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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1109 (월)
- 피마자 = 아주까리 - 식물이야기 (21)
지방에서 자라신 분들은 대부분 “피마자” 또는 “아주까리”라고 부르는 식물을
잘 아실 텐데 우리가 어릴 때에는 매우 흔했으나 요즘은 그리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곧 열매를 거두고 잘 말려서 기름을 짤 때가 되었습니다.
“피마자”는 한자로는 “蓖麻子”라고 쓰고 영어로는 “Castor-oil Plant" 라고 합니다.
한자의 “蓖”는 우리말로는 “비”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식물전체를 부를 때에는 “피마자(蓖麻子)”인데 “피마자 씨”를 말할 때에는
“비마자(萆麻子)”라고 구분해서 쓰기도 해서 좀 헷갈립니다.
우리말로는 “아주까리”라는 말이 더욱 친근한데 이외에도 대마자(大麻子),
양황두(洋黃豆), 초마(草麻), 비마자, 비마, 홍비마, 피마주, 피만주, 아주꽈리
등등 불리는 이름도 많습니다.
피마자는 “대극과(大戟科)”에 속하는 식물인데 대극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많이
있다는데 피마자 외에는 별로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없습니다.
- 사람주나무, 유동나무, 광대싸리, 여우주머니, 여우구슬 등이 있다고 하는군요.
이 식물은 인도 또는 열대아프리카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으며 열대지방에서는
키가 10~13미터 까지 자라고 줄기가 단단해서 마치 나무같이 보이며 여러 해살이
초본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추운겨울을 견디지 못해서 1년생으로 바뀌었고
키도 1.5~2.5미터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하는 귀화식물입니다.
그런데 피마자는 스스로 자라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 별도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또 벌레도 끼지 않아서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피마자는 용도가 매우 많아서 잎은 식용으로 쓰는데 독이 있으니까 삶아서 독을
우려내고 나물로 먹거나 호박잎처럼 쌈을 싸먹으면 매우 맛있습니다.
그리고 잎을 짓 찌어서 종기나 악창에 붙이면 잘 낫는다고 합니다.
잎이 매우 큰데 잎의 지름이 보통 30cm, 큰 것은 1m 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 여름에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요즘이야 신문지나 책으로 머리를 가리고 뛰지만
옛날 아니 지금도 시골에서는 연잎이나 토란잎이나 아주까리 잎이나 또는 아주
크게 자란 호박잎으로 머리를 가리고 뛰어다니지요.
또한 씨앗(“비마자-萆麻子”, 영어로는 “Castor Bean")으로는 기름을 짜는데
열매에는 독이 있는데 기름에는 없다고 하는군요.
이 기름은 “피마자유=아주까리기름=Castor Oil)"라고 해서 관장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잘못 쓰면 몸에 안 좋으니까 조심해서 써야하고 포마드 등 머릿기름으로
쓰이기도 하고 등잔용으로도 쓰입니다.
* 머릿기름으로 쓰는 식물의 기름은 피마자 외에 동백나무, 봄에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때죽나무, 봄에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도 비슷한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에서도 얻는다고 합니다.
--- 동백나무, 제가 참 좋아하는 때죽나무, 생강나무 등은 꽃피는 때가 되면
별도로 글을 만들어 올릴까하고 있습니다.
이 기름은 또한 약용으로는 파상풍, 류마티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그리고
산업용으로 공업용 윤활유, 페인트, 구두약, 프린트잉크, 인주, 니스 등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 피마자에 들어 있는 유독성물질을 “리시닌(Licinine)”이라고 하는데 그 화학식은
“C8H8N2O2"라고 아주 재미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기도 하는데 살균력과 세정력이 좋은
“운데실린산(Undecylenic Acid)"가 함유되어 있어서 무좀균이나
기타 병원성사상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신비의 비누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도 잎과 뿌리와 열매를 모두 약으로 써서 지혈제, 맹장염, 타박상,
피부약 등등에 쓰이는 아주 유용한 식물입니다.
줄기에 어긋나게 붙어 있는 이 식물의 잎은 큰 잎이 5~11갈래로 갈라져서 마치
손가락 또는 부채나 큰 단풍잎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주 보기 좋은데 그래서 조경용
으로 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름을 얻기 위해서 제법 재배했었으나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고
그러나 열대지방에서는 제약용, 산업용으로 피마자유를 얻기 위해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데
피마자기름은 특히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이 주요한 생산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4월에 파종하여 기르는데 늦여름 8~9월에 재미있는 꽃을
피웁니다. 즉, 마치 소나무처럼 같은 그루에서 빨간색의 암꽃이 위에 피고 옅은
노란색의 수꽃은 아래쪽에 피는데 암꽃은 씨방 한 개에 암술 3개로 이루어졌는데
나중에 씨앗을 맺게 되면 암술이 3개니까 씨방 속에 3개의 칸막이 방이 생기고
이 칸막이 방마다 짙은 갈색점이 있고 작은 새알 모양의 타원형 씨앗이 한 개씩
도합 3개가 생깁니다.
열매는 마치 조그만 철퇴 또는 도깨비방망이 같이 돌기가 뾰족 뾰족 나와서 매우
재미있는데 이 돌기는 그리 딱딱하거나 날카롭지 않아서 이것으로 때려도 별로
아프지 않아서 아이들 장난감으로 아주 좋습니다.
