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가협회 월간 한국소설 2008년 6월호 권두칼럼
한국전쟁과 문학
박경석
작가.한국군사평론가협회 회장
올 해 2008년은 건국 60주년이며 한국전쟁 발발 58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 사상 가장 충격적이며 많은 희생을 낸 비극의 동족상잔으로 기록된다. 그동안 한국전쟁의 기원과 발발에 관련된 학설과 출판물의 범람이 있었다.물론 문학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그러나 소련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중국의 개방정책에 의해 한국전쟁의 기원과 발발 실상이 명백히 밝혀짐에 따라 상당부분 쓸모없는 휴지 조각으로 변했음을 우리는 당대에 보게 되었다.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한때 '미국의 사주에 의한 국군의 북침설'이 일부 학계의 정설인 양 보편화되어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그 원인이야 두 말 할 것 없이 북한 공산주의자의 사실 왜곡에 연유하였다.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역사서적 관련 부분에는 '미제의 사주하에 이승만 도당의 북침' 이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그 밖에 남한 당국의 과오도 있었다. 전쟁 발발 직전의 국방장관 신성모나 육군 총참모장 채병덕의 허장성세가 그것이다.
그들은 걸핏하면 '북진 통일'을 외쳐댔고 '국군의 북진 준비 완료' 를 내외신 기자들에게 허풍을 떨었다.그래서 전쟁 초기 상당수의 보도 매체가 국군의 북진 공격으로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퇴역 장성이자 사학자였던 볼코고노프가 저술한 [일곱 지도자] [소련 지도자의 회랑] 두 권의 저서 속에서 그간 왜곡되었던 모든 문제들이 명쾌하게 밝혀졌다.특히 한국전쟁은 '스탈린을 등에 업은 김일성에 의해 도발된 침략전쟁'으로 못박고 있다.
이 비극의 전쟁이 휴전이란 명목하에 총성이 멎은지도 55년이 되었다.그쯤 세월이 흘렀으면 잊혀질만도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남북 쌍방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판도에서 '전쟁문학 다운 전쟁문학'이 창작되기는 매우 어렵다.남쪽은 덜하지만 북쪽은 '철창 속 창작 환경'이기 때문이다. 쓰고 싶은 내용을 쓸 수 없는 외압이 존재한다면 순수문학이 성립될 수 없지 않는가.
한편 전쟁문학의 장애요인도 문제로 인식된다.원래 전쟁문학의 일반적 개념은 전쟁을 소재로 해서 인간의 이상과 진실을 부각시켜 전쟁의 폐해를 방지하는데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전쟁문학이란 전쟁을 부추기는 문학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류애의 구현에 이상을 두어야 한다.그러나 그러한 진리가 커다란 장애요인에 의해 왜곡되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쟁문학이 전쟁을 부추기는 문학으로 둔갑했던 시기가 강렬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일본 군국주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하자 우리 문단에도 일본 바람을 타고 신문학이 싹트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순수했던 우리 문인들이 일본 통치자의 입맛에 맞는 역설적 전쟁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제국주의자의 비위에 걸치는 글이 바로 전쟁문학이라는 의미가 되어버렸다.소설가이며 시인이고 평론가인 다재다능한 이광수 마저 그 빛나는 문학작품을 세상에 내놓다가 일제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역설적 전쟁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어디 이광수뿐이랴. 근대 우리나라의 문화계와 문단에 영향을 크게 미쳤던 김해강,김동인,주요한, 박종화, 백 철, 유치진, 조용만, 모윤숙,정비석,유진오,김용제,장덕조,최정희,서정주,조연현,곽종원,양명문,노천명 등도 "대일본제국 천황폐하 만세" 를 부르짖으며 조선인이 이른바 '대동아전쟁에 참전한 영광' 을 문학으로 남겼다.이 사실은 비극인 동시에 신문학 100년사에 최대 치욕으로 기록된다.
바로 이러한 전쟁을 부추기는 문학이 전쟁문학이라는 등식이 설정되면서 전쟁문학의 패러독스(Paradox)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해방이 되고 극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에서 또한 6.25전쟁이 발발하자 남과 북은 각각 자기 쪽의 이데올로기 깃발아래 일제시대의 문학 형태를 닮은 선무공작형 문학이 다시 싹틈으로써 전쟁문학은 몹쓸 문학처럼 인식되어갔다.이러한 선무목적의 전쟁문학은 어느 전쟁 어느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국가 목적 달성을 위한 방편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는 순수문학 의 범주에는 포함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인류애의 구현에 지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문학은 독재자나 정치가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 예로 독재자나 정치가들이 해낼 수 없었던 일들,가령 정신 정화나 문화의 향방을 문학작품이 주도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L.Tolstoi, 1828~1920) 는 참전 경험을 토대로 그 유명한 [전쟁과 평화],[부활] 등 장편소설을 썼다. 그 작품 속에서 톨스토이는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침략자 및 전쟁에 대한 비극을 묘사, 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인류에게 일깨워주었다. 어느 위대한 정치가의 명 연설보다 톨스토이의 작품 몇 페이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톨스토이의 작품 외에도 독일 작가 레마르크(E.M Remarque)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헤밍웨이(E.Hemingway)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우리가 감명을 받은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전쟁문학 작품을 과소 평가할 의도는 없다.여기서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훌륭한 작품이 상당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다만 분단 상황하에 남북 공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실하에서는 그 장애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을 뿐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태동하기 시작한 전쟁문학이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특히 베트남전쟁을 비롯하여 걸프전,소말리아,서부 사하라,앙골라.동티모르,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 등 한국군의 해외파병으로 말미암아 전쟁문학의 작품소재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문학발전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감수성이 예민한 신세대 장병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플롯(plot)을 잘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어디 전쟁문학이 전장이라는 현장에서만이 산출되는 것인가.전장 아닌 배경하에서도 얼마든지 창작의 장은 무궁하다.이산가족의 슬픔에서부터 몇년 전 상영한 '실미도'같은 영화 같이 전쟁의 간접 영향도 전쟁문학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박영준의 [빨치산],김동리의 [흥남철수] 등 전쟁의 간접 경험으로 빛을 본 작품은 수없이 많다.따라서 우리 소설가협회 젊은 작가들에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 창작을 권한다.끝으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쟁문학이란 전쟁을 부추기는 문학이 아니라 전쟁을 소재로 해서 진정한 인간상과 참다운 진실을 부각시켜 전쟁이란 부정적 요인을 고발하고 평화로 지향하는 문학'이라는 결론을 남긴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최대의 희생과 비극의 상처를 남겼지만 전쟁문학의 측면에서는 불후의 명작을 산출 할 수 있는 무한한 무대라는 사실도 첨기한다.(한국소설가협회 이사.최고위원 역임)
첫댓글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 발행 2008년 6월호 권두칼럼을 그대로 옮겼음.
이 비극적 동족살상의 전쟁은 아무리 이북 괴뢰가 북침이라고 뒤집어 씨워도 당시 격은 산증인들이 생존하고있는 이상 그들의 주장은 허구임을 단언합니다.그러고 그들의 역사가 존재하는한 북침이란 언제고 날조란것도 그들 스스로 인정 할 것입니다.전쟁문학이란 전쟁을 부추기는 문학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류애의 구현에 이상을 두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참상의 체혐으로 얼마던지 세계적인 위대한 전쟁문학 작품이 나올 것 이란것에 기대 합니다.
정독,고맙습니다.
개근상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우수한 학생 이지요?