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에서 TBN 으로 !
전 기획주간 박삼봉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30여년을 다녔던 KBS !
남들보다 뛰어나지도 않은 제가 그동안 승진에 대한 큰 고민 없이
국장까지 하고 퇴직 했으니 행운아 아닌가!
그런데 임기가 있는 본부장이나 임원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줄 알았는데
제게도 그런 행운이 돌아 왔다.
KBS에서 퇴직한 선배와 만나서 차 한 잔 하는 자리에서
나에게 취업 정보를 전해 주며 도전 한번 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것이 끈이 되어 지금은 TBN 인천교통방송본부장으로 남은 임기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오래전 KBS 입사 시험 때 맛보았던
입사지원서를 작성도 해보고 면접시험도 치루어 보았다.
신원진술서도 작성하고 부동산보유현황과 금융자산보유현황 신고를 할 때는
남다른 소회가 있었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외에는 신고할 것이 없어
한편으로는 좀 씁설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좀 융통성은 부족했어도 당당하고 깨끗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BS의 정년퇴직 4년차 !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빠르게 느낀다고 하지만 벌써 KBS에서 퇴직 한지 4년차에 들어갔다.
그동안 NGO단체 사무총장 2년,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2년,
지금은 TBN 인천교통방송에서 1년을 보내고 있다.
임기 2년은 정말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직원에서 임원으로 승진 되면 같은 직장문화 속에서 근무하니까 그래도 좀 덜 할 텐데
직장이 다르고 직장문화가 완전히 다른 곳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업무 파악도 좀 하고 직장문화도 좀 알아 일 좀 하려다 보니
벌써 임기 2년의 절반을 소비 해 버렸다.
TBN 인천교통방송, FM 100.5Mhz 출력 1KW 올해로 개국10주년을 맞이하는 지역방송국이다.
직원 40여명과 교통통신원5백여명 등 6백여명으로 교통방송을 꾸려가고 있다.
인천교통방송보다 앞서서 개국한 서울교통방송 TBS가
출력5KW로 수도권을 장악하고 있고 인천을 선점한 경인FM방송이
코앞에서 방송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교통방송이 자리잡기란 여간 힘들지 않는다.
특히 막강한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인기있는 MC등을 기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암담했다.
프로그램 개편 회의에서 철저한 로컬리티를 선언하고 편성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교통방송이니까 리포터나 통신원을 통해서 빠른 교통정보만 나가면 된다는 생각들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PD는 MD수준의 프로그램진행요원이 되어
프로듀서다운 기획 작품은 한번 도 해본 일이 없단다.
기존 편성의 틀을 바꾸려고 하니 여간 저항이 심하지 않았다.
말이 좋아 편성의 다양성이지 그렇게 하려면 제작비와 인력이 더 투입되어야 하고
리포터도 더 필요 하단다. 제작비를 어떻게 충당하겠냐고 아우성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점진적 방법을 택했다.
우선 지역 경제문제를 다루는 TBN 경제프러스, 지역인물사, 지역 명사들과의 대화 등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PD들이 한번 도 제작하지 않았던 다큐멘타리 “인천의 섬”을 기획하여
개국10주년에 방송하기로 했다.
운전은 누구나 다하는 기능의 하나인데
아직도 택시기사 버스기사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어 방송하고 있는 교통방송,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청취층의 폭을 넓혀보고자 했다.
KBS는 나의 친정,
직접현업에는 있지 않았지만 편성관리부장 제작관리부장 감사실 방송담당 차장 등
제작지원 분야에 10여년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안본부장과 강부사장 등 선배들에게 배운 경영편성, 제작리소스관리, 편성기획 등
회의에서 보고들은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뒤 늦게나마 이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올려야겠다.
사실 나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준비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봉사하며 살리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것들이 책상서랍에 잠자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근무하는 이곳에서도 사회복지를 접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KBS에 근무할 때 진규동 동료와 사회봉사활동을 하자며 조직한 KBS샘터회를 생각하며
우리 교통방송에서도 이런 봉사 활동을 하기로 하고 직원들과 상의 했다.
지금 이곳에도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경영평가 지수에 반영되어 있단다.
참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좀 더 활성화 하는 방안을 찾았다 .
다문화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과 저소득층의 의료혜택 제공,
직접직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장애시설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퇴직을 준비한 것들이 그냥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뿌듯했다.
“행복은 준비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는 말이 있다.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다
나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KBS에서 TBN, TBN에서 또 어디로 가나?
KBS퇴직 때 준비한 그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100세 시대를 살면서 말이다.
2011. 07. 31
TBN 인천교통방송본부장 박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