鳳

[나천수]

鳳(봉)-1

이 시문은 1630년 남간의 사마시 동년 친구인 장유가 나주목사 임기를 마치고 형조판서로 가는 작별의 시이다.

재벌번역과 해설/나천수

○ 시를 단순히 언어의 유희라고 보면 안 된다.

특히 시는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퍼낸 속마음, 겉이 아닌 내면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 시인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뜻을 시라는 도구를 가탁하여

자신의 심장의 피를 먹물 삼아 이 피를 듬뿍 붓에 찍어서 마구 써내려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을 스스로 달래고 있다.

○ 鳳(봉)은 누구인가, 바로 남간 자신이다.

석호공께서도 동생 남간이 먼저 세상을 떠나 버리자 鳳을 그리워 하는 시문을 썼다. 그 글을 읽는 자는 아련히 가슴이 저려올 것 이다.

○ 그런데 남간은 본  시문에서는 鳳을 계곡 장유로 비유 하였다.

그리고 凡鳥라는 단어로 鳳을 破字하여 자신을 표현하였다. 문장의 달인다운 멋진 표출이다.

1629년 9월15일자로 나주목사로 부임한 벗 계곡과 지난 1년간 시문을 나누며 지내다가 1630년 8월에 형조판서로 가는 계곡에 게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당연히 자신의 속내를 시에 녹여 넣어 송별의 선물로 주 엇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계곡을 鳳과 驥로 비유한 시이다.

丹山有威鳳(단산유위봉)/단산에 있는 봉황새여

五色何葳蕤(오색하위유)/오색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高翔九千仞(고상구천인)/구천 길 높이 올라가 날다가

覽德始下之(람덕시하지)/어진 이를 보고 아래로 내려왔으니

謂是王者瑞(위시왕자서)/이는 곧 임금의 상서로움이로다.

阿閣巢可期(아각소가기)/봉황이 아각에 둥지 틀기를 기약하노라.

朝陽一奇音(조양일기음)/조정에서 바른 말은 하나의 아름다운 시이니

端合伶倫吹(단합령륜취)/영륜이 부는 피리 소리와 꼭 합하도다.

<해설>

이 글의 전체에서 풍기는 의미를 보면

단산에 있는 봉황새 장유여

그대 모습 오색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구천 길 높이 올라가 날다가

임금을 보고 아래로 내려왔으니

이는 곧 임금의 상서로움이로다.

그대는 임금이 계신 궁궐에 둥지를 틀기를 기약하노라.

조정에서 바른 말은 하나의 아름다운 시이니

이는 도인의 피리 소리와 같구나.

대략 이런 비유로 읊은 듯하다.

○ 丹山은 어디인가.

丹山鳳凰은 山海經에 “단혈산에 새가 있는데 학같이 생겼고 五色 무늬가 있는데 이 새를 鳳이라고 한다.”「丹穴之山有鳥 狀如鶴 五色之文 名曰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단산(丹山)에는 단혈(丹穴)이란 구멍이 있어 여기에서 단사(丹砂)가 나오는데, 단혈에서 상상의 새인 봉황이 산다고 전해지고 있다.

봉황이 상상의 새이니 단산도 상상의 산일 수 있다.

그러나 옛 시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단산은 建陽丹山碧水鄕에서 찾을 수 있다.

초의(草衣)선사의 동다송(東茶頌)에 보면 建陽丹山碧水鄕/건양과 단산은 푸른 물의 고장이라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복건성 건양의 단산을 비켜 흐는 물이 맑아 벽수향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바, 남간의 정사가 마치 건양의 단산 벽수향 위치와 같다하여 사람들은 남간을 단산의 봉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석호공 행록에 보면 먼저 간 남간 동생을 그리는 시

<동생을 그리워하다>라는 시가 있다.

우애하고 사는 것이 평생의 즐거움으로,

우리 형제만한 사람 없었다.

단산(丹山)에 봉(鳳)이 들어간 후로,

구(龜) 나만 홀로 사무친 정에 가슴 아파한다.

