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야기] 능구렁이
구렁이와는 다른 種… 독에 대한 면역 있어 독사도 잡아먹어요
입력 : 2023.03.22 03:30 조선일보
능구렁이
▲ 능구렁이는 몸길이가 최장 1.2m까지 자란답니다. /위키피디아
음흉하거나 능청스러운 사람을 '능구렁이 같다'고 하죠? 능구렁이는 우리나라 곳곳에 서식하는 뱀인데요. 겨울잠을 끝내고 4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조만간 모습을 보일 거예요. 능구렁이는 숲·강과 호숫가·습지·논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살고 주로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뱀은 모두 11종류인데, 몸길이 최장 1.2m까지 자라는 능구렁이는 구렁이(최장 2m)에 이어 둘째로 큰 뱀이죠. 능구렁이와 구렁이는 독사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완전한 별개 종이래요. 몸이 거무튀튀한 구렁이에 비해 능구렁이는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된 줄무늬를 하고 있죠.
능구렁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구렁이에 붉다는 뜻의 접두어 '능'이 붙었다는 거예요. 사과와 비슷하게 생긴 붉은 열매를 '능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다른 뱀들처럼 능구렁이도 솜씨가 뛰어난 사냥꾼인데요. 개구리·도마뱀·쥐·새 등을 골고루 먹고요. 그중에서도 뱀을 즐겨 먹는답니다. 특히 뱀독에 대한 면역력이 있어서 무서운 독사까지도 거뜬히 잡아먹어요.
뱀이 먹이를 잡아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독사들은 먹잇감이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 재빨리 독을 주입하고 죽기를 기다린 다음 삼키고요. 독이 없는 뱀들은 먹잇감을 덮쳐 질식시킨 뒤 잡아먹는 방식으로 사냥하죠.
능구렁이는 살무사 등 먹잇감이 보이면 몸을 칭칭 감고 조여서 정신을 잃게 한 다음 머리부터 꾸역꾸역 삼키기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독사들이 여러 차례 독니로 능구렁이의 몸을 물어뜯으며 저항하지만 끄떡없대요. 이런 독에 강한 면역성은 능구렁이가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인 셈인데, 새끼들에게도 유전적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능구렁이는 5월쯤부터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이 7~8월에 최다 10개까지 알을 낳아요. 우리나라의 뱀 11종류 중에 어미가 알 또는 새끼를 직접 돌보는 건 구렁이와 누룩뱀 두 종류뿐이래요. 따라서 몸길이 30㎝인 능구렁이 새끼들은 부화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천적을 피하고 사냥해야 하는 거죠. 능구렁이는 야생에서 작은 동물들의 포식자인 동시에 매·수리부엉이·오소리·담비 등 대형 육식동물의 중요한 먹잇감이 되어주고 있죠. 이렇게 생태계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지만, 사람 때문에 수난을 겪기도 해요. 야행성이다 보니 한밤중에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고요. 또 독사도 거뜬히 잡아먹는 능구렁이로 담근 술이 건강에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불법 포획당하고 있기도 하죠.
정지섭 기자 도움말=국립생태원 이정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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