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상상력의 놀이터 원문보기 글쓴이: 다림
한빛 문고 004 농구화
김동리 글 | 강우현 그림 192쪽|7,000원|1999년 6월 12일 출간 신국판 변형|초등 고학년 이상 |
소년조선일보 좋은책 선정도서 │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 중앙독서교육 선정도서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권장도서 │ 문화부청소년책읽기운동 추천도서
한우리가 뽑은 좋은책 선정도서
이 책을 펴낸 이유
한빛문고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아동판과 황순원 단편집 《소나기》그리고 김유정 단편집 《봄봄》을 출간하여 초판 발간 후 두 달여 만에 쇄를 거듭할 만큼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 네 번째 책으로 김동리 단편집 《농구화》를 출간하여 다시 한번 어린 독자에게 우리 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한다.
《등신불》《무녀도》 《사반의 십자가》 등 뛰어난 문학 작품을 통하여 한국 현대 문학의 큰 봉우리로 우뚝 선 김동리 선생. 그 분이 아동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여러 편의 아동 소설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동리 선생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동 문학에 각별히 관심을 보였으며, 월간 '아동문학'의 편집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주인공이 어린이거나 작품 소재가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소설 중에서 재미와 문학성이 뛰어난 다섯 편을 가려 뽑고, 강우현 선생의 탁월한 그림을 더하여 새롭게 펴낸 것이다.
김동리 선생의 글은 전혀 어렵지 않다. 또래의 마음이 그대로 실려 있다. 그러나 왜 그런지, 김동리라는 작가의 무게만큼이나 그의 작품은 어린 독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림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접근을 꾀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에 펴낸 《농구화》는 지적인 편차가 심한 요즘 아이들을 시각적 해석에 능통한 강우현 선생의 그림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시대를 초월해 아이들을 본격문학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이 늦게 나온 이유
이 책은 계획보다 보름이나 늦게 나왔다. 두 번이나 인쇄했기 때문이다.
사실, 계획된 날짜에 정확히 초판본이 나왔으나 그림 색상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영세한 출판사의 관행대로라면 "할 수 없지, 일단 팔자" 하고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책을 서점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과감히 초판 5000부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출판사와 인쇄소로서는 어려운 결단이었다. 재인쇄에 들어갔다.
그림 작가 강우현씨는 단편 다섯 편을 각각의 내용에 따라 다섯 가지 기법을 사용하여 그렸다. 그런데 현재의 인쇄 시스템에서는 그러한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다. 출판사들은 색다른 종이를 쓰고 싶어도, 판형을 새롭게 하고 싶어도 인쇄소나 제본소의 사정을 알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 계획했던 최상의 상태를 포기해야만 한다.
단 1000권의 한정 부수의 고급책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연구하고, 생산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출판 선진국의 자세와 환경을 언제까지 부러워해야만 하는가?
이 책의 내용과 특징
김동리 선생은 아동 문학을 단순히 동화의 수준에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관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유력한 장르의 하나로 보고 있다. 또한 아동 문학의 요건을 규정한 한 평론에서 아동 문학의 정신적 기초를 이상주의에 둘 것과 현실적 가치 의식보다 시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중시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김동리 선생의 아동 문학관은 이 작품집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소년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는 '농구화'
이성에 대한 동경과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직은 어린 남녀의 심리를 그린 '용기와 분경이'
인간사에 대한 새로운 의문 속에서 성장하는 산골 소년의 이야기인 '새벽의 잔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는 현실 속에서, 의붓 아버지와 아들 간의 혈육의 정을 넘어 선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전개되는 '아버지와 아들'
저승새에 얽힌 전설을 풀어 가면서 인간에게 짐지워진 어떤 숙명이나 보이지 않는 삶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저승새'
다양한 체험과 삶에 대한 의문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에, 토속성과 전통성을 앞세우면서 우리 민족의 샤머니즘 정신을 부각시키는 '저승새'를 실어 김동리 문학에 닿게 하였다.
어린이책에서 그림은 과연 꼭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을 하는가?
나아가 그림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방해하는가, 아니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가?
이러한 의문과 고민은 강우현 선생의 그림을 보면 쉽게 풀린다.
강우현의 그림은 글에 종속되거나 뛰어 넘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또 하나의 텍스트로 등장한다.
'농구화'에서는 거친 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성장기 소년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용기와 분경이'에서는 이성에 대한 동경을 수채화에 담아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표현해 내고 있다. 용기가 분경이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담채화처럼 맑은 분위기의 수채화로, 밖으로 드러내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을 그릴 때에는 많은 연필선으로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특히, 두 사람의 얼굴만 하얗게 남아 있는 예배당 장면은 심리 묘사의 압권이다.
'새벽의 잔치'에서는 작품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푸르스름한 새벽의 색채로 일관되게 이끌어 가면서, 호랑이와 사람들의 긴장된 대치를 생생하게 살리고 있다.
삶의 보이지 않는 비밀을 선명치 않고 아슴아슴한 선과 색채로 그려 낸 '저승새'. '저승새' 속의 외곽선은 전설 같은 남녀의 사랑을 그 안에 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어려운 현실을 몸으로 부딪쳐 헤쳐 가는 소년의 심리 상태를 다양한 채색와 과감한 공간 구성으로 보여 준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 작품집은, 김동리 선생의 탁월한 글과 강우현이라는 뛰어난 그림 작가의 다양한 작품 분위기를 연출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설명이 필요한 어휘에는 주를 달아 읽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으며, 소설가로 그리고 문학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덕규 선생의 작품 해설을 실어 이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