단산에 봉황의 그림자 끊기고,

그대 그리워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었나.

쌓인 눈발에 내려 비친 달빛은 금강가로 빛나고,

나 홀로 거북이(龜) 꼬리만 안타깝게 끄는구나.

이 시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단산은 남간정사의 위치이며 또 한편 상상의 새인 봉황이 사는 산일 수 있다.

여기서 구(龜)는 석호공 자신을 의미한다.

남간 자신의 대명사인 鳳을 친구 계곡에게 별칭으로 사용한 것이다.

봉황새는 봉황새끼리 노니 어찌 보면 두 마리의 봉황새가 노는 모습으로 보여 진다.

○위요(葳蕤)는 초목이 무성하여 드리워진 모습인데, 시문에서는 “너울너울”, “펄럭펄럭”, “치렁치렁”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봉황의 날개 깃의 표현이라면 “아름다운가”가 타당할 것 같다.

○高翔九千仞(고상구천인)/구천 길 높이 올라가 날다가

覽德始下之(람덕시하지)/어진 이를 보고 아래로 내려왔으니

의 고사를 보면

가의(賈誼)의 조굴원부(弔屈原賦)에 “봉황이 천 길 높이에서 날아옴이여, 덕이 빛남을 보고 내려온다.” 하였다.

-鳳凰翔于千仞兮 봉황은 천길의 하늘을 날다가

覽德輝而下之 성군의 덕이 빛남을 보고서 그곳에 내려

○王者는 王子와 다르다.

王子는 임금의 아들이지만 王者는 왕도로써 천하(天下)를 다스리는 사람이니 곧 임금이다.

○아각(阿閣)은 4층으로 된 명당(明堂)을 말하는데, 황제(黃帝) 때 이곳에 봉황이 깃을 쳤다는 기록이 전한다. 《帝王世紀》

○조양(朝陽)은 주나라의 문왕 때에 기산(箕山)이라는 산에서 아침 해가 돋을 때 봉황(鳳凰)새가 울었다 한다. 그 후로 조정에서 바른 말하는 것은 아침 볕에 봉황이 운다고 말하여 왔다.

기음(奇音)은 기이한 음(音)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상대방의 시(詩)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즉 조정에서 바른 말은 하나의 아름다운 시란 뜻이다.

○영륜(伶倫)은 황제(黃帝)의 신하 영륜(伶倫)을 말한다.

이 자가 도술을 얻어 신선이 된 뒤의 호칭은 홍애(洪崖)이다.

鳳(봉)-2

재벌번역과 해설/나천수

○ 과거 벼슬을 하는 사람이 현지 부임을 할 때는 오직 본인만이 부임 하였다. 가족은 고향집에 남아있었다.

○ 부인은 물론 자식도 아버지를 따라 오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계곡이 나주로 좌천 되어 올 때에 부인과 자식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서울의 자식 교육, 양육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 임금이 능히 예(禮)를 닦아서 의(義)에 통달하고 신(信)을 체득하여 순(順)에 통달하면 궁 안에 봉황새, 기린, 용, 거북 그리고 난태까지도 볼 수 있다고 남간은 표현하였다.

이것은 현 임금이 잘못하여 장유를 먼 곳으로 보낸 것에 대한 임금의 부덕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如何枳棘中(여하지극중)/어쩌다가 가시덤불 속에 빠져

羽毛還差池(우모환차지)/봉황의 깃털로 돌아가는데 어긋나서

拮据歲將淹(길거세장엄)/나주에서 애를 쓴 세월이 오래되어

鬻子勤悶斯(죽자근민사)/자식 기르는 일로 고달팠구나.

鴻雁集澤中(홍안집택중)/큰기러기, 작은 기러기 늪 가운데로 모여들 때

鳥雀日相隨(조작일상수)/참새 떼들이 날로 서로 따라붙으면

鷹鸇豈其志(응전기기지)/매를 동원하여 참새를 쫓아 버려라.

卵胎庶俯闚(난태서부규)/그렇게 하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난태도 볼 수 있다.

