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청명한 날씨에 간만에 산에나 한번
가볼까 싶어 배낭을 꾸려 점심을 먹고 난후 산행을 시작하기엔 늦은 시간인
오후 1시에 조령산에 들었습니다. 이화령~조령산을
왕복한 4시간 남짓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참 많은 일을 겪었던 산행이었습니다.
조령산 정상에서 최고의 조망을 선물 받았으며
함께 조망을 즐기던 어르신이 고등학교 대선배님임을 알고 세상 좁다는걸 느꼈고
하산길엔 조령샘 못미쳐 바짝 독이 오른 독사를
밟을뻔 하여 간담이 서늘해졌으며...이화령 도착 직전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담비(손담비 아닙니다...)와 맞닥뜨려 깜짝 놀라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이화령에서 조령산 정상 직전 헬기장에 이르기까지
전혀 조망이 트이는 곳이 없어 땅만 보며 5개월만의 산행에 맥을 못추는 육신을
힘겹게 끌어 올려 조령산 정상에 이르렀을때.....환상적인
조망에 저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감탄사~~~~
'우와~~~~~~~뭐야 이거~~~~'
행여나 어렵게 찾아온 이런 기회가 사라질까 싶어
정상 북쪽 7~8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망처로 뛰다시피 내려가서는....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날리며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 조령산 정상 북쪽 조망터에서 바라본 조령산
주능선...저 멀리 하늘금을 긋는 능선은 과연 어느 산일까요?
오래전...그러니까 2005년 늦여름 청명한
날... 이곳에서 역시 지금처럼 감탄사를 날리며 사진을 찍었었는데....이번엔 2005년을
능가하는 제 짧은 산행역사상 최고의
조망이 트인 날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천천히
분석을 해봅니다. 산행사진을 정리하고 나서 조망도를 만들 때가 가장 신이 납니다...하늘금을
긋는 미지의 산의 이름을
어렵사리 확인했을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희열을 다시 느낍니다..........믿을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용문산, 치악산, 백덕산, 가리왕산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기에, 그리고 2005년의 산행에서도 확인했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그걸
뛰어넘는 분석결과에 저 자신도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110km 거리의 삼척의 청옥산, 112km 거리의 홍천의
계방산이 확인되며 깜짝 놀랐으며 이에 더 나아가 아래 사진에서 저 멀리 제일 뒷쪽에서
하늘금을 긋고 있는
산의 이름을 확인한 후에는 그저 어안이벙벙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그 산의 이름은 무려 144km
거리의 경기도 가평의 화악산과 140km 거리의 명지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지산에서 119km 거리의 지리산 천왕봉
조망, 그리고 주흘산에서 118km 거리의 남덕유산을 조망하였던게 개인적으로 최장거리
조망이었습니다..
한끗(?)차이로 120km 넘지 못한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산행에서 120km를 넘어 단숨에 144km의 최장거리 조망 기록(?)을 세우게
되었으니
제 스스로 사진 분석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놀라운 조망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조령산에서 전방위
조망을 할수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남서쪽으로는 도무지 조망이 트이는 곳을
찾을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오죽하면 남서쪽 조망을 위해 나무에 기어올라갈
생각까지 했을까요....진짜루 진지하게 30여분동안 타고 올라갈만한 나무가 없나
두리번 거리고 두어번 시도도
해보았습니다만... 지난번 발목골절건도 있고 인적이
없는 늦은 오후에 행여나 불상사를 당할까 싶어 결국 남서쪽 조망에 대한 열망은
접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 마음을 접고, 그러나 그것을 충분히 상쇄시킬
훌륭한 조망을 선물받았기에 흐뭇한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하여 조령샘 직전 독사압사사건을
겨우 모면하여
한숨 돌리고는 하산을 계속하여 이화령 도착직전
짧은 너덜지대를 통과하려는데 다람쥐 한 녀석이 빠른속도로 저에게로 돌진해 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을 쫓고 있는 무언가가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시커먼 얼굴을 가진 녀석...첨에는 너구리인가 싶었습니다....
어라...근데 너구리치곤
두상이 좀 작습니다...뭐지? 족제비인가? ....
그런데 다람쥐를 쫓아 너덜지대로 뛰어오르며 몸뚱아리 전체를 보여준 그녀석....강렬한
노랑빛을 지녔습니다..
얼마전 TV다큐에서 무리지어 다니며 고라니, 멧돼지도
사냥한다는 현존 한반도 최강의 맹수라던 바로 그 녀석...'산달'이라고도 하는 '담비'였습니다...
다람쥐에 정신이 팔렸던 담비녀석...그제서야 제
존재를 알아차립니다...순간 녀석도 놀랜 기색이 역력한데... 저역시도 몸이
굳어버립니다..
짧은 순간에 TV다큐를 본 기억이 나서인지...이
녀석 나한테 덤비는거 아냐?...이런 망상도 해보지만 인간을 만난 여느 야생동물이
그렇듯 이 녀석도
순식간에 90도로 방향을 틀어 너덜지대를 빛의
속도로 올라갑니다....그제서야....아...사진 찍어야지... 그런데 하필이면 광각렌즈가
마운트되어 있습니다..
어쩔수 있나요...1600만 화소를 믿고 그 녀석의
꽁무니를 겨우 한컷 찍고 나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lcd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해봅니다...
이런 젠장.... 술을 끊었어도 수전증은 여전한것인지...
실은 늦은 오후 그늘진 산에서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 멸종위기 2급이라는 담비와 마주친것을 증명할만한
사진치곤 너무나 초라한 사진입니다.. 빨간색 원안에 그녀석이 있네요...확인....가능하시겠어요?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짧은 조령산 산행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손담비와 맞딱뜨렸으면 진짜루 대박인디...손없는 담비라니...
그래도 사진은 아주 선명하게 잘 나왔어요~~~
(가만...늘 쓰는 돋보기를 어디다 뒀더라...?)
조망 좋고
나도 몇 년전 담비를 만난 적 있는데 사진에 담을 시간이 없어서
거기서 화악까지 보이다니 아래쪽까지 터졌다면 지리산도 보였을것 같네여~
덜덜이 아저씨 잘 사나
내는 그때 호랑이도 보았는데
호랑이도 사람보더니 깜짝 놀라며 도망쳐뿌데
덜덜이 아우~~
아가들이 많이 그리워 하네.
언제 장가간단 소릴 들으면
불원천리하고 아가들 델꼬....
정말 조망 좋네......
그런데 조령산에서 명지산까지 140여 키로 밖에 안되는가?
구경 잘 했습니다.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