스판 카페라떼인 카페오레가 되는데
카페라떼나 카페오레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맛은 그기 그거다.
굳이 따지자면 기계로 안뽑고 종이에 걸러서 우려낸 커피에 우유를 섞는다는 차이뿐이다.
마트에서 파는 카페오레는 본전 생각에 설마 이런 정성으로 할 것 같지는 않다.
색다른 것도 있다.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보자.
그러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밥묵고 후식으로 분위기 잡던 아포카토가 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고 우유를 섞으면 바닐라 아포카토 라테가 되는데
이름이 기니까 잘라서 바닐라 라테.
아메리카노에 휘핑크림을 똥싼 것처럼 잔뜩 올려놓으면 비엔나 커피
오스트리아 빈이 고향이니 그쪽에선 얘 본명인 '아인슈패너'라고 부른다.
옛날에 우리나라 커피숖에서 이거 한번 시켜봤는데
젠장! 맛도 무늬도 전혀 아니더라.
이번엔 알콜을 타보자.
커피에 브랜디를 넣으면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는 카페로얄이고
위스키를 섞으면 아일랜드 사람들이 마시는 아이리쉬커피가 된다.
또 없나?
주저할 것 없다.
아무거나 때려넣기만 하면 맘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맛만 보장된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
커피에 섞는 재료의 배합은 얼만큼 할까?
결론은 주인장 마음대로다.
김치도 동네마다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 배합과 양념이 다르듯이
커피콩의 품종과 볶는 정도 즉 로스팅의 강약에 따라
그외 이것 저것 집어넣는 재료의 양에 따라
재료를 섞는 배합의 순서에 따라
또는 우유의 지방함량에 따라
대충 1800가지는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러니까 나라마다 커피 전문점마다 맛이 제각각 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제조하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영업비밀이라고 답을 주신다.
커피의 작명법도 주인장 마음대로다.
입맛 끌리는대로 만들어놓고 아무 이름이나 잡아다 붙이면 된다.
투수가 던지는 직구의 이름도 그렇잖아.
실밥을 잡은 숫자를 가지고 투심이네, 포심 패스트볼이네
그리고 속도를 좀 줄이면 체인지업이네 하잖아.
변화구도 마찬가지야.
빠르게 휘어지면 슬라이더요,뚝 떨어지면 포크볼이요.
흔들거리면 너클볼이고, 느리게 휘며 떨어지면 서클체인지업이란다.
따지고 보면 이거 다 변하니까 변화구잖아.
순식간에 휙 하고 들어오는 공을 일일이 이름 불러가면 때릴 수는 없는거고.
어려운 이름을 양념처럼 팎팍 뿌려줘야 해설자도 있어 보이지 않겠어?
커피도 이것저것 섞고 모양 바꾸고 그래봐야 이탈리아식 다방커피인데
용어가 요상하다고 입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이름에 가위눌릴 필요는 없다.
까짓것 우리도 하나 만들어 보자.
에스프레소에다가 조선사람이 좋아하는 누룽지 가루를 뿌려주고
물과 우유를 섞어서 부드럽고 구수한 숭늉맛을 우려내서
아메리카노와 대비하여 고려사람 뜻인 '꼬레아노’라고 작명해보자.
맛만 있으면 글로벌화 되는거지.
그런데 커피에 왜 우유가 들어갈까?
그게 커피의 태생적 결함이다.
커피는 우리 몸에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거다.
많이 마시면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우유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잖아.
그래서 궁합이 딱 이거든.
그렇다고 커피에 멸치를 넣어서 마시면 이상하잖아?
스타벅스의 커피 사이즈도 나를 무식하게 한다.
익히 알고 지내는 스몰,미디엄,라지로 하면 될것을
톨(Tall),그란데(Grande),벤티(Venti) 라 하면서 나를 기죽인다.
톨 보다 작은 사이즈를 숏(Short)이라 하더니,
미국 스타벅스에는 벤티보다 더 크게 만들어 놓고서는 트렌타(Trenta)라고 부른다.
그냥 '엑스라지'라고 하면 될 것을.
이건 마시다 지치면 남은 걸로 족욕을 해도 될 양이다.