<해설>

이 시문의 전체를 음미해 보면

그대 장유여 어쩌다가 간신배들 속에 빠져

아름다운 봉황의 깃털로 돌아가는데 어긋나 버리고

나주에서 애를 쓴 세월이 오래되어

서울의 자식 기르는 일로 고달팠겠구나.

청운의 꿈을 안은 기러기들 날아들 때

덩달아 참새 떼들 날로 따라 붙으면

매를 동원해서라도 참새 떼를 쫓아 버려라.

그리하여 성군의 시절에는 궁 안에 봉황도 깃들고,

궁궐의 동산에는 기린도 있고,

거북과 용이 궁궐 못 속에 있으며,

그밖에 새들 중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것들은

궁 안에서도 난과 태를 볼 수 있는 것이니,

즉 성군의 측근에는 훌륭한 신하들이

궁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대략 이러한 의미인 듯하다

○지극(枳棘)은 가시덤불

삼국지에서 나오는 고사성어로 “枳棘叢中 非棲鸞鳳之所/가시덤불은 봉황새가 살 만한 곳 아니다”에서 인용한 것이다.

즉 부패 관리들이 설치는 곳에 군자가 머물 수 없다는 뜻이다.

○우모(羽毛)는 봉황새의 깃털

○차지(差池)는 어긋나다의 뜻

○길거(拮据)는 애를 쓰다 란 뜻

○장엄(將淹)은 오래되다, 해가 저문다 란 뜻

○죽자(鬻子)의 사례를 보면

“자식을 기르자니 고달팠구나.[鬻子之閔斯]”

○홍안(鴻雁)의 鴻은 큰 기러기 雁은 작은 기러기를 의미

기러기는 하늘 높이 청운의 뜻의 의미하니 임금을 모시는 신하로 해석되며

○조작(鳥雀)의 타시문 사례를 보면

궐리(闕里 공자가 살던 마을)의 3천 제자들은 새와 참새들처럼 따랐도다 / 闕里之三千子弟鳥雀相隨

한편 참새 떼를 보통 여론에 휩싸이는 선비들을 지칭하기도 하여

임금의 통치에 오로지 반대 의견을 모우는 세력으로 본다.

○응전(鷹鸇)은 춘추좌씨전》 문공(文公) 18년 기사에 “자기 임금에게 예를 지키는 자를 보거든, 효자가 부모를 봉양할 때처럼 그를 섬기고, 자기 임금에게 무례하게 구는 자를 보거든, 매가 참새를 모는 것처럼 사정없이 처벌해야 한다.〔見有禮於其君者 事之如孝子之養父母也 見無禮於其君者 誅之如鷹鸇之逐鳥雀也〕”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윗 연의 참새 떼를 쫓는 매를 말한다.

○난태(卵胎)는 성왕(聖王)의 세상에는 봉황이 아각(阿閣)에 둥지를 틀고 기린이 원유(苑囿/궁궐 안에 있는 동산)에서 노닐고 거북과 용이 궁궐의 못에 있었으며, 그밖에 조수(鳥獸)의 난태(卵胎)도 모두 고개를 숙이면 궁 안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라 하였다.

즉 이 말은 성군의 시절에는 궁 안에 봉황도 깃들고, 기린도 잇고, 거북과 용이 궁궐 못 속에 있으며, 그밖에 새들 중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은 것들은 궁 안에서도 난과 태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니, 성군의 측근에는 훌륭한 신하들이 있다는 비유이다.

鳳(봉)-3

재벌번역과 해설/나천수

○ 1630년 남간과 장유가 헤어지면서 밀담을 하지 않았을까.

○ 鳳이란 詩題의 내용도 사실은 장유가 지었어야 할 내용인데,

벼슬이나 정치판에 들어가지 안한 남간은 이미 많은 정치와 벼슬을 경험한 듯한 내용으로 써 있다.

○ 필자가 느끼기에는 장유가 중앙부처로 발령되어 가면 어떤 형식으로든 남간을 특채하는 밀담을 나누고 나주를 떠난 듯하다.

