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時代 -청계천 2012~2018-
작가: 김동진
날짜: 2020. 12.1 화 ~ 12. 12. 토
장소 : 빈스서울 갤러리
https://blog.naver.com/koreaphotoart/222152069137 월간사진예술 소개
https://blog.naver.com/koreaphotoart/222152069137
‘시각적 방향전환’
김석원(시각예술 평론가)
서울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어 왔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현대화된 도시이며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청계천은 한국의 근대 역사에서 경제 제일주의를 지향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1960 ~ 70년대 산업화의 주역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서 유의미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은 토막촌(土幕村), 판자촌(板子村)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청계천의 레코드 가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뻭판(해적판)’을 팔고, 주변부는 다양한 철물 부품 산업, 전자 산업 업체가 자리 잡고 있었고, 각종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이 청계고가 도로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노점상이 자리 잡은 서민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곳이기도 했다. 이후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2003년 ~ 2005년까지 청계천을 복원하는 대형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런 다종 다기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청계천에서 김동진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빼곡히 들어선 건물의 모습이다. 일상적인 건물의 모습이 색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사진가의 시선은 전경과 후경의 건물에서 건설된 배경을 발견한다. 작가는 서울의 그런 건축물을 볼 때 마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출입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사진에 드러난 서울 지역의 도시건물 중에서는 옥상을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그 지역 건물들이 건설된 시기를 고려한다면 원래부터 주차장으로 계획된 것으로는 인식되지는 않는다. 이런 도시건물이 갖는 독립된 세계는 서울 변두리의 건물처럼 계층적인 차이를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옥상의 공간은 누군가의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옥상은 건물의 내부에서 미로처럼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쓰임새가 없는 공간이다. 그런 이유로 옥상은 환풍기, 자제, 배관, 돌, 화분 등 자질구레한 사물들이 무질서 하게 놓여 있다. 그는 건물옥상 공간과 친해 지기위해서 청계천을 시작으로 퇴계로, 종로의 세운 상가, 광화문 건너편 등 주로 낡은 건물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시작하였다. 그가 촬영한 건물의 모습은 대부분 6.25이후에 건설된 근대화의 산물인데, 작가의 이런 행위는 옥상의 공간과 친근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내었다. 작가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건물을 측면에서 바라본 결과 옥상의 건물이 다른 건물과 겹치면서 면과 면이 서로 섞이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 형태는 단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면과 면이 충돌한다. 이런 면들은 나름대로 규칙성이 있지만, 평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외형적인 특징은 경직 되었지만, 색의 리듬감은 다채롭게 보인다. 김동진의 이런 표현은 음악 혹은 문학에서 느낄 법한 리듬과 운율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조형성의 바탕이 되는 면의 형태와 함께, 색으로 요동치는 변화와 율동감을 모색한 것이다. 이런 식의 방법은 ‘변주(變奏)’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밀치는 힘겨루기의 양상보다는 흡수하거나 융합하는 힘의 균형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재료적인 측면에서 함석과 기와 자재라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성질의 재질이 섞이면서 어울릴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이런 기묘한 만남은 치밀한 계산과 고민의 결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연한 만남’으로 해석된다. 개인적인 생각은 작가의 촬영 의도는 처음부터 건물의 옥상공간이 주인공으로 설정해서 찍은 것으로 생각했다. 마치, 이런 면들의 충동과 화합, 아무도 관심이 없는 버려져 있는 공간, 건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건물/무생물’이 말하고 싶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건물/무생물’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느낌으로 보이길 원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김동진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느꼈던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Claire's Camera, 2016>의 한 대사에서 발견된다. 영화에서 김민희는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 클레어에게 물어본다. 클레어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 라고 대답한다. 김동진이 천천히 쳐다보면서 옥상에서 발견한 것은 “수동적인 보여 지는 공간(옥상)”을 “능동적인 바라보는 공간(옥상)”으로 관찰하고, 그런 대립 관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숨죽여 있는 옥상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사진에서 ‘시각적 방향전환’을 시도한 실험성을 높이 평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