그런데 커피의 원조는 어디일까?
부대찌게도 원조가 있는데.
옛날에 '칼디'라는 목동이 자신의 양이 무슨 열매를 따먹고 나서는
밤이나 낮이나 부지런히 날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커피를 발견했다는 것이 역사적인 팩트이다.
마라톤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디오피아는 커피의 원조이자
고급 커피중 하나인 ‘아라비카'의 원산지 이기도 하다.
그러면 커피용어에는 왜 이탈리아어를 많이 쓸까?
요건 역사를 좀 훑어 봐줘야 된다.
아라비아에서 재배되던 커피가 이탈리아의 베니스 상인들을 통해서
1645년 최초로 전파된 유럽의 도시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즉 베니스였다.
따라서 유럽 최초로 커피숍이 들어선 곳도 이곳이었고
귀족들부터 무게를 잡는 한량들까지 드나들면서 최초로 다방문화가 시작된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용어가 이탈리어로 대세가 된 것라 볼 수 있겠다.
커피는 원래 이슬람 교도들이 마시던 약용이자 음료수였다.
커피의 명칭도 고대 아랍어인 카와(Qahwah)에서 유래된 것만 봐도 알 수있다.
이거는 알아둬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잘 알다시피 중세시대 이슬람과 기독교는
상종을 할 수 없는 서로간에 웬쑤들의 문화권이잖아.
기독교 입장에서는 이슬람에서 마시는 커피는 악마의 음료일 수 밖에.
카톨릭의 수장인 교황님도 먹고는 싶은데 종교적인 문제로 명분이 없잖아 명분이.
그래서 교황 클레멘토 8세가 커피에 세례를 주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해서
유럽에서 커피가 새로운 몸으로 태어난 거야.
그 이후에 유럽에서 커피가 확 퍼진거지.
이것 또한 역사적인 팩트다.
이것도 알아봤자 누가 상 안준다.
TV 커피 광고에서 '악마의 유혹'이란 멘트를 본 적이 있는데
중세 기독교 문화권의 커피 유혹에서 따온 절묘한 광고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히스토리로 인해 유럽에선 커피의 메카가 이탈리아 지역이다 보니
커피용어가 이탈리아어로 도배되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지.
진정한 커피 한 잔에는 역사와 화학과 철학이 담겨있다.
골드브라운 거품의 진한 크레마와
단맛,신맛,쓴맛이 어우러진 오묘한 맛과
후각과 미각으로 느끼는 그윽한 향기와
중후한 목 넘김이 맥주와는 잽이 안되는 거다.
카페인이 좀 무섭긴해도...
이 정도면 왕년에 커피 좀 마셔본 것 같지?
하지만 나는 커피맛은 개뿔도 모른다.
내 입맛에 맞는 건
그 옛날 '레지'가 타 주던 달달한 다방커피가 최고라는 것.
친구들,
오늘 커피 한 잔 어때?
몸 생각해서 우유 확 들이부어서...
첫댓글 글만 봐도 너가 감지가 된다.
너만의 독특한 표현 방법이 여전히
우리에게 친근감을 느끼게한다.
좋은 글 잘 읽었다.
용접 가스 냐 전기냐
좋네 학교 때 툭 던지는 말에 엉뚱함 장난기... 이런 게 보이더만 부산 오면 소주 한잔하자
문길아, 전기잖아.
카페속에서 너그들 활동사진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 준초야 날 찾아올 날 있으면 싱싱한 소주 한잔 사주께
아니, 누구든지 53기라면 찾아오는 어떤 친구라도 술 한잔 대접 못하겠나.
창욱아! 문길아! 준초야! 그리고 상진아!
그옛날 다방레지가 타주는 커피한잔 마시러 가자...아마 찾아보면 아직도 어디엔가
다방레지가 있는 다방이 안있겠나?
레지 궁디 뚜디리가며 커피한잔 하자우...ㅎㅎ
요즘 마눌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데 첫날 따라가서 선생님이 타주는 커피를 한잔 마셔 보았는데 나는 여어엉 커피 맛을 모러는지라 그냥 쓴맛만 나더라
종섭이 말마따나 다방 커피가 좋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