○임금이 계신 궁 안에서도 난태를 볼 수 있다 라는 뜻은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않은 신하가 있다는 뜻이다.

남간은 곧 난태의 위치이니 말이다.

文明屬不獝(문명속불휼)/임금이 문명으로 돌보면 봉황새가 놀라 달아나지 않으며

可笑此嚇鴟(가소차혁치)/政敵들의 솔개같은 위협은 가소로울 뿐이다.

啄粟非本心(탁속비본심)/봉황이 곡식을 쪼아 먹는 것이 본심이 아니기에

欻向梧桐枝(훌향오동지)/훌쩍 오동의 가지로 향하도다.

最憐半夜烏(최련반야오)/가장 가련한 것은 한 밤에 까마귀가

啞啞失母慈(아아실모자)/사랑하는 어미를 잃고 까악 까악 거린다.

欲借鸚鵡舌(욕차앵무설)/앵무 같은 혓바닥을 빌려서라도

一一叫天墀(일일규천지)/낱낱히 대궐에 알리고 싶구나.

<해설>

이 부문의 시문을 이해하려면 장유의 나주목사 좌천 역사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l

○ 장유가 나주목사로 좌천 되는 역사 이야기

장유(張維, 1587∼1638)는 1609년(광해군1)에 문과 급제한 뒤 관직에 진출하여 시강원설서(侍講院說書)와 주서(注書)를 역임하였으나 광해군의 폭정에 염증을 느끼다가 무옥(誣獄)에 연루되어 파직되었다. 이때 홀어머니를 모시고 안산(安山)의 시골집에 물러나 경전(經典) 공부에 몰두하면서 한때 은둔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623년에 그가 가담한 인조반정이 성공하여 새로운 왕이 등극하자 사관(史官)으로 들어갔으나 모시던 국왕(광해군)을 쫓아낸 일을 부끄러워하였으며, 공신 김류의 전횡을 비판하고 소장관원들을 보호하다 나주목사로 좌천되었다.

좌천의 직접적인 원인은 두 번에 걸친 羅萬甲의 외직 발령과 유배가 부당하다는 伸寃의 글을 임금께 직접 올렸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인조7년 7월12일자를 보면 임금이 나만갑을 유배 보낸 기록이 있다.

이유는 “붕당으로 인한 피해를 그냥 놔두면 나라를 망치고야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저번에 옥당(홍문관)이 자기와 다른 자를 공박한 사건을 인하여 외직에 보임하는 벌을 약간 시행했었다. 그러나 그 뒤에 과거의 잘못을 씻어주고 다시 청요직(淸要職)에 두었으니, 이야말로 과거의 심술을 고쳐먹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방도를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만갑 등은 개전(改悛)의 정을 보이지 않고 시론을 전적으로 주도하면서 시비(是非)의 통색(通塞)을 자기 뜻대로 하여 전관(銓官)으로 하여금 손발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게 하였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이 일은 필시 거간(巨奸)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서 나만갑 한 사람이 독자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닐 듯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람의 범죄 사실이 먼저 드러났으니, 우선 관직을 삭탈하고 멀리 유배 보내도록 하라.‘ 하였다.

이 당시의 실록을 보면 나만갑(안정 나씨임)을 유배문제에 대해 임금과 신하 간에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기록이 있다.

이 중에는 장유(당시 대제학이었음)도 나만갑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이 있다.

나만갑을 외직으로 쫓아낼 때에도 장유는 그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만약에 외직으로 내보내면 나만갑과 그의 늙은 “어미와는 영결(永訣)하게 되었다”란 문구를 넣어 임금께 올렸었다.

영결이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영원(永遠)히 이별(離別)이란 뜻이다.

그런데 막상 그 어미를 모시고 갈 말을 장유가 나만갑에게 빌려주었다는 말을 임금이 듣고 임금이 노하여 거짓을 고했다는 이유로 나주목사에 좌천시켜 버린 것이다.

나만갑도 海州에 유배된다.

