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희의 스토리가 있는 명품<11> 레이밴
시대·유행 불문, 변치 않는‘카리스마’
"나를 더 드러내고 자신감을 표현하는 패션 소품"
선글라스에 관한 얘기를 하던 중 후배가 자신의 친구가 겪은 웃지 못할 소개팅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상대 남자는 나름 스타일도 괜찮고 대화도 통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만나는 내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길래 “선글라스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라며 칭찬을 했더니 헤어지는 순간까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는 것이다. ‘쌍꺼풀 수술을 했나? 아니면…?’
별의별 상상을 다 했지만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런데 소개팅을 하고 난 며칠 뒤 자꾸 그 남자가 생각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글라스 브랜드가 궁금했다. 흔하게 보던 잠자리날개 스타일이긴 한데 유독 멋있어 보였던 것이다.
백화점 선글라스 매장의 비슷비슷한 제품 속에서 그 선글라스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프터 신청이 아니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 기억 나세요? 다른 게 아니구요…”라며 운을 떼며 선글라스 브랜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레.이.밴(Ray-Ban)’. (알고 보니 그 남자는 햇빛에 민감해 선글라스를 안경처럼 즐겨 착용한다고 했다.) 맥아더 장군이,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가,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쓰던 바로 그 선글라스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레이밴을 낀 브래드 피트는 부드러움과 섹시한 모습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티셔츠와 청바지차림을 즐기는 안젤리나 졸리. 이 심플한 캐주얼 룩에 레이밴 선글라스를 하나 더하는 것만으로 그녀만의 세련되고 시크한 이미지는 업그레이드된다.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착용한 레이밴은 또 어떤가? 양쪽 렌즈의 바깥이 옆으로 살짝 솟구쳐 오른 프레임이 특징인 ‘웨이페어러(1952년출시)’를 현대적으로 다시 복원한 ‘컬러라이즈 웨이페어러‘는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정통 레이밴에 변화를 주었다. 레이밴 선글라스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탄생됐다. 대서양을 세계최초로 논스톱 횡단한 존 맥그레디 미육군 항공중위는 고공비행을 할 때마다 강렬한 태양광선 때문에 극심한 두통과 구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바슈룸’에 보안경제작을 의뢰했다. 바슈롬은 쌍안경·망원경·현미경과 같은 광학정밀기구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바슈롬의 연구원들은 적외선과 자외선 그리고 강렬한 빛으로부터 조종사들의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자외선 차단 100% 초록색 렌즈를 개발하기 시작해 6년간의 연구 끝에 ‘레이밴 그린 렌즈’를 완성했다. 그리하여 1937년 미국 공군 파일럿 스타일인 에비에이터 모델이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에비에이터 안경테가 살짝 밑으로 처지게 디자인된 이유는 비행 시 계기판을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레이밴은 이 밖에도 웨이페어러·카라반 등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레이밴만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패션모델 장윤주의 『스타일북』에서 “아무리 바빠도 외출할때 시계와 선글라스는 꼭 챙긴다. 특히 레이밴 선글라스는 자신감을 준다”는 대목을 읽고 공감한 적이 있다. 이제 선글라스는 자신을 감추기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더 드러내고 자신감을 표현하는 패션 소품’이다. 아, 레이밴 선글라스에 반한 후배 친구의 소개팅 결과가 궁금할것이다.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그 남자와는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싱글들이여, 다가올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반쪽을 찾는다면 레이밴 선글라스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꼭 그 두 사람과 같이되라는 법은 없지만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명품 전문 쇼호스트로, 현재GS홈쇼핑에서 <명품컬렉션 with 유난희>를 진행하고 있다. 공주영상대 쇼호스트학과 교수.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