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피곤할텐데도 다들 금방 정신을 차렸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기고, 점검을 하는 사이에 현준이 부모님과 동혁이 부모님께서 도서관으로 오셨다.
현준이 어머님께서 현준이, 동혁이, 승주, 김재형 선생님, 저를 위해 편지를 써주셨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안아주시는 현준이 어머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여행가기 전에 승주 자전거를 손수 고쳐주시고 승주와 승주 어머님께 전화드려 필요한 물품을 알려주셨던 강반장님께선 출발하기 바로 전까지도 아이들의 자전거 상태를 점검해주셨다. 강반장님이 계셔서 든든했다.
단체사진을 찍고 정말로 떠날 채비를 했다. 기대, 설렘, 걱정, 뭉클함, 벅참... 알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도서관 앞을 채웠다. 환송식에 오신 분들께 인사드리고 출발했다. 호수를 바라보며 자란 아이들이 그 물줄기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다.
대청댐까지 막힘없이 나아갔다. 냉천길을 지나 도로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추었다. 아이들에게 차가 다니는 길이니 조심해서 가자고 말할 참이었다. 그때 복숭아를 파는 아저씨께서 오라고 손짓하셨다. 그리곤 복숭아 8~10개를 칼과 함께 내어주시며 깎아 먹으라고 하셨다. 직접 잡아오신 장수풍뎅이도 보여주셨다.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기분좋은 휴식시간을 보냈다.
뒤따라오던 승주에게 "괜찮니?" 물어보면 "그럼요. 지금 행복해요!" 라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승주는 안전이 최고라며 "안전거리 유지하세요.", "뒤에 차와요." 자꾸 이야기 해주었다. 대청댐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물을 채웠다. 이제 정말 금강종주길에 올랐다.
대청댐을 출발한지 10분이나 지났을까? 무더위에 다들 힘들어했다. 근처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먹었다. 앞으로 물 얻을 곳이 많이 없다는 생각에 목이 더욱 바싹 말랐다.
대전을 벗어나 세종시로 향했다. '대전'을 벗어나 새로운 도시로 자전거를 타고 넘어왔다는 일이 모두에게 큰 자극이 된 듯 했다. 어느정도 속력이 붙기 시작하여 달리다가 그만 사고가 났다. 승주와 김재형 선생님 자전거가 부딪혀버렸다. 다행이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김재형 선생님의 자전거 뒷바퀴가 어그러져 버렸다. 바퀴를 굴리면 자꾸만 브레이크에 닿아 자전거가 나아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뒷브레이크를 풀러버리고 다시 갈 길을 갔다.
자전거길은 강변을 따라 쭉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주변에 사람 사는 곳이 많이 없었다. 한참을 가다 잠시 도로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유소가 보여 물을 얻을 수 있는지 부탁드렸다. 얼마든 마시라고 하셔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모두 물을 가득 채웠다. 주유소 사장님은 여행길에 오른 중학생들을 기특해하셨다.
갈 길이 멀어 쉬지않고 계속 나아갔다. 힘들어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 길 위에서 퍼지면 더 힘들거라 생각하여 마을 또는 목적지가 나오길 기도하며 계속 페달을 밟았다.
세종시 도착하기 얼마 전에 페달을 멈추었다. 눈에 잡힐듯 가까워보였지만 좀처럼 시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다리 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라면을 끓여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될 수 있으면 12시부터 2시까지 자전거 타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태양이 가장 뜨거울 시기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정에 쫓기다보니 햇볕이 가장 뜨거울 시기에도 자전거를 타고 말았다. 근처에 쉴만한 곳이 없나 살피며 가는데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그늘 아래에서 얼마간 낮잠을 자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싸주었다. 낮잠을 자고 다시 출발할 때에 현준이가 "여기서 텐트치고 자고싶어요." 라고 말했다.
김재형 선생님의 자전거를 고치기위해 세종시에 자전거 수리점으로 향했다. 목마름과 더위에 지쳐 세종시 버스터미널에 자전거를 묶고 쉬었다. 현준이가 편의점에서 마실 물을 사서 나눠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동안 동전 하나하나 꼼꼼히 세며 돈 관리하는 현준이의 모습에 놀랐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려 하는데 김재형 선생님의 자전거에 바람이 빠져있었다. 설상가상! 어차피 수리해야 할 자전거라 떼우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이동했다.
수리점은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먼저 수리점에 가보니 금일 휴업이라 써있었다. 김재형 선생님과 승주가 근처 부동산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는지 물었다. 다른 수리점 위치를 알려주셔서 다시 이동했다.
수리점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보더니 여기서 고치지 못한다고 하셨다. 하는 수 없이 튜브만 갈고 다시 공주를 향해 출발했다.
강 위로 저무는 노을이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시간이 없어서 마음은 다급해졌다. 어두워지기전에 최대한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었다.
공주를 향해 달리는데 그만 해가 떨어지고 말았다. 아침으로 빵, 점심으로 라면 밖에 먹지 않아서 그런지 다들 지쳐있었다. 가방에서 승주 어머님께서 주신 초코바를 꺼냈다. 현준이가 초코바를 보더니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말했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초코바를 4~6개씩 먹었다.
어둠을 뚫고 공주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산책나온 공원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다들 피곤할텐데 오늘은 근처에서 간단하게 뭐라도 사먹을까?" 이야기하니 현준이가 "그래도 준비한 짐이 있으니 밥 해먹어요." 라 말했다. 현준이의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었다.
공산성의 야경이 보이는 곳에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일과 나눔을 했다. 승주는 감사한 일을 물어가며 빼곡하게 채워나갔다. 동혁이는 오늘 잘했던 일로 힘들어하는 현준이형을 위해 자전거를 바꿔탔다고 적었다.
피곤할텐데도 일과 나눔에 집중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내일을 위해 자야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먼저 침대 안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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