벼슬의 자리를 얻음과 잃음에 있어서 항상 득실이 뒤따른다.

장유를 내보내므로 해서 득을 보는 쪽은 좌천이 잘된 일로 박수를 칠 것이다.

이 부문의 시를 전체적으로 음미해 보면

임금이 문명으로 돌보면 봉황새(장유) 놀라 달아나지 않으며

政敵들의 솔개 같은 위협은 가소로울 뿐이다.

봉황새(장유)는 원래 國祿을 먹는 것이 본심이 아니기에

훌쩍 오동의 가지로 향하도다.

가장 가련한 것은 음험한 간신배들이

임금의 사랑을 잃고 험담의 소리 지껄이고 있으니

내가(남간) 앵무의 혓바닥을 빌려서라도

낱낱이 대궐에 알리고 싶구나.

필자의 해석이 정곡을 찌르는지 우려스럽다.

봉황이라는 상상의 새를 장유로 비유하여 풀어내는 남간의 시문을 씹고 음미하지 않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글이다.

더더욱 이러한 시문을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역사 배경을 알아야 한다.

○문명(文明)은 《서경》〈순전(舜典)〉에 “깊고 지혜롭고 문채가 나고 환하게 밝다.〔濬哲文明〕”라는 말로 순 임금의 덕을 표현한 대목이 있다.

○불휼(不獝)은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봉(鳳)을 가축으로 삼자 새들이 길들여져 날아가지 않고, 기린(麒麟)을 가축으로 삼자 짐승들이 길들여져 달려 도망치지 않았다.” 라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혁치(嚇鴟)는 솔개의 으름장, 위협으로 이것은 政敵들의 위협으로 해석해야 한다.

○탁속(啄粟)은 《시경(詩經)》 소완(小宛 소아(小雅)의 편명임)에도 “왔다 갔다 콩새들, 마당에 모여 들어 곡식 낱알 쪼아 먹네.[交交桑扈 率場啄粟]”라고 하였다. 절지(竊脂)는 원래 곡식을 먹지 않는데, 지금은 또한 곡식 낱알을 쪼아 먹는다고 하였으니, 이것도 굴자(屈子/초) 나라 굴원)의 뜻과 같다고 하겠다.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22에 “절지 새가 곡식을 쪼아먹지 않는 것처럼, 옛날 제왕은 결코 악을 행하지 않았다.[古之帝王 …… 其不爲不善 …… 如竊脂之不穀]”라는 말이 나온다.

봉황새는 원래 곡식을 먹지 않는데, 먹는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이미 세속의 흐름을 따라 오염되었음을 말한다.

○천지(天墀)는 대궐을 의미

病鶴翅翎短(병학시령단)/병든 학은 날개가 짧아

躑躅但嗚悲(척촉단오비)/머뭇거리며 다만 슬피 운다.

願將剖心血(원장부심혈)/원컨대 심장을 쪼개어 흐르는 피로

聊用慰孤羇(료용위고기)/애오라지 외로운 인생 나그네 길 위로 받고 싶다.

此正銜圖日(차정함도일)/이는 바로 丹書를 물고 봉황이 나타나는 날이니

元非在笯時(원비재노시)/원래 새장 속에 있을 때가 아니다.

虞庭方奏韶(우정방주소)/순임금의 궁정에서는 사방에서 바야흐로 소를 연주하니

佇見蹌蹌儀(저견창창의)/너울너울 춤추는 거동을 바라본다.

<해설>

이 시문을 전체적으로 음미해보면

병든 내가 그대 봉황처럼 구천을 날고자 하나 날개가 짧아

머뭇거리며 다만 슬피 우노라.

원컨대 심장을 쪼개어 흐르는 피로

애오라지 외로운 인생 나그네 길 위로 받고 싶구나.

이에 바로 丹書를 물고 봉황이 나타나는 날이다.

그대는 원래 새장 속에 있을 때가 아니다.

임금이 계신 궁궐에서는 사방에서 바야흐로 음악을 연주하니

그대 너울너울 춤추는 거동을 바라보고 싶구나.