* 이 열매 이외에 양버즘나무(푸라타나스), 측백나무, 주목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열매들이 장난감으로 잘 쓰이는데 시골에서는 우리가 곡식으로 먹거나 과일로
여기는 것들 즉, 콩이나 팥이나 대추나 밤 등으로는 절대 장난치지 않습니다.
아주까리 종류에는 “붉은 아주까리”라고 해서 잎과 줄기와 열매가 온통 불붙은
듯이 빨간 종류도 있는데 보시면 굉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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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라는 말은 옛 우리정서에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그래서인지
대중가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두 곡만 함께 감상합니다.
[ 아주까리 등불 ] - 유광주작사/이봉룡작곡/최병호노래
이 노래는 후에 송해, 조미미, 김용임, 은방울자매 등등이
가사를 조금씩 바꿔서 많이들 불렀지요.
1. 피리를 불어주마 울지 마라 아가야
산 너머 고개 너머 까치가 운다.
고향 길 구십 리에 어머니를 잃고서
너 울면 저녁별이 숨어버린다
2. 노래를 불러주마 울지 마라 아가야
울다가 잠이 들면 엄마를 본다.
물방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고향 길
날리는 갈대꽃이 너를 찾는다.
3. 방울을 울려주마 울지 마라 아가야
엄마는 돈을 벌러 서울로 갔다
바람에 깜박이는 아주까리 등잔불
저 멀리 개울건너 들길을 간다.
[ 아주까리 수첩 ] - 유다인작사/이봉룡작곡/백년설노래(1942년 5월 오케레코드)
이 노래도 가사를 조금씩 바꿔서 여러 사람이 불렀지요.
1. 아주까리 꽃 그림자 흔들리는 섬 속에
하모니카 안타까운 강남 달 시절
갈매기 울어 울어 해 지는 선창에
모자를 흔들면서 떠나던 사람아
2. 분수처럼 넘쳐나는 꼭두서니 노을에
하모니카 불어 불어 떠나던 님아.
날마다 선창위에 해를 지우며
당신을 기다려서 십년이 넘었소.
3. 맹세남긴 방초언덕 이슬비가 나린다.
갈매기만 쌍을 지어 꿈을 부르네.
실실이 풀어지는 노을 속으로
수평선 흘러가는 돛대만 헤이네
* 공교롭게도 위 두 편의 “아주까리” 노래가 모두 “이봉룡(李鳳龍)” 작곡인데
이 분은 “목포의 눈물”을 불러 유명한 "이난영“의 친오빠로 이 외에도 목포를 대표하는
또 다른 노래인 “목포는 항구다”와 “남인수”의 ”낙화유수“등을 작곡했습니다.
이난영의 남편은 “연락선은 떠난다.”, “역마차” 등을 작곡한 유명한 작곡가이며 가수였던
“김해송(金海松)”씨 인데 이분과 이난영 사이의 딸 둘과 이봉룡의 딸, 즉 사촌자매들
세 사람이 모여서 만든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보칼그룹인 “김 시스터즈”인데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또 각종 악기들을 잘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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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봄 “민들레” 이야기 할 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소개했었는데 이 시에 “아주까리” 얘기가 나와서 다시 감상합니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이상화(李相和 : 1901. 4. 5 ~ 1943. 4. 25), 대구출생으로 독립 운동가이며
시인인 이 분은 호가 이름과 같은 발음인 “상화(尙火)”라서 독특한데
이 시는 1926년 “개벽” 6월호에 실렸고 이 분의 또 다른 걸작시인
“나의 침실로”와 더불어 젊은이들 특히 문학소녀들이 좋아하는 시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여기서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는 “전통적 우리나라 여인네”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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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자 꽃 (전체)
- 피마자 암꽃
- 피마자 수꽃
- 피마자 잎
- 피마자 나물
- 피마자 열매
- 붉은 아주까리
- 피마자로 만든 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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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첫댓글 중2때 신사동에 이사오니 마당이 있더군요. 처음에만 잔디심고 관리를 않해 잡초가 많았는데 아마 아주까리도 있었나 봅니다. 애가 낮이 익네요. 그땐 잡초라고 생각했는데 애가 쓸모가 있는 놈이군요. ㅎㅎ 열라는 콩팥은 안열리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열리냐고 용피리아자씨가 하도 울부짖어서 아주까리=동백인줄 알았습니다. ㅋㅋ 근데 "아주까리 등불"은 기름짜서 등불 밝히니 이해가 가는데 "아주까리 수첩"을 왠 일인가요? 가사엔 수첩얘기 한마디도 없고 하모니카만 열라 불던데요.. 참 제목 대충 지었네요. 아마 떠난 님 그리워 10년 넘게 선창에서 기다리며 수첩에 뭔가 졸라 적었나 봅니다. ㅎㅎ 강의 잘 들었습니다.
강프로 말씀하시는 걸 보면 꽤 여러곳에 사신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도 벌써 3번째 집으로 알고 있으니..... 우리나라 가요의 가사를 보면 참 재미있는데 앞뒤관계나 사실성 여부는 떠나서 멋있고 신파성 있게 가사를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데 곡이 멋있고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거니까요.ㅎㅎ 그래서 심심찮게 그게 무슨 말이 되느냐 하고 따지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쨋든 아주까리는 참 정겹고 운치있고 옛생각 나게 해주는 놈이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