아마 이런 의미의 시구인 듯 하다.

○病鶴은 남간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자신도 장유 봉황새처럼 날개를 펴고 구천을 날라야 하는데, 날개도 짧다 한 것은 벼슬이 없다는 뜻이며 더더욱 병까지 들었다고 과거의 뜻을 접었다는 표현이다.

○翅翎은 날개를 뜻함

○躑躅은 머뭇거리다, 휘청거리다, 철쭉꽃으로 해석된다.

躑躅但嗚悲은 남간의 그 당시 위치이다. 벼슬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자니 부모님이 계시는데, 부모님에게 영광을 안겨 드리는 것도 효인데, 슬픈 운명의 남간 모습이다.

○聊用은 애오라지의 뜻

○銜圖는 丹書, 圖書를 의미

봉황은 원래 태평성대에나 나타나는 상서로운 새인데, 옛날 황제(皇帝)가 낙수(雒水) 위에서 노닐 때 봉황이 도서를 입에 물고 내려오자 황제가 절을 하고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春秋合誠圖》

○笯는 새장

○虞庭은 순(舜) 임금의 조정을 가리킴

○韶는 순임금의 음악

○佇見은 바라본다, 보게 된다 의 뜻

○蹌蹌은 춤추는 모양이다.

凡鳥亦何知(범조역하지)/鳳이 무엇을 아리요.

不用歌德衰(불용가덕쇠)/쓰지 않은 노래는 덕을 쇠하게 하니

翽翽當傅天(홰홰당부천)/훨훨 날아서 하늘에 이르러

爲續高崗詞(위속고강사)/ 저 높은 뫼에서 계속 노래 부르노라.

<해설>

이 시문의 전체적인 의미는

해봉 내가 무엇을 알겠소만

시를 쓰지 않으면 文德이 쇠하게 되니

자유스런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면서

저 높은 뫼에서 계속 시를 지어 읊겠노라.

이런 뜻으로 해석 된다.

○범조(凡鳥)는 봉을 의미한다. 봉을 破字하면 凡과 鳥가 된다.

여기의 봉은 남간을 지칭한다.

장유를 봉으로 하였는바 자신도 봉으로 표현하면 중복이 되므로 파자하여 범조라 하였다. 시인다운 멋이다.

○翽翽은 활개치며,

○高崗은

고강(高岡)의 봉(鳳)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는 가장 높은 경지의 소유자라는 말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권아(卷阿)의 “봉황이 우나니 저 높은 뫼요, 오동이 자라나니 아침 해 뜨는 동산이라.[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 필자의 마무리 글

초벌 번역과는 상반되는 번역이 나온다.

필자가 우리 고문헌을 번역하면서 느낀 것은 한문이 우리말 순서대로 써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오히려 한문 문장을 앞에서부터 번역해야 하는데, 뒤에서부터 거꾸로 번역하면 반대의 해석이 되기도 한 것을 느낀다.

거의 모든 인용고사가 중국의 고사이니, 이 고사를 찾아내지 못하면 해석은 천태만상으로 되어 버린다.

또한 고시의 인용 고사의 단어를 그대로 쓸 경우, 번역은 토를 다는 정도가 되어, 시인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간공도 이 시를 쓰는 밑바닥 마음을 두고 쓰는데, 위에 떠 있는 언어 몇 개로 해석하려 한다면 해석이 오히려 누가 될 뿐이다.

식견이 낮은 필자의 해석의 글도 누가 될지 필자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두렵고 죄송할 따름이다.

누군가 문덕 높은 자가 틀린 곳을 마구 지적해주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울까............

[나씨아줌마]

"1630년 남간과 장유가 헤어지면서 밀담을 하지 않았을까!
.
○ 필자가 느끼기에는 장유가 중앙부처로 발령되어 가면 어떤 형식으로든 남간을 특채하는 밀담을 나누고 나주를 떠난 듯하다."

필자의 가장 인간다운 느낌을 실은 내용이다 이 독자도 똑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